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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 北에선 고생문 열리는 달

 서울에 처음 와서 5월 달력을 보고 무척 놀랐다. 신록의 5월은 어린이날을 비롯해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 이색적인 날들이 많다. 소중한 가족을 위한 시간이 많아 '가정의 달'이란다.

 

당시 미혼이었던 나로서는 감동 그 자체였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 바로 민주주의 국가임을 서울에 와서 알았으니 말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북한에도 '가정의 달'이 있느냐?"고 묻는다. 한마디로 눈 씻고 찾아봐도 비슷한 것도 없다. 내가 살았던 북한의 5월은 '고생문'이 활짝 열리는 달이다. 북한은 60여년 빛 좋은 '사회주의'와 허울뿐인 '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판의 후진형 농업국가다.

 

아직도 많은 농사일을 수작업적으로 진행한다. 벼 모내기도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꽂으며, 옥수수 파종도 마찬가지다. 북한 농업의 기계화 비율이 50% 정도라지만 이마저도 전기·원유 사정으로 대부분 고철덩이 신세다.

 

공장 제조품과 달리 농사만큼은 적절한 때를 놓치면 절대 안 된다. 하여 많은 사람이 벼 모내기 전투에 40~60일간 참여한다. 공장 노동자는 기계를 멈추고, 학생들은 펜을 놓고, 심지어 군인까지 총을 놓고 '농촌지원 전투'에 동원된다. 대략 각 부문의 인력 50% 정도가 차출된다.

이때 생기는 풍조가 어떻게 하면 농촌지원을 기피하느냐는 것이다. 내 경우도 술·담배를 뇌물로 바치고 그 기간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불법적인 장사를 했던 것이 더 유리했다. 철저히 날씨에 좌우되는 농사인 만큼 늦어도 6월 중순까지 벼와 옥수수 심기를 끝내야 하고 7월에는 본격적인 '김매기 전투'에 돌입한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고 9월과 10월이 되면 '가을걷이 전투'에 매진한다.

 

이것은 어디까지 5월에 시작하여 10월에 끝나는 농촌지원기간 중의 일부 전투이다. 이외에도 최대 명절인 김 부자 생일은 물론, 각종 기념일마다 북한 주민들을 들볶는 다양한 전투가 이어진다.

 

동절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달에 거의 다 있다. 결국은 인민들이 약간의 잡생각도 못하도록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다.

 

평양에서 옥수수죽을 먹으며 5월이면 '농촌기피 연구'에 몰두했던 내가 서울에 와서 '소중한 가족의 행복 연구'를 한다.

 

남과 북의 5월이 이렇게 다르다.

 

2011년 5월 4일 림일 탈북작가 / 조선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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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ip1 좋아하는 회원 1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답변 | 삭제  2011-05-11 18:50:17 
이제 5월하고 6월 중순까지는 북한이 농사 준비로 전군, 전국민이 총동원 되다시피하니 전쟁은 안 일어 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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