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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반병으로 셋이 취하는 법
Korea, Republic of 두도구 0 390 2018-12-04 08:49:28

술 반병으로 셋이 취하는 법

 

어느 금요일이다.

김동무, 이동무, 최동무 셋은 금요노동(매 주 금요일마다 간부들이 무조건 나가야 하는 강제노동)에 나갔다 녹초가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

김정일이 간부들의 건강을 챙겨준다고 시작한 금요노동인데 실제로는 고역 중에 고역이다.

이 날 이들은 김이 호랑이 새끼 칠 지경인 평양시 주변 어느 농촌 리에 나가 강냉이 김을 맷던 것이다.

길을 넘게 자란 강냉이 잎은 끊임없이 얼굴에 칼질을 하고 바람 한 점 없는 강냉이 밭은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물크러져 죽을 지경이다.

그 속에서 종일 달리깨비며 너도방동산이, 돌피 등 갖가지 이름 모를 잡초들과 씨름을 해야 했으니 이들의 고통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셋 중 부장인 김이 하는 말이었다.

아까 낮에 한창 더울 때는 정말 저녁 해를 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는 줄 알았다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히야 그건 그렇고 오늘 같은 날에는 정말이지 어디 가서 맥주라도 한잔 했으면 좋겠다. 그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원이 없겠지?” 옆에서 걷던 대머리 이가 하는 말이었다.

맥주? 좋지,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 번지는 걸 한 조끼 쭉 따고 카, 이거 어디 목구멍이 간질간질 해서 견디겠나

이런 걸 보고 북한에서는 흔히 이론 식사라고 한다.

실제에 있어서는 없으니 이론적으로만 먹는다는 것이다.

아니 맥주는 고사하고 농태기라도(북한 주민들이 자작 제조하여 파는 술) 한 잔 있으면 좋겠다. 묵은 김치에 두부나 순덕순덕 썰어 넣고 거기에다 고춧가루까지 시뻘겋게 쳐서 얼 벌벌 한 걸... 카 그것도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지경이지김이 금방 한 잔 하는 것 같은 환상에 잡혀 목 울대뼈까지 연신 방아질 한다.

가만 우리 집에 술이 있긴 한 병 있는데이제까지 말없이 뒤따라오던 최가 하는 말이었다.

뭐 뭐야? 집에 술이 있다고? 그게 정말인가?” 대머리 이가 당장에 얼굴이 밝아지며 환성을 질렀다.

모레가 우리 장인어른 제삿날이거든, 그래서 어제 우리 여편네 어디 가서 한 병 가져다 놓았단 말이야

아따 이 사람아 모레면 아직 이틀이나 더 있는데 무슨 상관인가. 자네 장인어른 제사 치기 전에 먼저 우리 셋 제사부터 치겠네, 우선 오늘 한잔 하고 보세대머리 이가 바싹 달군다.

그리고 또 안주도 시원치 않고

여보게 안주는 무슨 안준가, 부장동무 어떻습니까, 가서 한 잔 걸치고 가는 게 아닙니까?”

아니 이 사람아 안주는 걱정도 말라고, 간장을 김치로 찍어 빨아먹어도 되고 그것도 없으면 소금 알을 안주로 하면 그 맛은 또 어떤데?”부장 역시 혀를 날름거리며 몸이 달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니 그건 그렇지만 우리 여편네 그 술 먹어버린 걸 알게 되면 날 그대로 잡아먹고 말자고 하겠는데

아니고 이 사람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나, 군소리 말고 앞장서게

허 이거 참, 에라 모르겠다 갑시다

마침 최의 집에 호랑이 같은 여편네는 없었다.

챠 어떻게 한다? 그래도 안주가 있어야지 강술이야 어떻게 마셔?”최가 부엌으로 들어가 부스럭거리며 하는 소리다.

여보게 차라리 잘 됐네, 거 다 시어빠진 김치 쪼가리도 상관없으니 술만 들여오게이 아무개 도무지 진정할 줄 모르고 궁둥이를 달싹 거렸다.

그럼 술만 있으면 되지, 정 없으면 담배를 안주하는 수도 있잖은가 한 잔 마시고 한 모금 빨고 또 한잔 마시고 또 한 모금 빨고...”이건 부장이 하는 소리다.

아무튼 이 술은 우리 여편네 어디 가서 얻어 온 건지 보기에는 뭣 같아도 도수는 제법 있다고 합디다.” 최가 술병을 먼저 상위에 가져다 놓고 부엌으로 다시 나갔다.

히야, 이거 냄새부터 죽이는구만, 아무튼 이게 약이라니까, 가만 그게 어느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던가.” 대머리 이가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 구장님 아니 자위단장님

이놈의 팔자를 고치게 됐으니

그렇다면 우리 집으로 가십시다.

내가 한턱 자위단장님이 한턱

뱅글 뱅글 도는 술이나 한 잔 하려 가십시다

청천하늘에 잔별도 많고 요내 가슴엔 먹물만 찾네..하하하대머리 혀 바닥을 날름거리며 기분이 떠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바로 그때였다.

최씨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이씨 벗어놓은 농립모를 물어뜯으며 장난치기 시작했다.

이놈이 고양이새끼 당장 물러가지 못하겠어!” 대머리 이가 고양이를 물리친다는 노릇이 그만 술병을 넘어뜨리고 말았다.

술병이 넘어져 데그르 굴더니 아차 그만 상 아래로 떨어졌다.

세상에 이를 어쩐단 말인가.

두 사람이 깜짝 놀라 기절초풍하는데 부엌에 나갔던 최씨까지 뛰어 올라왔다.

아이고 이걸 어떻게 하나, 이젠 목을 뺀다고 해도 더는 없는데

이거 야단났군, 야단났어, 동무 말이야 사람이 진중할 때는 진중할 줄도 알아야지 뭐야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그냥 바장거리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부장 장판에 쏟아 진 술이 아까워 입을 대고 빨아 본다.

그러니 당사자인 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랴.

가만 욕은 나중에 하고 우선 방법을 찾아야지, 최동무 수건(타올) 있지?”

있으면 왜요?”

최 영문도 모르고 방바닥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수건에 눈을 준다.

응 됐어, 방법이 있네, 그걸 이리 주게

아니 수건을 가지고 어쩌자고?” 최 여전히 영문을 몰라 주자한다.

글쎄 잘 못한 건 잘 못한 거구, 대책이야 세워야 할 게 아닌가.” 대머리 수건으로 장판에 쏟아진 술을 적시더니 사발에 짜놓았다.

아니 그걸 마신다는 건가?” 최 눈이 화등잔같이 커졌다.

하지만 이 그런 소린 들은 척도 안하고

두 번, 세 번 그 짓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다른 두 사람은 어이없어 지켜보는데 장판에 쏟아졌던 술 말끔하게 닦아져 사발에 담기었다.

자 이러면 된 거 아닌가, 물론 처음보다 좀 줄긴 했지만 그래도 사 분의 삼은 건진 셈일세

그럼 이걸 마신다는 건가?” 부장 기겁하여 소리쳤다.

하 왜 그럽니까. 술은 원래 그 자체가 소독제기 때문에 아무 탈 없습니다.”

대머리 이 먼저 맛을 본다.

카 이거 정말 죽이는구만.” 한 병은 채 못 되어도 반병은 좀 넘는 것 같다.

흠이라면 수건(타올)에서 때 국물이 우러나 검으스름 해졌을 뿐이다.

아니 여보게 그럼 정말 이걸 마신다는 건가?” 부장 그래도 술 유혹은 벗어나기 어려운지 완전히 물러서지는 못하였다.

그러니까 아무튼 부장동무랑은 마시지 말고 구경만 하란 말입니다.” 대머리 사발 채 들어 입에 가져가려 했다.

아니, 아니 그럴 수야 없지. 가만 좀 생각 해 보자고

그래 어떻게 하겠습니까. 안 마실 거지요?”대머리 어찌 보면 은근히 잘 되었다는 표정 같기도 했다.

에라 모르겠다. 마시세, 자 뭘 준비했는지 가져오라고

최씨 부엌에 나가 냄비를 들고 들어왔다. 두부 몇 점 넣은 다 묵어 빠진 김치찌개다.

셋은 수건으로 짠 술 반 사발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적은 술인데 쏟기까지 했으니 이것 참부장 사기 술잔에 술을 따르면서 하는 말이었다.

셋 모두 한 말 술이라도 지고 가라면 지고 가지는 못하겠지만 마시고 가라면 끄떡없이 마시고 갈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그것으로는 속에 기별도 가지 않을 건 번한 일이었다.

아 참 부장동무 우리 이 술을 가지고도 셋 모두 취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가 하는 말이었다.

이 사람이 그건 또 무슨 소린가? 혼자 마셔도 시원치 않겠는데 이걸 어떻게 셋이 마시는데 취해?” 부장이 어처구니없는 소리라고 콧방귀를 뀐다.

아니 부장동무 글쎄 내 말을 들어 보란 말입니다.”대머리 지은 죄가 있는지라 서둘러 설명했다.

술 마시는 것을 단번에 삼켜서는 안 된다. 입에 물고 한 5분 씩 있다 삼키자 신호에 맞춰 같이 삼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술이 입안에서 먼저 머리에 흡수되기 때문에 적은 술을 가지고도 셋 모두 얼마든지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럴 듯하기도 하였다.

어차피 그걸 가지고는 코끼리 비스케트 먹은 격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셋 모두 입에 술을 털어 넣고 한 참씩 삼키지 않았다.

서로 멀뚱멀뚱 쳐다만 보다가 대머리가 신호를 하면 함께 삼키었다.

그렇게 하기를 몇 번, 술 사발이 바닥났을 무렵에는 과연 그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고주망태까지는 아니지만 셋 모두 적어도 거나하게 되었던 건 사실이다.

참으로 세상에는 나라도 많고 사람도 많지만 이런 나라, 이런 인민이 또 어디 있을까

이게 바로 그 위대하다는 김정일이 이끄는 북한식 사회주의 일반 주민들의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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