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눈물의 끝은 어디(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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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거리엔 공시문이 나 붙었다. 산천초목도 비분에 떨 악의 공시문. 그 앞에서 사람들은 치를 떨었다. 범죄자 이분이를 총살함에 대하여 국가의 신경인 통신선을 절도한 범죄자 이 분이를 정부의 위임에 의하여 시 보안서는 내일 낮 정오 수성천 임시 사형장에서 시범적으로 공개 총살한다. 전체 시민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가하여 강성대국의 전진을 가로막는 범죄자의 종말을 통해 이 시대 공민의 의무와 사명감을 깊이 자각하라. 붉은기 높이 들고 나아가는 우리의 전진을 가로 막을 자 이 세상에 없다. 혁명도상에서의 있을 수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일시 방관한다면 주체 초석의 프로레타리아독재는 언제든 과녁의 중심을 명중할 것이다. x x x x년 x월 x일 xxx보안서장 xxx인 바람도 아니 부는데 너는 왜 떠느냐 백양나무야. 그래 너는 분명 알고 있구나. 때가 되면 억지로라도 떨어야 함을 밑 둥 잘려 쓰러지면서도 그 떨림을 멈추지 말아야 함을.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니다 알기에, 이제는 알았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는 것이다. 백양나무야 쾅, 쾅 두 주먹 터져 나가라 떨고 있는 네 몸 두드려 대는 이 맘 끝내 닥쳐 온 이 비극 앞에서 어쩌면 좋으랴 으흐흑,,, 진호 비분으로 몸부림친다. 이죽거리며 다가서는 또한 사나이 허, 왜 이러나? 분이 때문에?! -그래 용태 넌 지금 아무렇지도 않아? 뭘? 사형이야 응당한 것 아닌가? 응징의 보복이지. 이 시대 사람이면 다칠 것을 다쳐야지 포고문 뒤엔 죄가 있건 없건 총소리가 따른다는 것쯤은 알아야잖나? 미련하기란, 제 발로 미끼가 되다니. -그럼 넌 그때 분이가 잡히면 총살 될 걸 알면서도 그리도 냉정히 잡아 들였던 거야? 그게 내 공로지. 입대 전에 바치는 공로치군 좀 큼직한 것이 되어야잖을까. 윽, 어이 참을 수 있으랴. 야수 괴한. 악마 무슨 말로 단죄할 수 있을까. 피가 튄다. 살이 떨린다. 진호의 돌주먹 악당의 면상을 짓 조긴다. 튀어 오른 핏방울 유혈이 되어 새로 입은 그의 군복 적셔도 이미 피에 절을 대로 절은 것 아니던가? 아니, 아니, 아니. 절은 것이 아니었다. 그 군복. 그 군복 자체가 피였다. 피로 제조한 옷 아닌 옷이었다. 우르릉. 또다시 우뢰가 운다. 별빛 총총한 밤하늘에 때 아닌 뇌성이 운다. 그 별빛아래 갈팡질팡 헤매는 진호 터져 오르는 가슴 뉘라서 쓸어 줄 것이냐. 영롱한 그 별빛 순간에 덮어 버리는 칠흙의 어둠 뉘라서 걷어 낼 수 있느냐. 터벌, 터벌 발에 닿는 모든 것이 정녕 낯설어 보인다. 나서 자란 고향이건만 타향에 묻은 시체처럼 영혼은 깃을 찾아 헤매노니 정처 없는 발길은 어느덧 분이의 숨결어린 집에 이르고 무덤 속 마냥 괴괴한 정적에 묻힌 낡은 벽돌집 섬뜩한 느낌에 몸서리를 치며 진호 와락 문을 열어젖힌다. 날은 벌써 밝아왔건만 철이는 보이지 않고 죽은 듯 누운 쌍둥이 자매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기척이 없고 쥐들만이 살판 난 듯 방안을 맴돌이치는데 기겁한 진호 두 애를 잡아 일으켰다. 맥 풀린 눈. 파리한 얼굴빛. 죽음은 이미 영혼 속에 깊숙이 묻혀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는데 순이야, 영이야. 애타는 부르짖음 들었는지 말았는지 이러단 너희들을 죽이겠다. 얼마 전 끝내 숨을 거둔 아빠의 숨소리 아직도 쟁쟁한데 너희들마저 죽인다면 안 돼, 안 돼 진호 정신없이 뛰어 나온다. 김 서린 주방, 구수한 밥 냄새. 아, 아, 아 이것이 정녕 생명의 젖 줄기더냐. 이 냄새 못 맡아 그리도 소중한 생명을 저버린 이 땅의 수백만 인명들 눈 감으며 눈 감으며 과연 그 무엇을 생각하고 절규했으랴. 사감 어머니 밥 좀. -여긴 어른들 취사실인데 자네가 어인 일루? 알아요. 사연인즉,,,,,,, -알았네. 여기 묵은 밥 좀 있으니 가져가게 밥을 싸 주시며 푸념처럼 외우시는 말씀 -어이구, 어른들 한 끼 식사만 줄여도 애들 수십 명은 살릴 수 있으련만 누가 안 보게 조심히 나가라구. 밥으로 쑨 죽 한 공기 넘기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영이와 순이. 언제 그랬냐 싶게 해해 웃으며 진호의 목을 사뿐히 그러않는 사랑스런 아이들. 진호 밥보자기 싸며 애들을 타이른다. -여기 죽 많으니 어디 가지 말고 있어라 나, 오빠 찾아보고 올테니. 오빠 산에 갔을 거예요 부채마 캐러 -부채마? 응, 그걸 캐면 일대 일로 밀가루 바꿔 준댔어요. -알았다. 계속 2008년 12월 20일 이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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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떠난지 10년이 되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만하면 너무 두렵고 떨립니다. 아마 죽어도 잊힐것 같지 않습니다. 자유통일바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