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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선수단 미리 뽑아놓고 역량 및 사상훈련 진행했을 듯”
데일리NK 2018-01-23 16:56:43 원문보기 관리자 3771 2018-01-28 11:46:46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출전을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피겨스케이팅 페어, 여자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크로스컨트리, 알파인 스키 등 5개 종목, 22명의 북한 대표 선수들이 한국 땅을 밟게 됐다. 북한 선수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8일 전인 2월 1일까지 강원도 강릉과 평창에 마련된 올림픽 선수촌에 입소할 예정이다. 

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이 확정된 북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을 하고 있을까. 데일리NK는 22일 북한 국가대표 선수 출신 탈북자 이지영 씨를 만나 국가대표  선발과정과 훈련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갑자기 평창에 출전하게 될 북한 선수들, 지금 어떤 훈련 받고 있을 것 같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선수들의 출전이 확정됐다. 하지만 아마도 북한은 출전을 가정하고 몇몇 부문의 선수들을 미리 선발하고 훈련시키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 선수들은 자기 종목에 대한 역량강화 훈련도 하겠지만 국제대회이고 더욱이 남조선(한국)에 파견되는 만큼 철저한 사상 교육을 받고 있을 것이다. 사상 교육의 목적은 북한 체제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한국에 대한 환상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에 있다. 이번에 출전하는 북한 선수들은 사상 교육과 실전 훈련에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국제대회에 출전한다는 그 자체로 굉장히 설레지 않을까 싶다.” 

-여름에 경기가 없는 동안 동계스포츠 종목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하나.

“내가 소속돼 있던 지방 선수단에도 쇼트트랙과 피겨 선수들이 있었다. 지방에는 빙상 경기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훈련이 쉽지 않다. 그래서 동계스포츠 종목 선수들은 여름에는 산을 탄다든지, 바다 수영을 한다든지 체력 훈련만 한다.

북한에서 피겨 종목의 경우 4-5세 정도의 굉장히 어린 나이부터 훈련을 시킨다. 종목 특성상 뼈가 굳기 전에 유연성을 훈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예술체조 부문의 기술력이 높아서 피겨에서도 기술 교육 수준이 낮지 않다. 그러나 1년 내내 훈련할 수 있는 빙상장이 많지 않고 동계 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미미하다 보니 국제경기에서 겨룰 만큼 역량이 발전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를 어떻게 선발하나.

“종목마다 다르지만 보통 체육구락부 감독에 의해서 선발되거나 공화국선수권대회 같은 전국체전이나 만경대상경기대회, 보천보상경기대회 같은 큰 경기에서 종합팀 감독이나 심판에 눈에 들어 국가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돈이나 권력을 이용해 종합팀 선수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락부 양성과정을 거친 엘리트 선수들이 자력으로 국가대표 선수가 된다.”

-북한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위상은 어떤가.

“내가 북한에서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던 90년대만 해도 월급이 일반 노동자의 3배 정도 됐다. 북한도 주전 선수인지, 후보인지에 따라 월급이 차등 지급됐는데 국제 경기에 주전 선수로 활약을 하면 일종의 보너스 개념으로 특별 급여를 더 받았다.
 
월급도 일반 선수들보다 많지만 무엇보다 평양에 갈 수 있다는 게 지방 선수들에게는 가장 큰 특권이다. 일반 주민들은 평생에 한 번 평양 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큰 경기가 있을 때마다 평양에서 훈련하고, 더욱이 국가대표가 되면 국제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 해외에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북한 선수들은 로망으로 생각한다.

일단 북한에서 선수단 소속 운동선수로 생활을 하면 기본적으로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고 운동복과 장비도 제공을 하지만 국가대표가 되면 지방 선수단 보다 훨씬 좋은 시설에서 훈련받고 고기반찬 떨어지지 않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과거에도 운동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좋았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더 좋아졌을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농구, 스키 등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하고, 체육 정책에 대한 강조를 많이 하니, 자연스럽게 위상이 올라갔을 것이다.”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어떤 보상이 주어지나.

“북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경우가 알다시피 많지는 않다. 어려운 일인 만큼 큰 보상이 주어진다. 선수는 기본적으로 공화국 영웅이나 노력영웅 칭호를 받고 노동당에 입당도 시켜준다. 그리고 평양에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주고, 벤츠 같은 외제차도 한 대씩 지급한다.

이처럼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인생이 바뀔 만큼 좋은 보상을 받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해외에 나와 본다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일생일대의 큰 경험이자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한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되나?

“국가대표 선수가 되면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는 결혼을 할 수 없다. 대체로 여자는 26세 이전에 결혼할 수 없다. 국가 대표에 선발된 만큼 일정 기간 동안 국가에 헌신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다만 북한에서 운동선수들의 삶에 대한 안정성은 보장된 편이다. 국가대표 출신은 선수에서 은퇴하더라도 주요 선수단 감독이나 코치로 계속 직업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국에서 외화벌이 자리를 알아봐주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북한 선수들의 모습. /사진=연합

-이번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하키팀이 남북 단일팀으로 뛰게 됐다. 어떤 생각이 드나.

“그 소식을 듣자마자 사실은 마음이 뭉클했다. 한국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박탈하고 북한 선수들에게 그 자리를 내 줄 필요가 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이것도 맞는 이야기지만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한국 선수들도 북한 선수들을 통해 배우는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지방 실업팀에서도 선수 생활을 해봤는데 한국과 북한의 선수들은 환경도 다르고 운동을 대하는 자세도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 물론 한국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질 높은 기술적 훈련을 받고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강압적인 훈련을 받는 만큼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정신력이 강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서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줘서 역량을 높여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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