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뭄피해도 人災…주체농법이 피해 키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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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평양 이남 지역에서 농작물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고 지난 주말부터 조선중앙통신 등 주요 매체들이 전하고 있다. 평소 '알곡생산 전투'와 '자랑찬 성과'를 내세웠던 북한이 농작물 피해 상황을 보도한 것은 그만큼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에서는 가뭄이 지속될수록 밭작물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시기 모내기를 해야 하는 논에 담수(湛水)를 하지만, 비탈진 능선에 조성된 밭에는 물 공급이 쉽지 않다. 북한은 가뭄에 대비해 1970년 중반 무렵부터 관수(灌水) 체계를 갖췄지만, 이를 위한 양수기나 수관(철관)이 용도가 변경되거나 파손 및 절도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작동이 멈춘 상태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농업기반시설 파괴로 인해 자연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을 하나의 원인으로 꼽지만 더 큰 문제는 북한의 농업정책에서 찾고 있다. 북한의 주체농법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이다. 주체농법은 주체사상에 근거해 식량자급을 목표로 하는 영농법으로 옥수수를 비롯한 모든 밭농사에서 '영양단지'(모종)로 심을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직파(直播·종자를 땅에 직접 뿌리는 방법)할 경우 정치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 주체농법을 지시한 김일성에 대한 불경죄(不敬罪)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영양단지는 초기 발육을 위해 영양공급을 보장하는 방식이지만, 지금처럼 가뭄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생육을 방해하는 독(毒)이 된다. 직파의 경우 그마나 땅 속에 남은 수분을 흡수할 수 있지만, 건조한 상태로 과밀 상태인 영양단지는 오히려 작물의 수분 흡수를 방해한다. 황해도 지역은 5, 6월에 옥수수를 밭에 옮겨 심는데 지금 이 시기에 가뭄이 들면 영양단지의 피해가 커지게 된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가뭄이 짧게 끝나면 상관 없지만 장기화되면 영양단지의 문제점이 커진다"면서 "영양단지에서 밭에 옮겨 심을 때 모종이 수분을 섭취하지 못하면 가뭄 피해는 더욱 커진다"며 주체농법의 취약성을 설명했다. 가뭄이 지속되면 영양단지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는 현상이 발생한다. 직파의 경우 싹 트는 시기가 며칠 늦어지는 정도지만 말라 죽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협동농장은 김일성의 교시에 따른 영양단지를 고집할 수밖에 없지만, 산을 개간해 만든 개인 소토지의 경우는 직파 방식으로 밭작물을 심고 있다. 그래서 탈북자들은 개인 소토지는 피해가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가뭄 대처는 말 그대로 육탄전이다. 북한에서 봄 가뭄은 거의 매년마다 겪는 일이기 때문에 농촌지원 총동원 기간, 낮에는 모내기에 집중하고, 저녁 이후인 밤과 새벽 시간에는 옥수수 밭에 물을 대는 일을 한다. 낮에 물을 주면 바로 증발해 버릴 수 있어 밤과 새벽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강가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는데, 주민들은 바케스(양동이), 학생들은 빵깡(10~20리터 비닐용기)을 이용한다. 주민들은 밭작물 물공급을 농촌지원 총동원 기간 가장 힘든 작업으로 여긴다. 그런데 자기 일처럼 열심히 일을 하지 않으니 지원에 나선 학생들이나 노동자들도 물을 줬다는 흔적만 남길정도만 일을 한다. 때문에 가뭄 극복이 말에 그칠 공산이 작지 않다. 북한 당국이 50년 만의 가뭄이라며 이번 피해를 마치 자연재해인 것처럼 선전한다. 벌써부터 올해 농사 실패 책임에서 비껴가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국에서 '주체농업'을 추진한 결과다. 한 탈북자는 "김일성이 죽어 이를 바꿀 수도 없으니 난감하다"면서 "김정은은 또 김일성 흉내 내는데 바빠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죽은 자가 산 사람을 잡아 먹는 상황이 농업 현장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영양단지를 이용한 옥수수 모종 생육 방법=먼저 밭갈이를 한 다음 포전(밭)에 강냉이 영양단지 자리를 반듯하게 만든다. 퇴비, 부식토, 객토, 소토재 등을 채로 치고 질소 비료를 한데 섞어 물을 부어 섞는다. 두 개짜리 영양 단지 기계로 찍어서 차례로 놓고 그 안에 강냉이 씨를 한 알씩 넣고 구멍을 부식토로 덮는다. 그 다음 물을 뿌리고 비닐을 덮는다. 영양단지를 조성하면 도난 방지를 위해 경비를 서야 한다. 강냉이가 싹이 트면 비닐을 낮에는 열어 주고 밤에는 덮는다. 모종이 자라면 밭갈이 한 이랑에 구덩이를 파고 영양 단지를 한 개씩 놓는다. 비료가 있으면 뿌려주고 물을 준다. 그리고 하나씩 복토한다. 최송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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