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체육통치술’…내부결속·체제선전에 적극 활용 |
---|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이른바 ‘체육 강국 건설’이라는 기치 아래 국가 스포츠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데니스 로드맨 전 미국 농구선수를 초청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듯 스포츠광으로 알려진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체육 시설을 개선·확대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평양에 체육인 전용 아파트를 건설해 체육인들의 사기를 북돋기도 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15일 데일리NK에 “김정일은 문화예술로 자신의 상징성을 드러낸 반면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상징성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며 “집권한 후에 ‘스포츠 강국’을 만들겠다 천명하고, 이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모습을 볼 때 김정은은 스포츠에 상당히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집권 직후인 2012년 11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체육정책과 체육사업을 총괄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에 장성택, 최룡해 등 핵심 측근들을 앉힌 것도 스포츠에 대한 집착을 엿볼 수 있는 근거라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대북제재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김정은이 스포츠인을 지원·육성하고 관련 시설 확충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스포츠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데에는 나름의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대내적으로는 체육시설을 확충함으로써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애민(愛民) 지도자상을 부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정은 집권 후 인민 야외빙상장과 롤러스케이트장, 농구장·배구장을 갖춘 능라 인민체육공원 등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국가 체육시설이 조성됐다. 아울러 북한은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이를 김정은의 영도력에 의한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애국심과 충성심을 고취해 주민통합과 내부결속을 꾀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15년 김정은이 동아시아축구연맹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여자 축구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평양 순안국제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가고, 이에 선수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 소장은 “체육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내부결속은 물론 김정은의 지도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축구 유망주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점도 체제 선전 및 외화벌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경우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는데다 계약금과 연봉을 따지면 연간 상당 수준의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김정은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체제 선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을 진행한 것도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평가다. 실제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식령스키장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건설 과정에서 아동착취 문제가 제기되는 등 북한인권 유린의 온상으로 지적됐던 마식령스키장의 현 모습을 대외에 드러냄으로써 국제사회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외화벌이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게 다수의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해 강 대표는 “북한은 스포츠가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고립이라는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신고 0명
게시물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