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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아줌마의 정착이야기 - 이영희
동지회 31 12740 2005-12-27 13:09:34
나만의 착각

2년전 어느 겨울, 나는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칼바람이 부는 중국과 몽골의 국경을 필사적으로 넘어 한국행을 성취하였다.

중국에서의 생활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달프고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가 모든 역경과 고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등에 업힌 내 아이만큼은 이 못난 어미와는 달리 남부럽지 않게 잘 키워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땅만 밟으면 < 인생 만세 ! > < 인생 역전 ! > 이 되는 줄 알았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내 눈에 비춰진 대한민국의 발전상은 상상 이상이었고 충격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중국 보다 생활수준이 월등히 높으니 한국에만 가면 국가에서 모든 것을 보장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하나원 수료후 대한민국은 < 인생 만세 ! > < 인생 역전 ! > 은 고사하고 나에게 또 다른 시련을 안겨주었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번듯한 직장은 둘째 치더라도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내가 이러려고 이 고생을 해서 한국에 온 게 아닌데’

한국 아줌마의 힘

아기를 껴안은채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아기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아기를 볼 면목도 없었다. 못난 나 자신을 한없이 탓하였다.

하는 일없이 집에서 지내다보니 생활비는 점점 떨어져갔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이대로 지내다가 두 모녀가 굶어죽기란 시간문제였다.

우선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무작정 일자리를 찾아 서울시내로 나갔다. 아직 대한민국 사회를 이해하지 못한 나로서는 모든 것이 너무나 낯설고 힘이 들었다. 지금까지 30여년간 살아온 북한땅과는 모든 것이 너무나 달랐다.

북한에서는 모든 일을 국가에서 결정하다 보니 본인의 생각과 의사는 안중에도 없다.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에서 지정해주는 직장에 나가면 되지만 이곳은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그 어떠한 것도 얻을 수 없는 사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생각과 의지는 뒤로한 채 항상 국가와 당의 명령에 의해 순종적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부딪혀 스스로가 무엇인가를 일궈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힘들었다.

피붙이 하나 없는 낯선 이국땅 아닌 이국땅에서 홀로 살아가기엔 너무나 힘들었다. 무엇보다 갓난아기를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고자 하였지만 그러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지금 당장에 무슨 일이든 일자리를 구하는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조건을 달아가며 일자리를 구할 처지가 못되었기 때문이다.

핏덩이 같은 아기를 등에 업고 아침에는 신문과 우유 배달, 낮에는 틈틈이 전단지 배포 등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였다.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아이 하나 업고 아둥바둥 살아가는 한 아줌마의 삶의 의지에 하늘도 감탄했는지 여기저기서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대한민국에서는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돈의 노예가 되어 인간적인 면도 없이 살아가는 줄만 알았다.

북한에서는 평생 들어보지도 못 한 자원봉사자들을 만났을때 이 사람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이기에 무슨 의도로 나에게 접근하나 하는 거부감마저 들었다. 자원봉사라니 당장에 먹고살기도 힘든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차츰차츰 한국사회를 이해하면서 북한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유기적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분명 유일사상에 젖어 획일적인 삶을 살도록 요구하는 북한과는 다른 사회다.

워낙에 다양한 사람들이 이 사회에 존재하다 보니 지난 2년 동안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돈이 많다고 해서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 권력이 있다고 해서 안하무인처럼 행동하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하염없이 자신을 낮추고 남을 도와주는 사람, 특별히 가진 것은 없지만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

뉴스나 신문에는 좋은 소식보다는 항상 사건, 사고로 지면을 장식하고 각종 부정부패로 얼룩진 사회, 그러한 사회가 바로 내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건 분명 내가 아직까지 한국사회를 이해하지 못한 측면에서 비롯된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해하고자 해도 이해 못한 나라 대한민국, 나에게 대한민국은 꿈과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이기도 하다.

검침원 아줌마

지난 2년의 시간은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보람있는 일도 많았다. 무엇보다 안정된 직장과 구청에서 마련해 준 따뜻한 보금자리를 얻어 아들과 함께 그전보다는 편안히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3살이 되는 아들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놀이방의 귀염둥이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올해에는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도전했지만 낙방하고 말았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과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한번 더 도전해 볼 생각이다.

힘들고 지쳐 점차 나약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지난 삶을 되돌아보곤 한다.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분명 내가 선택한 한국행에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다.

2005년 12월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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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녹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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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자 2005-12-27 16:33:38
    나라의 국민소득이 높다하여 일반국민들이 편하게 사는거 아님
    국민소득이 일본보다 낮은 유럽국민들의 생활질량이 일본보다 많이 월등함
    국가 경제가 발전하면 물질상에서의 이득이 약간씩 있겠지만 고용주와 피고용주사이의 관계는 영원히 변할수 없으므로 국가경제 발달해도 능력이 없으면 죽을때까지 남의 발밑에서 일하는 한국이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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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2005-12-27 17:56:09
    이영희님 박수를 보냅니다..그 용기라면 행복하게 사실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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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수생각 2005-12-29 20:02:32
    힘내세요 이북에서 배웠죠? 주인은 나자신이라는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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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 2005-12-30 07:08:01
    한국이 뭐 특별히 이상한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다 그래요.
    시장경제에 의해서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솔직히 일개 정부가 그 많은 인구와 국민들 다 먹여살릴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꿈도 크지..
    국민 개개인의 능력과 경쟁과 노력으로 다 함께 국가를 발전시켜가는거죠
    그렇게 이해하면 될 듯..

    자유와 경쟁 그리고 노력과 성취 그리고 댓가.. 이것으로 발전이 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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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쪽사람 2005-12-30 13:46:35
    앞으로도 힘든일이 많을겁니다. 하지만 꼭 건너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시고 힘내십시요. 건강 유념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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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수유 2005-12-30 14:00:48
    이영희 님은 틀림없이 잘 해 내실거에요.
    이영희 님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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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증권맨 2006-01-01 19:18:37
    안녕하세요 전..여의도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입니다.. 전..태풍이라는 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여기까지 오게되었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 동안 탈북자 분들이 고생하신 것을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TV 9시 방송에서 잠시 나오는 탈북자 분들 보면서 오늘도 또 몇 분이 한국에 오는 구나..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여러 탈북자 싸이트에서 수기를 보니..정말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셨구나.. 저희 한국에서는 인신매매범은 극형에 처하는데 탈북하여 중국에서 조선족에 속아 8천명 정도의 북한 여성들이 성 노리개로 전락했다는 소리에 정말 한탄했습니다. 이런 저희 민족의 불쌍한 현실을 보고도 제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니..한탄 스러울 따릅입니다. 그나마..탈북자 분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시기 무척 힘들다고 들었는데 님이..잘 적응 하시는 것 같아서 무척 좋습니다.. 부디 열심히 사시고 한국에서 좋은 친구 들도 사귀셔서 안정된 생활을 하세요..그리고 다시 좋은 이성분을 만나서 한국에서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남북통일이 되면.. 그때 다시 고향가셔서 친지들 만나시고.. 오손도손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 인구가 30만명 밖에 되지 않는 개성공단에 올해부터 대규모 한국기업들이 입주하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여기 기업에는 한국 사람들이 관리자로 들어가게 되면..어쩔 수 없이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 사회를 알리게 될 것이고 이것이 현재 북한 체재를 무너뜨리는 아주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 동독이 그러했듯이 북한이 무너지는 것도 한 순간 일 것입니다. 얼마전 김정일이 우리도 북한 주민들의 폭동에 의해 죽음을 당할 수 있으니 그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김정일이도 지금 북한의 경제사정을 알고 있고 식량부족으로 인하여 하루에도 무수히 죽어나는 사람들을 가만 나둔다면 북한 체제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고 경제를 개방하자면 현재 개성공단 과 같이 남한 기업들에게 개방하는 것이 유리한데 그렇게 되자면 남한의 실상을 북한 주민들이 조금씩 알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입니다.. 결국 김 정일이도 현재 상태로는 오래 못 가게 된다는 것을 지각한 것 입니다.. 하루 빨리 남북 통일이 되어서 북한의 가족 친지 북들을 만나기를 빌겠습니다..그때까지 열심히 사시고 자식 잘 키우시고요.. 제가 도움이 되어 드릴게 없네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몸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마다 잘 되기를 빌겠습니다..그리고 돈 벼락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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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민 2006-01-04 16:41:57
    혹 수예를 잘 하시는분 아녀요?
    삶은 살아있는자 들만의 시간 우린 살아있어 지난날들을 회상하지요
    분명 즐거운 날은 올꺼에요 아들 잘키우시고 힘내세요 죽은자의 저주가 김정일의 말로엔 더 처참하게 될게 분명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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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수강산 2006-01-09 23:23:36
    한국의 어머니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복잡하고 변화 속도가 빠릅니다. 어느때에는 우리 자신도 따라가기 힘겨울 때도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이겨 내세요. 강인 한 어머니가 되어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 통일이 되었을 때 큰 일꾼이 되도록 키워주세요. 어머니의 건강과 물질적 풍요와 이영희님이 하고자하는 일이 이루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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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세요! 2006-01-13 23:03:31
    이국아닌 이국땅에서 정말 고생많으시네요. 우리나라가 부강해지면 국가에서 결국에는 국부를 국민을 위해 사용하게 될것입니다(물론, 얼마만큼인가하는 정도의 문제는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겠지요). 어린아이 훌륭하게 키우시고, 용기 잃지 마세요. 그 아이가 커서 살기에 좋은 그런나라를 만드는 것이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대한민국 국민모두의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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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줌마 2006-02-05 13:09:50
    님께서 올리신 글을 감동으로 읽어보았어요 우연히 인터넸검색중 이사이트 주소를 알게 되여 들어왔다가 님께서 올리신 글을 보게되였습니다 저도 첨엔 님처럼 생각했어요 한국에 가면 모든게 해결 될거라고 ...하지만 그어디에서 살던 인간의 노력과 의지가 더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탈북인들이 한국에 자리잡으면서 그들이 한 고생도 많치만 정부에서 그들에게 기울인 자금과 성의는 너무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전지금 중국에서 살고있지만 한국에 대한 환상은 이미 버렸어요 앞으로 돈벌려 한국에 몇년간 가서 일하려고 해요 열심히 포기하지말고 사느라면 좋은 날이 꼭올거에요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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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의봄 2006-02-11 15:29:27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이영희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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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aono 2006-11-03 07:03:10
    그게 한국이 이상한 점인가요? 말만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돈만 중요시하는 건 아닙니다. 모든 선진국들이 다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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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조선족 2007-04-12 16:30:17
    힘내세요!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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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셉 2009-11-11 12:00:31
    힘내세요. 이영희님! 그래도 지내시다보면 물질보다는 정으로 당신을 대하는 사람들을 더많이 만나게 죌꺼예요. 어린아기를 위해서도 열심히 힘내시고 살아가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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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한2세 ip1 2014-12-09 02:15:33
    찌든 생활에 잠깐의 여유가 때론 인생역전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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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이 ip1 2014-12-09 02: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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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길지 않아요 시간을 아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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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선생님 ip2 2017-08-13 19:26:34
    탈북자들 기본 마인드가 글렀다.
    한국만 오면 잘산다는 생각 기가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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