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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픈 가을의 편지
동지회 8 4214 2006-12-14 09:30:37
북한은 우리에게서 직업을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았습니다.
우리는 그 땅에서 삶을 포기하여야만 했습니다.
조국의 진미를 모르는 맹인충신들이 어느 날 난데없이 교수형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죄명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 채 …….
이제 그 영혼들을 깨우고 싶습니다.



당신을 처음 만나던 그 가을은
너무 화려 했습니다

강산은 우리의 사랑처럼
단풍에 물젖고
새들은 우리의 사랑을
귀찮게 노래 불렀습니다

당신과 사랑하던 그 가을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철새도 떠나길 아쉬워하며
떠나는 가을을 붙잡았습니다.

당신이 떠난 뒤 다섯 번째 이 가을은
그냥 지는 낙엽뿐입니다
낙엽은 땅으로 흩날리고 바닥을 쓸며
저 멀리로 달아나버립니다
…….
당신처럼!
…….

마치도 나의 마음에 아직 남은
떠나간 당신의 추억을 지우듯이
그리고 그 사랑의 아픔을 싣고
멀리 멀리 날아 가버립니다

이제 가을은 너무 외롭습니다.
그리고 너무 아픕니다.
너무 아파서 이 가을이
다신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해마다 맘속에서 지웠건만
어느 샌가 새록새록
내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그리곤 가슴속에
깊이깊이 뿌리를 내리네요.


이제 이 아픈 가을은
눈물만 흘립니다.

아픈 나의 마음속에서
새록새록 다시 사는 당신에게
물을 주고 싶은 내 마음처럼

아프고 괴로워서 몸부림치며
가을 하늘도 슬피 웁니다.
당신을 그리는 나처럼
밤새여 눈물을 흘립니다.

당신은 너무 큰 것을
잊고 갔습니다.
사랑한다면 마음을
갖고 가야 했습니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추억마저 걷어가야 했습니다.

새삼 당신이 미워집니다.
당신을 몰랐더라면
가을이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겁니다.

당신을 몰랐더라면
겨울이 이렇게
무섭지는 않았을 겁니다.

당신이 너무 밉네요.
어서 가서 다시 오지 마세요.
다신 날 울리지 마세요.
가을은 너무 아파요

2006년 12월 14일 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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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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