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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유
동지회 22 1814 2005-12-12 19:20:02
다름아닌 내것이면서
날때부터 우리에게 없었던 그것
시장 통의 물건이 아니면서도
우리의 부모들이 빼앗긴 그것
배고픈 자의 설음만이 아니다
하소하는 자의 소리죽인 한숨도
아니, 그것 없이는 살아도 죽은 목숨인 자유를!
자유를 부르며, 목놓아 부르며 사라져간 어린 넋이 여기에 있다.

흙먼지 자욱한 저 팔월에 사막
한 모금의 물과 단 한조각의 빵을 숨줄처럼 움켜쥐고
철민이는 가고 있다
백 리도 아니고 이백리도 아닌
천리, 또 천리...
목 타는 사막 우에 길 아닌 길을 열며
열네살 철민이는 가고 있었다.

엄마처럼 굶어 죽기 싫어서
한 많은 세상 떠나면서도 거적에 말린 채
산 기슭에 그냥 버려지기가 싫어서
이제 고향산천을 뒤에 두고 두만강을 건넜던
어린 소년은, 소년은 다시 몽골의 국경 넘어 아스라한 사막을 헤치며 간다.

하루, 또 하루
불 먼지 속에 희어 가는 달빛처럼
정신은 가물거리고, 움켜쥔 마지막 빵조각 마저
맥없이 손에서 미끄러진 때 소원하던 것, 염원하던 것
열네살 철민이는 간절히 속삭인다
- 나 죽더라도 남조선에 가고 싶어요

...하루길이였다, 이제 열흘을 이겨내고 남은 단 하루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그 앞에서
생사의 경계를 헤매야 했던 어린 철민이
마르고 터진 입술 사이로 또 다시 소원처럼 속삭이는 말이 있다
- 나 배고프지 않고 실수 있는 그런 나라에 살고 싶어요
- 나 죽더라도 그 나라로 데려 가 주세요

배고프고 못 배운 원한만 우리 곁에 남겨두고
이름없는 사막 한 가운데 봉분도 없이 떠나간 철민이...
동무여 그 아이는 나였다, 너였다
자유를 부르다 쓰려져 간
북녘의 우리 형제들 이였다.

다름 아닌 내 것이면서
날때부터 우리에게 없었던 그것
시장 통의 물건이 아니면서도
우리의 부모들이 빼앗긴 그것
배고픈 자의 설음만이 아니다
하소하는 자의 소리죽인 한숨도
아니, 그것 없이는 살아도 죽은 목숨인 자유를!
자유를 부르며, 목놓아 부르며
틀어쥔 주먹이 여기에 있다.

2004년 2월 설송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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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관순 2006-04-07 12:19:07
    또 울었습니다. 나는 왜 이 시를 이제야 접했을까요? 우리의 무심이, 무정이
    세월을 이리도 신속히 흐르게 했나 봅니다. 나는 요즘 매일 웁니다. 탈북동포들의 글에도 노숙자의 글에도 웁니다. 내 무심과 무정이 깨져나가 아-아, 엉엉 웁니다. 내 눈물에, 막혔던 남한 정부도 중국당국도 사람의 마음이 터져나오라고, 하늘이여 들으시고 문을 열어주시라고, 이제는 그만 끝내 달라고 울고 또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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