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눈물의 끝은 어디(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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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형의 이슬로 사라진 그녀를 추모하여 [북한에서의 시범사형] 그건 죄가 중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던 고장에서 너무 배고파 쌀 두키로 반 정도 훔치고 총살 당한 청년도 있었다. 한때 한달이 지나기 무섭게 연속 나붙은 보안서 포고문 뒤에는 꼭 시범총살이 따라다녔다. 법이 위엄을 과시하기위해 인명을 가지고 장난한 천인공노할 그 만행을 역사는 기필코 계산할것이다. 굶주림을 조장해놓은 그 악의 사회에서도 살기남기위해 최악의 길을 걷다 비명에 죽은 그 모든 영령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나는 이글을 썼다. 분이는 내가 만들어 낸 인물이 아니다. 실제 인물은 남자였지만 그는 사랑하는 자기 부인 앞에서 사형당했다. 구리줄 몇십메터 때문에 나이 30이 넘도록 북한정권에 충성했던 나의 친구 최성철은 그렇게 수만군중 교양감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부인은 그앞에서 남편의 머리에서 쏟아지는 뇌를 보고 까무라쳐 다시는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처단가족으로 버림받은 그의 두 아이도 지금은 중국의 어느 들가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 한편의 작품으로만 생각지 마시기를 빈다. 지금 이 시각도 때없이 일어날 대중학살 그 피바다 속에 검은 정체를 가리고 선군정치 강성대국의 명목으로 우뚝선 것이 바로 악마의성 북한정권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산다고 삶이라 생각지 말아주오 살아 있다고 생이라 말하지 말아다오 여인이여 너무도 이른 꽃나이에 가슴애 서린 눈물 붙안은 채 어린동생들 곁을 떠나간 그대의 한을 내 오늘 줄쳐 흐르는 내 눈물에 담아본다. 담아보면 가슴은 끝없이 젖어 올라 울분에 속 터짐은 저주에 이르고 분노의 활화산은 산야를 붉게 물들이노니 아, 그대의 생. 그대의 삶 그렇게 끝내기엔 너무도 아쉬워 대명천지 이 자유의 풍요한 터전에 다시 옮겨 놓을수는 없을까? 눈물의 끝은 어디 1 6월의 늦봄 힘겨운 보릿고개. 분이와 철이 주린배 움켜쥐고 이 새벽 산으로 오른다. 무성한 수풀속에서 혹여 먹을수 있는 나물이라도 있으려나 집에는 앓는 아버지. 쌍둥이 어린 자매 주림에 힘없이 누워 있고. - 누나 함짓골에 가면 닥지싹 있을까? - 그럼 있어도 많지 - 해, 좋구나 나, 오늘 닥지싹 실컷 뜯어 먹을래 이것 봐 소금도 가져왔어. - 그래 실컷먹어. 우리 오늘 많이 뜯어다가 아버지도 대접하고 영이와 순이도 실컷 먹여주자 응? 지난밤 폭우가 내렸으니까 나물들도 많이 돋았을거야. 자 빨리 가자. 쿡. 솟아 오르는 눈물 감추며 앞을 서는 분이의 처량한 모습 아, 언제면 동생들 작은배 주림으로부터 해방시켜 줄까. 하나 그녀의 소박한 소원은 갈수록 묘연하고 또다른 벼락이 그들 오누이를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시 보안서에 폭풍이 일었다. 갈매기, 갈매기, 갈매기 안나와? 제길 비상. 째지는 고함소리에 황급히 뛰쳐나와 열을 짓는 통신대원들 진호도 용태와 함께 대열에 섯다. - 에, 어젯밤 폭우에 제1호 경비 전화선이 끊어졌다. 진호와 용태 1조는 함짓골 방향으로 제2조는 돌밭골로 3조는 바닷가 쪽으로 출발 나머지는대기. 연락 오는대로 모두 출동이다. 기운차게 대답하는 대원들, 알았습니다. 함짓골에 들어선 오누이 반나마 넘어진 전주대 앞에 섰다. 넘어져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끊어진 전화줄 하나 땅에 늘어진 그 구리줄을 보는 철이의 두 눈이 반짝 빛을 뿌린다. 끊어진 부위의 노란 빛도 철이를 향해 반짝 빛을 뿌렸다. 순간 욱 치달아 오르는 욕심 저것만 끊어 가면, 저것만 끊어 가면 유혹은 순간에 어린 철이를 포근히 감싸 않는데 저도 모르게 한발 두발 동선을 향해 다가간다. - 철이야. 너 왜 그러니 응? - 누나 우리 저것 열발만 끊어가자. - 무얼? - 저 구리줄. 한미터면 쌀 한키로야 그냥 지나칠순 없잖니 응? - 그건 안돼. 넌 거리에 나붙은 포고문도 못 봤니?잡히면 죽어 제발 그냥가자. - 누나 이대로 가면 우리식구 얼마 못가 다 죽어, 낟알 구경 해본지가 언제야. 퉁퉁 부어 모두 자리에 누웟는데 나물이나 그냥 씹고 어떻게 일어 나겠어. 누난 겁이나면 물러나. 난 혼자서라도 자르겠어. 까짓거, 아무래도 죽을 걸 밥이라도 실컷 먹고 죽어야지뭐. 열두살 어린 철이 어디서 그런 배짱 흐르는지 주저없이 전화선을 향해 다가서는데 안돼. 분이 결사 항전으로 막아선다. - 비켜 - 철이야. - 안 비키면 이 차돌멩이로 누나부터 치겠어 - 그래 나부터 쳐, 하지만 저것만은 안돼 잡히면 우린 죽어 죽는단 말이야. - 누나 여긴 우리밖엔 없어. 우리가 산에 오른걸 본 사람도 없고 -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걸 왜 몰라. 제발 좀 그만해라. 난 네가 제배 고프다고 국가 재산에마저 손을 대는 그런 나쁜 아인줄은 미처 몰랐다. - 뭐 국가 재산? 누나 국가엔 돈 많아 구리줄 몇미터 없다구 망하지는 않거든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군 이것 없으면 이제 곧죽어 그리고 우리에게 국가가 어디있어.어제도 내 동무 광이가 죽어 들것에 실려 나갔어 배고파 죽으면서까지 그렇게 아등바등 지켜야 할 국가라면 누나 혼자 지켜. 난 이걸 잘라 어린 동생들을 살려야겠어. 누난 벌써 잊었어? - 뭘?? - 식구들 살리려구 엄마가 잡숫지도 못하고 무거운 짐 지고 행상을 다니시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누나의 손목을 꼭 잡고 하신 말씀말이야. 아직도 내 귀엔 쟁쟁해. 분이야, 그렇게 애쓰며 돌아 다녀도 난 네 아버지께 이밥 한그릇 대접 못했구나 참으로 모진 세상이다. 어떻게 하든 꼭 살아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 남아야 한다 엄마는 이젠 더는 견디지 못하겠구나. 한편생 나라를 위해 일하다 저리된 네 아버질 끝내 건져내지 못하고 이렇게 가는 날 용서해다오. 허망한 세상이다. 이제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는것 같구나 당도 나라도. 부탁한다. 내가 죽더라도 아버지가 돌아 가시기전에 꼭 이밥 한그릇 대접 하려무나. 이제 내가 없으면 너희들이 누굴 믿고 어떻게 살아 가겠니. 그리곤 눈도 못감고 세상을 떠나셨어 누난 어떻게 생각 하는지는 몰라도 난 하나밖에 없는 아들로써 그 유언만은 꼭 지켜 드리고 싶어. 그러니 비켜. 철이야 처녀의 통곡소리 산야를 울린다. 풀잎에 맺힌 이슬도 눈물이 되어 떨어지고 돌아보면 가슴속엔 재만 쌓인다. 어이하랴 눈물의 이시대 헤쳐 나가기엔 너무도 힘에 부치고 양심의소리는 미미한 물곬마냥 연약하기만 하구나. 철이야 끊자. 비장한 분이의 음성 - 정말?!! 철이 쾅쾅 바위위에 동선 올려 놓고 힘차게 내리친다 아, 오누이야 쾅쾅... 너무도 일찍 죽음의 대문 두드리누나 계속 2007년 3월 9일 이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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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도 배고파 울고있을 수많은 철이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솟구쳐오르네요. 민주와 자유가 없는 땅, 생존조차 이루어가지 못할 저주로운 땅에 살
고있는 불쌍한 인생들을 위해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이 비통한 지난날의 현실에 우리는 피끓는 과거를 잊지 못하는가 봅니다.
글의 내용이 절절하여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