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또 하나의 아름다운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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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사랑하는 나
나에게도 너에게도 또 그에게도 고향은 다 있다. 꿈을 잊은 듯 길 한켠에서 웅크리고 있는 저 노숙자에게도 고향은 있으련만 아마 그도 나처럼 고향을 잃어버렸나보다. 아님 찾지 못해 저렇게 웅크리고 있나보다. 분명 헤어질 땐 저이도 나도 다시 만날 날이 있음을 약속했건만 이젠 기억 저편의 한 조각이 되어 힘든 상처만 남기고 고향에 대한 집착은 각이하다 이제 새해는 바야흐로 다가온다. 내가 나이 먹듯이 고향도 또 한살의 나이를 먹겠지 나는 내 나이를 알아도 고향의 나이는 모른다. 아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으니깐 내가 태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지금까지 나에게 아름다운 향기를 주고 있다. 괴로움의 호수에 빠져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작은 가슴이 산산이 터 갈라져 채울 수 없는 허무함에 삶의 온기와 변함없는 부드러움을 주는 내안의 너여 그래서 내가 이렇게 무리하게 집착하는 걸까? 이제는 그 향기를 멀리에서라도 느끼며 외로운 마음을 달래곤 한다. 그 향기마저 없었다면 아마 나를 지탱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고향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나여서 눈 감아도 지워지지 않는 가슴 아릿한 그대에게 흐릿한 눈빛으로만 너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눈물샘이 더 깊어진 듯한 고향에 가보고 싶다. 언제면 갈 수 있을까? 그러나 갈수가 없다. 갈 수 있다는 것은 그리움에 대한 마이너스가 아닐까 갈 수 없기에 더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정치가 무엇이고 이념이 무엇이기에 연약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 내가 왜 그 풍류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걸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또다른 미지의 세계 속에서도 그래도 또 하나의 아름다운 나는 늘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추겠지... 2007년 4월 19일 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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