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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도 인간이다.(11) - 김혁

김혁 전거리교화소 경험자 2001년 9월 입국

우리는 통나무와 교화반 땔나무를 하느라 발이 달토록 나무하러 산에 올라갔다. 그래도 산이 우리에게는 보배였다. 신감이라는 풀대를 뜯어 먹기도 하고 닭씨싹이라는 풀과 뿌리도 캐먹고 교화반 밭에 올라가 밭도 정돈하고 새 밭을 일구기도 하고 내려 올 때는 땔나무를 해 가지고 내려 왔다.

그 어느 교화반이나 다 바쁜 시기였다. 농장 파종을 97년도 98년도 까지는 도와주었었는데 교화생들이 너무도 배고프던 나머지 씨앗을 다 날 것으로 먹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면 땅에 박을 씨가 모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화소에서는 파종은 농산반에서만 심기로 했다.

그러더 어느날 풀이 돋아나기 시작할 때였다. 항상 이때면 모든 교화생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행복한 날이 있다. 그것은 땅을 갈아엎을 때인데 감자밭이 크고 소가 적다보니 온 교화생들이 모여 깍지로 땅을 뜨져 골당을 내는 것이었다. 이 감자밭은 깍지로 파서 골당을 만드노라면 언 감자가 톡톡 튀어 나온다. 이것이 교화생들이 기다리던 행복의 노다지였다.

언 감자를 얻으려고 교화생들은 땅을 열심히 뜨지게 된다. 많이 뜨질수록 감자를 많이 얻을 수 있기에 교화생들은 열심히 뜨지는 것이었다. 평상시 다른 땅을 뜨지라면 그렇게 많이 뜨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감자를 얻기 위해 뜨지다 보니 30명이나 될까 말까 한 인원으로 거의 3정보가 넘는 땅을 뜨졌다. 과연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날 점심 우리는 죽도 배부르게 먹고 언 감자를 껍질도 채 벗기지 않은 채 이겨서 숯불에 구워 먹었다. 1kg이나 될까한 딸보 주머니에 언 감자를 넣고 숯불을 골라가며 구워먹는 이들은 참으로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 그날만큼은 행복해 보였다.

배가 고파 슬퍼지고 앞으로의 살아나갈 생각으로 자신의 불행함으로 울고.. 그렇게 눈물나고 슬픈 교화소 생활… 과연 이들에게도 행복한 시절이 다시 찾아 올까?

교화소 안에서 이들의 운명이란 계약도 없이 주어진 날자도 없이 어느 순간에 닥쳐올지 모를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먼 앞날보다 가까이에 다가오는 오늘 내일을 바라보며 사는 가엾은 인생… 3월 8일 날 려인절이라고 교화생들은 한마디씩 했다. 저마다 지나간 3.8절 날을 추억하며 보고싶은 아내 자식들을 그려본다.

우리 교화반 리가는 자신이 해마다 한번 씩 오는 3.8절 이야기를 했다. 3.8 분녀회절날 아침, 새벽 일찍이 일어난 리가는 아내가 깨어날까봐 조심히 일어나 주방으로 내려갔다. 그는 밀가루와 바다고기를 놓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밀가루를 이겨 가마에 앉히고 절반 정도는 기름에 튀기고 고기를 지지고 볶고 하며 그는 열심히 했다.

땀을 철철 흘리며. 이때 아내가 일어났다. 그는 아내를 다시 앉혀 놓고 상을 차렸다. 거기에다 아내에게 술까지 한잔 따라주고…그런데 이때 일이 벌어졌다. 빵을 조금 먹어보고 튀우개를 조금 먹어보던 아내의 얼굴이 금시 찡그러졌다.

의아한 눈길로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먹던 튀우개와 빵을 꼬집어 보였다. 아뿔싸, 글쎄 얼마나 볶았다 챘는지 속이 다 설어버렸던 것이다. 속에는 익다만 생가루가 나왔다. 그는 급히 이것저것 끊어 보았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잘 된 것이 없었다.

그는 급히 밥상 채로 주방에 내려가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남편이 하도 우스웠던지 아내는 얼굴에 전에 없던 미소를 지으며 주방에 내려왔다. 서툰 움직임으로 부랴부랴 하는 남편을 지켜보며 아내는 눈물을 흘린다.

일 나갔다 오면 아내에게 행풀이질 하고 술을 가져오라며 그렇게 못살게 굴던 남편…그런 남편에게도 자신의 아내를 사랑할 줄 아는 이런 마음이 있었는가 아내는 눈시울을 닦을 새도 없이 엉엉 울고 남편은 그러는 아내를 안아주고 눈물도 닦아주며 자신을 책망한다.

그날 그들 부부는 정말로 신혼 때보다도 더 기분 좋게 보냈다. 흔히 아주 가끔씩 우리는 모여 앉아 자신들의 행복했던 시절들을 추억하기도 한다.

우리 교화반에 한 명은 정당방위 초과죄로 잡혀 들어왔다. 아주 마음도 고왔고 괜찮은 형이었다. 그런 형이 어떻게 되어 정당방위 초과제로 12년이라는 아득한 형벌을 받게 되었을까?

그는 철도에서 선로반에 있었다. 선로반이란 철길 복구하거나 재점검하는 작업반을 말한다. 그는 새벽에 철길 옆에 심은 선로반 강낭이 밭에서 도적을 잡게 되었다. 그런데 그 도적은 철길 옆에 지은 경비실에서 도시락을 훔치고 나오다가 그 형에게 잡히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도적이 갑자기 그에게 달려든 것이었다. 그는 그에 맞서 그 도적을 완전히 피범벅으로 만들어 놓았다. 안개가 짙은 새벽이라 주위는 조용하고 피범벅이 된 도적을 보고 그는 마음이 약해져 그를 이끌고 경비실로 데려다 얼굴을 닦아주고 음식도 먹였다.

그리고 갈 때는 남은 음식까지 쥐여 보냈다. 아침 7시 경이나 되었을까 선로반 사람이 들어오더니 그 형에게 저기 사람이 죽어 있다고 했다. 그 형은 너무도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달려가 보니 밥곽를 꼭 끌어안은 채 그 도적이 죽어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이런 사건으로 인해 정당방위 초과죄로 12년이라는 형기를 언도 받았던 것이다. 그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팔자를 한탄하곤 한다. 하지만 그는 항상 웃고 살아간다.

그런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원인은 집에서 면회를 한달에 한번씩 꼭꼭 오기 때문이었다. 그는 4년 동안을 지옥에서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8년이라는 죽음의 형기가 남아 있었다. 지금 그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 교화반 사람들은 물론 온 교화소가 바느질에는 솜씨가 있었다. 그 어떤 옷도 칼로 잘라 쪼끼도 지어 입고 바지도 지어 입고 겨울에는 모자도 만들어 썼다. 하지만 에리(못깃)는 만들 수가 없었다.

옷에리와 목도리를 만들어 목에 걸치거나 옷에리를 올릴거나 할 때는 가차 없이 목도리를 빼앗고 에리를 뜯어낸다. 목도리란 겨울에 목의 추위를 방지하려고 두르는 천이고 에리라고 하면 옷 제일 웃쪽에 달려 있는 옷깃을 말한다.

이런 옷깃도 제대로 달지 못하고 목도리도 치지 못하게 하니 겨울의 추위란 더 말할 여지가 없었다. 모자도 차양을 만들지 못하게 했지만 그렇게 까지는 단속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모자도 손 바늘도 만들고 옷도 손 바늘로 지어 입으니 바느질 솜씨란 대단했다. 보면 딱 마선기(미션)로 만든 것 같았다.

마선기란 바느질을 대신해주는 기계를 말한다. 보통 10시간 정도면 안감까지 다 댄 멋있는 군대 모자를 만들어 냈다. 옷도 15시간 정도면 멋있게 만들어 냈다. 그렇게 남의 삯바느질을 해주면 잘 받아야 밥 한 덩이고 못 받으면 밥 반 덩이다.

사실 바느질이란 너무나도 생각과는 달리 예민한 일이어서 몹시 힘들었다. 바늘실을 마선기로 한 것만큼 간격을 두며 해야 하는 일이라 참 신경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애써 만든 것이지만 밥 한 덩이도 제대로 얻어먹기가 힘드니 참 교화 생활이란 한심하고 어지럽기가 그지없었다.

(계속)

2006년 10월 김혁

자료제공 : 북한인권시민연합

죄수도 인간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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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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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좋아하는 회원 0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답변 | 삭제  2006-11-10 09:42:31 
정말 고생이 많았군요
저도 증산에서 당신과 같은 경우를 당하고 다시 중국으로 왔습니다.
함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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