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눈물의 끝은 어디(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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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 산중, 철이 곽지로 땅을 찍다 쓰러진다. 식은땀은 정수리를 적시고 반나마 채워진 배낭, 옆에 놓은 채 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는가? 영롱한 무지갯빛 타고 철이 앞에 나타난 엄마. 엄마,,, 아무 말 안하시고 그저 눈물만 흘리시며 오셨던 그 길로 다시 조용히 사라지는데 나도 함께 갈래, 왜 혼자 가는 거야. 엄마,,, 철이 눈을 뜬다. 한 마리의 늘메기 먹이 찾아 철이의 발밑을 지나는데 뿌옇게 흐린 망막을 뚫고 들어온 늘메기의 움직임 철이 번쩍 정신을 차린다. 엄마가 보냈구나. 안간힘을 다해 곽지로 내리 찍는 어린 소년 한 토막 두 토막, 생것으로 늘메기 살점 씹어 넘기는 소년의 얼굴에 드디어 혈색이 어리고 굶어 늘어진 동생들 삼삼 떠올라 다시 힘겹게 배낭지고 산길을 톱아 내려온다. 캐 모은 부채마 바치려 군중외화수매소에 들린 철이의 눈에 비쳐든 공시문. 아, 이 무슨 철의 뇌성인가. 누나가 사형을 당하다니, 이 무슨 마른하늘의 천둥이란 말인가? 누나 없이 고통 심은 삶 생각한적 없고 일일천추 풀려 날 그날만을 기다려 간신히 죽음의 문턱 비켜 왔는데 누나,,, 누나가 왜 사형 당해야 하나. 철이의 손에서 맥없이 떨어지는 배낭 소년은 정신없이 수성천 기슭으로 달려 달리는데 벌써 재판 공정은 끝나고 다섯 정의 총구가 일제히 누나를 겨누고 있다. 쐇, 구령만 내리면,,,,, 안 돼. 검은 말뚝에 매 달려 이미 초벌 죽음을 당한 누나의 시신 같은 몸체 앞에 소년은 장승처럼 버티고 섰다. 평시 소년의 모습이 아니었다. 연약한 소년의 모습 찾아 볼 수 없었다. 때 없이 박히는 검은 말뚝 웬 말이냐.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누가, 누구에게 준 권한이 있어 이 같은 살인 행위가 백주에 공공연히 자행되는 것인가. 내 누날 왜 죽여. 죽을 만큼 죄 진 것 절대 없어. 근데 왜 죽여. 동선 자른 건 나야. 그것도 그 자리에서 돌려주었는데 이건 도대체 뭐야. 시범? 시범은 뭐야 그게 왜 필요한데 안돼, 죽이지 말어. 누나 없으면 쌍둥이 내 동생들 다 죽어. 배급도 없는데 누나 없이 어떻게 살라는 거야. 엄마도 죽고 아빠도 죽었어, 이게 무슨 법이야. 눈에 거슬리면 바로 내다 죽여도 되는 거야. 안 돼,,, 내 누나 죽이지 마....... 꽝, 굉음이 울린다. 꽝, 꽝꽝꽝 연속 울리는 다섯발의 굉음 다시 반복 또 반복 열 다섯발의 총탄이 처녀를 향해 주저 없이 날아간다. 말뚝에서 떨어진 처녀 밑에 깔린 가마니 위에 조용히 누웠다. 두개골이 빠개져 흘러내린 허연 뇌수 아,,, 그 뇌수를 작은 손으로 움켜쥐고 소년은 하늘을 향해 절규한다. 피를 토한다. 누나야,,,,,,, 소년은 피의 그 절규를 가슴에 묻은 채 울컥 한을 토하며 누나의 품에 쓰러진다. 눈을 뜬 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이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 또다시 이렇게 죽어야만 할 어린 동생들이 영혼을 굽어 살피려, 오, 그랬다. 감지 못한 소년의 선명한 눈에 어린 추한 세상의 진면목. 그것은 암흑이었고 역사의 죄인들이 살판 치는 피의 난무장이였다. 계속 2008년 12월 20일 이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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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시원하냐?
참 인간이 못나도 너무 못낫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