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강메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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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저 불쌍한 꽃망울들을 만리장성은 차디찬 고드름 속에 잠겨 두렵니까.
그 애들이 가슴속에 싹튼 한강으로 보내주면 안됩니까. 장성이 따뜻하다면 이런 말도 안 하겠습니다. 만리나 되는 당신의 속통이 그리도 좁은 줄 몰랐습니다. 똑부러진 이유도 없이 그저 그렇구그런 대동강과의 인연 때문에 그 꽃망울들의 가슴에 한을 심어 준다면 당신은 영원히 만리 장성이 아닌 저주의 담벽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말라고 이 글을 지었습니다. 온 세상이 다 아는 만리장성이 체통이야 지켜야지요. 한강메아리 분명한 겨울임에도 무척 더운 날씨 이 나라의 후덕함인가? 한강의 푸른 물은 얼 줄을 모르고 어디라 없이 쭉쭉 뻗어나간 대로엔 형형색색 자동차무리 줄쳐 흘러내리고 밤거리는 스쳐봐라 눈여겨보다간 눈 뿌리 빠질라 쉴 새 없는 네온색등, 현란한 불빛은 음악에 맞춰 으쓱거리는 그네들 얼굴에 아름다운 무지갯빛 심어주고 가슴속엔 장밋빛 사랑도 안겨 주고 풍요의 삶위에 얹혀지는 행복 향수로 밤이 없는 서울의 거리엔 약동의 힘 넘치고 슬기로 뭉쳐진 민족의 정기 스스럼없이 쉼 없이 흐르는구나. 하나 내 눈엔 눈물이 흐른다. 쉬임없이 끊임없이 줄쳐 흘러내린다. 눈만이 아닌 깊고 깊은 이 가슴속에도 풀 수 없는 한이 되어 쏟아져 내린다 분이야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바람세찬 만리장성의 들가에 봉분도 없이 너를 묻고 한잔 술조차 부울길 없어 눈물로 잔을 채워 네 영전에 붓고 돌아설제 엄마의 눈에서는 눈물도 말라 피를 흘렸다 너에게도 대동강은 있었지 반짝이는 불빛도 있었고 조국이라 부르는 푸르른 하늘도 있었고 어머니라 부르는 기름진 대지도 있었다. 그러나 거기엔 너를 품어줄 따스함은 없었다. 아, 내 너를 폭신한 매미의 이 의자에 정히 앉혀 이 넓은 비단길로 한번 시원히 드라이브라도 시켜 주었대도 평생의 한을 봄눈 녹이듯 풀련만 아쉽구나. 그렇게 가 버렸으니 고사리 같이 여윈 손가락을 꼽아가며 그 거친 동굴 속에서 동냥 떠난 어미를 기다려 하나 둘 벽에 드리운 고드름을 떼어 모을 때 그래도 닥친 죽음의 공포보다는 희망으로 작은 가슴 채우던 내 딸 분이 찬 누룽지라도 얻어오면 꽁꽁 씹으며 엄마 넘 근심마. 고생 끝에 낙 온다구 해 놓고선. 이제 한강물에 배 띄우고 엄마 나 같이 탄다며? 해, 그땐 엄마 노 저어라 난 손으로 물장구칠래. 그래두 되지? 응 한번 보지도 못한 한강이 어느새 그애 가슴에 깃들었는지 작은 인생 뛰놀며 늘 보아오던 대동강은 어느새 그애 가슴에서 사라졌는지 메마른 강은 너무도 일찍 어린 가슴에 못을 박았다. 가물거리던 초불처럼 겨울의 이름 없는 들꽃처럼 어미의 굶주린 품으로서는 스러져 가는 그 애를 살릴 수 없었다. 거인 같이 앞을 막은 만리 장성이 하도 야속해 눈도 감지 못한 어린 분이의 절규 엄마 나 한강 보구파 그러던 그 애를 장성은 차디찬 땅속으로 밀어 넣었다 한 방울의 눈물도 없이 자그마한 후회도 없이 물어보자 만리 장성아 네 무슨 원이 있어 그리도 모진 것인지 네 품에 흐르는 장강도 대동강과 쌍줄기를 이루었더냐 한이 깊어 내 눈엔 한 떨기의 꽃을 보아도 절규의 고함을 터뜨린다 그 화려한 꽃속에 소담한 꿈 한번 실어 보지 못하고 작은 망울 한번 터뜨려 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스러져간 가여운 생명 앞에. 나는 오늘도 한강물 담아 실은 매미차 타고 비명에 잠든 꽃망울 속으로 질주한다 장성에 갇힌 무수한 들꽃들 속으로 맹 질주한다 거세게 울리는 한강의 메아리를 등에 싣고 2007년 2월 22일 이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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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죽어가는 그애들이 왜 안 불쌍하겠노 허나 할수 없어 이해하라우
싫으면 그냥 너들 땅에 있는 38도선으로 넘어 가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