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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두만강이여
동지회 2 3056 2006-11-02 10:10:39
두만강이여 이제 널 굽어볼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인 내 삶
너도 알고 있노라
너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임을

너는 오늘도 내 발밑을 감돌아 흐른다
유유히 그리고 뻔뻔스럽게도
토끼를 본 여우꼬리 마냥
너는 오늘도 너털웃음 지으며 우릴 삼키려 하거늘
그래서 우리는 너를 저승의 강이라 일컷느니라

너 이제 뭘 더 원하기에 그리도 여백인 것이냐
너 이미 우리의 모든 것 앗았거늘
우리는 너에게 모든 걸 다 주고 왔거늘
명예도, 웃음도, 희망도, 그리고 세월도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도 우리는 너에게
깡그리 바치고 떠나 왔거늘
무엇이 그리 아쉬워 그리도 태연히 유혹하는 것이냐

물위에 출렁이는 엄마의 따스한 미소로
군대에서 갓 귀가한 막내아들의 야윈 모습으로
소꿉시절 첫사랑 순애의 해맑은 미소로
너는 오늘도 끊임없이 유혹한다 너 저승의 품으로
조국이라는 좋은 허울로 손 저어 부르나니
너 이제 그만 그 손을 내려다오

이제 우리 더 버릴 것도 잃을 것도 없는 빈털터리 신세
너는 이미 깡그리 삼켰지 않았더냐
사랑을 버린 나그네 울음소리도
자식을 여윈 아낙네의 통곡소리도
부모를 버린 자녀의 울부짖음도
그리고 자녀를 잃은 부모의 가슴 찢는 소리도
그 모든 아픔과 괴로움, 슬픔과 분노들을

그래서 너는 원한의 강, 너는 저승의 강
너를 두고 이승과 저승이 오가는
그래서 너는 무덤의 강이니
너 이제 그만 멈추어라 그리고...
저 애처로운 울부짖음 너도 귀좀 기울여다오

너 이제 그만 흘러서
어린 젖먹이 앙상한 뼈마디에
날리는 파리떼나 씻어다오
죽어가는 굶어 여윈 나그네의 눈언저리
악착스레 갉아먹는 모기떼나 씻어다오
창백한 야윈 얼굴에 때없이 하얗게 되어버린
저 시장소년의 머리를 감겨다오
그냥 내 발밑에서 웃고만 있지 말고서

그런 검이 있다면 나는 너를 칼로 베이고 싶다
그리곤 짓뭉개이고 싶거늘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너를 깡그리 삼켜버리고 싶고
그리고 할수만 있다면 아삭아삭 씹어 내뱉고 싶다

수와 상극의 상식이 없다면 그래서
내가 할수만 있다면 너를 불사르고 싶고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너 위에
새로움을 역사하고 싶은 줄 너는 아느냐

이제 우리가 흘린 눈물로
이제 우리가 흘린 땀방울로
이제우리가 흘린 피로
또 하나의 강을 역사하리니
강이여 역사하시라

강이여 역사하라 그래서 저승의 사자를 집어 삼키어라
강이여 역사하라 그래서 저승의 천사를 구원하소서
강이여 역사하라 그래서 저 언덕위에 천국을 세워주소서
........ ...... ......

허나 너를 볼 수 있어서
우리는 또 살아있음을 느끼거늘
너를 건너 이 땅에 내가 숨쉬고 있어서
너를 이젠 이승의 강이라 불러주고 싶은 이 마음
너는 그저 산천일 뿐 너는 그저 내 조국강산일뿐
미움도 그리움도 슬픔도 원한도 가시였음 좋겠노라

너는 아름답게 그저 강이였음 좋겠다
너는 그저 내 발밑에서 그냥 강으로 흘렀음 좋겠다
아프고 또 아프고 이젠 저미어 오건만 그래도
이제 우리 먼 옛날 추억이라
옛말 하면서 살았음 좋겠다
때로는 너에게 우리의 발 담그고 옛 시조 읊으면서
그러면서 그냥 살았음 좋겠다

이제 더 이상 우리를 울리지 않았음 좋겠다
이제 더 이상 배고픔을 모르게 했음 좋겠다
더 이상 아프지 않았음 좋겠다
이제 더이상 외롭지 않았음 좋겠다

그래서 그냥 너를 감싸안고 웃었음 좋겠다
그리고 하염없이 너에게 몸을 맡기고
세상원한 다 씻었음 좋겠다
그래서 실컷 웃었음 좋겠다
우리 모두가 얼싸안고 기뻐하며 춤을 추었음 좋겠다
그리고 허무하게 지나간 세월 너에게서 되찾고 싶어라

고사리같이 피여나다 쓰러진 어린 영혼도
인제는 편히 눈감게 했음 좋겠다
어린젖먹이 앙상한 뼈마디도
이제 그만 보였음 좋겠다
나 보고파 우는 우리엄마 눈언저리에
눈물도 앗았음 소원 없겠다

오늘도 너를 그리며 또 울었다
너를 건너온 우리 모두가 눈물을 훔친다
용서로 사랑으로 그리고 속절없는 추억으로
너를 따뜻이 감싸안는다
너도 우릴 부디 감싸다오
내 고향으로 가는 지름길이기에

2002년 5월 두만강가에서 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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