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예술단, 평양서 南노래 열창?…“정상국가 이미지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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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했던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지난 16일 평양 귀환 공연시 한국에서 불렀던 한국 노래를 무대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하고 자본주의 문화 유입을 통제했던 북한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신은 또 “화해와 단합의 계기를 좋은 결실로 맺게 하기 위해 예술적 기량으로 음악 세계를 펼쳤다”며 “남쪽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여러 곡의 남조선(한국) 노래들도 무대에 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술단이 부른 한국 노래의 곡목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지난 8일과 11일 진행된 강릉, 서울 공연에서 이선희의 ‘J에게’, 왁스의 ‘여정’,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설운도의 ‘다 함께 차차차’ 등 한국 가요를 무대에 올린 바 있다. 귀환 공연에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비롯한 당 중앙위 간부들과 예술 부문 일꾼들, 창작가, 예술인들이 참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일반 주민들을 참석시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당 고위 간부와 일부 예술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공연이나 북한에서 공식 무대에 한국 가요를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 주민의 문화적 요구가 높아진 것에 대한 불가피한 허용의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정상 국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북한 예술단이 평양에서 한국 가요를 부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19일 데일리NK에 “한국 가요를 공식적인 무대에 선보이면서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북한에서 한국 노래도 중국이나 미국 노래와 마찬가지라는 걸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면서 “이를 통해 북한은 남북 관계를 민족적 특수 관계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재정립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이번에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헌법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파견한 것도 국제 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같은 연장선상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지연관현악단이 평양에서 귀환 공연을 진행한 것은 대내적인 선전 효과를 의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 파견됐던 예술단 및 고위급 대표단이 한국에서 큰 환영을 받았으며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며 “이는 북측이 의도한 대로 한국이 수긍했다는 형태의 선전선동 효과를 노리는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이번에 북측 예술단이 부른 한국 가요들을 보면 대부분 자본주의 문화나 체제와 상관없이 정서에 호소하는 사랑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그 정도는 수용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매체가 남조선 노래를 무대에 올렸다고 밝혔을 뿐 곡목을 자세히 밝히지 않은 것은 한국 노래에 대한 인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남쪽에서 각광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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