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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도 인간이다.(10) - 김혁
동지회 7 10125 2006-11-02 15:24:57
김혁 전거리교화소 경험자 2001년 9월 입국

우리는 점심에 가다밥 한 개 씩과 잡탕으로 쑨 죽을 5∼6그릇식 먹었다. 과연 우리가 5∼6 그릇이나 되는 그 많은 양을 먹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큰 사발로 무려 7그릇이나 먹었다 하지만 기름 같은 질이 조금이라도 있는 떼살 붙은 놈은 엄두내기 힘든 숫자이지만 몸이 마를 대로 말라 드는 허약자들에게는 괜찮은 양으로 밖에 되지 않았다. 위나 몸 속에 기름기가 적다 보니 위는 먹으면 먹을수록 늘어나고 줄어들고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양을 먹어 낼 수가 있는 것이다.

10kg이 거의 드는 바께쯔에 거의 차도록 담았는데 그릇으로 환산한다면 무려 15그릇 정도는 되는 양을 다 먹는 사람도 있었다. 반장이 어쩌다 자신이 동정하고 싶은 허약자가 있으면 몰래 불러다 먹일 때도 있었는데 우리 반에 리 아무개가 그렇게 많은 양을 먹었던 것이다.

7그릇이면 반 바께쯔는 잘될 것이다. 나 역시도 놀라운 숫자였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죽을 먹어서 소화를 시킬 수 있는가 물론 소화시킬 수 있었다. 소변을 몇 번 만 보아도 금방 배가 홀쭉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 후면 또 다시 몇 그릇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양을 먹고도 배탈이 없는 이들의 소화기관을 놓고 보면 만능 분쇄기라는 말도 들을 만 했다. 만능 분쇄기라면 무엇이든지 다 가루 내거나 제품대로 만들어내는 식량 분쇄하는 기계를 말한다. 어찌보면 기계에 비유한 것이 틀린 점이 극히 없어 보인다. 우리는 이런 곳에서 살았다.

정광가루를 다 싣고 우리는 오후 5시경 남는 죽을 마저 먹고 교화소로 돌아왔다. 녹이 쓴 드럼통에 우리는 모든 것을 끓여먹었다. 녹이 쓸어 꺼멓게 된 드럼통에 물을 부어 끓이고 그 속에 가루를 넣어 끓인 죽을 먹어도 맛있기만 했다.

아무리 맛있다고 할지라도 사회에서는 개돼지 죽보다도 더 못한 것이었다. 그런 것도 없어 못 먹는 판에 돼지 죽보다도 못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맛있는 특식이 되는 것이다.

교화반에 들어와서도 언제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하루 총화를 하는 그 늙은 선생은 얼마나 미워 보였고 증오스러웠던지 모른다. 하지만 그 선생 덕에 담배 꽁초는 퍽이나 주었다. 반 줌이나 더 될까 하는 담배 꽁초를 가지고 2∼3일은 살만 했다. 그것은 담배 한대면 밥 한 덩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협잡을 당해 아까운 담배를 빼앗길 때도 있지만 그것은 그리 귀한 것까지는 아니되었다.

협잡을 치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는 것이 교화소 생활이니까. 교화소에는 머저리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옛날에는 한다하게 남들보다 더 일찍 깬 놈들이다 보니 그들의 머리는 사회 평민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담이 크고 골이 좋은 놈들이었다. 한번 속은 데는 다시 속지 않는다고 하지만 눈 한번 껌뻑하고 나면 또 다시 속으니 그야말로 말주변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런 속에서 살다 보니 범죄인들을 개조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그들의 머리가 더욱 뛰어 나질 뿐만 아니라 사회 나와서도 더욱 요령 있게 써 먹는 것이다. 교화소란 죄수들에게 있어서 한갖 고통을 주는 것 밖에는 되지 않았다. 살아 나오면 그들은 조용히 꾀를 써가며 살아 간다.

봄이라 산에는 진달래와 같은 봄꽃이 피어난다. 진달래를 보며 인제는 봄이로구나 하며 자신의 살아온 형기와 남은 형기를 생각해보게 하는 봄….

사회에서는 한갖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지만 이 안에서는 자신의 마음 속에 고통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봄이면 농산반이 제일 힘들 때이다. 종자를 가져다 밭에서 씨 박기를 하고 밑거름을 주고 하며 법석이다.

(계속)

2006년 7월 김혁

자료제공 : 북한인권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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