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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유래된 단오 민속명절 아냐…철저히 쇠지 말아야”

북한 당국이 최근 ‘주체성’을 언급하면서 주민들에게 ‘중국에서 유래된 단오(端午)를 쇠지 말자’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중국을 견지하면서도 사상적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양강도 당위원회 기관지 양강일보사에서 지난 7월에 발행한 ‘우리의 민속명절이 아닌 단오를 쇠는 현상을 철저히 없애자’는 제목의 ‘정치사업자료'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단오는 중국으로부터 유래됐는데, 사대주의에 물젖은 조선봉건왕조 통치배들이 큰 나라에서 하는 것이라면 다 좋게 보고 그것을 받아들여 민속명절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는 생전에 김정일이 “우리가 주체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민족성을 지켜내지 못하면 혁명과 건설에서 자주성을 잃게 되며, 사람들이 머저리가 되고 결국 나라와 민족이 망하게 된다”고 말했다면서 “조선(북한) 사람도 아닌 다른 나라(중국)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은 날을 기념하여 쇠는 단오를 과연 우리 민속명절로 쇠야 옳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자료는 김정은도 최근에 “단오를 쇠는 현상을 없앨 데 대하여 간곡히” 말했다면서, “단오를 쇠는가 쇠지 않는가 하는 것은 단순한 실무적인 문제가 아니라 김정일의 ‘유훈’과 김정은의 ‘말씀’을 대하는 사상관철과 입장, 수행관념이 섰는가 서지 않았는가를 가르는 정치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단오를 쇠면 정치적으로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단오를 부각시켜 ‘주체성과 민족성은 나라의 생명’이라고 강조한 배경에는 최근 냉랭한 북중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북한은 중국이 올해 들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지난 5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중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중국을 직접 지칭하며 비난한 바 있다.

또한 단오와 관련해 정치사업자료가 나오게 된 또 다른 배경으로, 대북제재 속에서 사상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생산력 증대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도 나온다.

탈북민 A 씨는 24일 데일리NK에 “단오가 있는 5월은 모내기전투가 한창 때고, ‘부지깽이도 뛴다'고 할 만큼 바쁜 시기”라면서 “소수지만 단오라고 성묘나 들놀이를 가게 되면 작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없애기 위해 사상교양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치사업자료에는 “김형직군 라죽협동농장의 한 농장원이 단옷날인 지난 5월30일 “조상의 묘를 찾아야 만사가 잘 된다"고 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술과 음식을 준비해가지고 지난해 9월에 사망한 아버지의 묘에 가서 제사를 지낸 후 술을 마시고 출근까지 하지 않았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정치사업자료는 “기관, 공장, 기업소, 농장들과 친척, 형제들이 모여 들놀이를 하는 현상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강하게 투쟁하여 이런 행위를 하고서는 머리를 쳐들고 다니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고 촉구하며, “단오를 쇠는 것은 (중략) 우리의 사회주의제도를 전복하려고 미쳐 날뛰는 적들을 도와주는 이적행위”라고까지 표현했다.

대북제재 속에서 노동당이 제시한 각 분야의 생산목표를 달성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요소를 적극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한편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근절되지 않은 미신 행위도 단오와 관련한 정치사업 자료가 나온 하나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자료는 ‘갑산군 오일군에 사는 한 농장원과 어느 기업소의 노동자가 “단옷날에 피칠을 하고 집수리를 하면 집안일이 잘 된다”고 하면서 집에서 기르던 닭을 잡아먹거나 닭의 피를 목재 부위에 바르고 집수리’를 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대해 다른 탈북민은 “(당국에서) 미신행위를 단속하지만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단오를 계기로 당과 근로인민들을 대상으로 교양자료가 나온 것 같다”면서 “사상적 통일성이 아직도 공고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읽혀진다”고 말했다.




김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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