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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돌아보며 - 김수민
동지회 17 11962 2007-01-19 10:21:40
대한민국에 온 지도 꼭 10년이 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속에 나에게도 10년이라는 시간만큼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현실에 대한 부적응으로 인한 실망과 좌절, 능력이 부족한 자신에 대한 분노 그리고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도전 등 잊을 수 없는 지난 10년의 세월이다.

지난 날들을 돌이켜 보면 감회가 새롭다. 부족함이 많고 지극히 평범한 내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공직사회에 진출해 대통령 표창까지 받는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을 이루기도 하였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북한을 떠나 힘들게 너무나 힘들게 한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이 많은데, 행여나 나 혼자 모든 특혜를 독차지 하고 있지나 않은가 하는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변변치 못한 나를 믿고 지원해준 여러 동료들과 선후배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며 그들의 기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

탈북 후 대한민국에 입국할 때까지만 해도 오늘과 같은 날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 아담한 집 한 채 장만하여 사랑하는 이와 아들, 딸 낳아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었다.

그렇게 소박한 꿈을 갖고 있던 내가 이젠 국가의 녹을 먹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되었으니 참으로 꿈만 같다. 어떤 때는 이런 나 자신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니 난 참으로 복이 많은 놈 같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행운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고 생각치 않는다.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다 능력이 뛰어나서, 재북시 경력이 화려해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신으로 내려온 내가 이 사회에 대단한 배경이 있어서도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혹자는 나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용기를 내어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 탈북자들이 잊고 살아가는 그 무언가를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대한민국도 사람 사는 사회다 보니 성공을 위해서는 학연, 지연, 혈연 등 무수히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자기 자신이 쥐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개인의 성실함이다.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부응하기 위해선 항상 노력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고, 주변에도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우리 탈북자들은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에 의존하는 습성을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고, 정부의 정착지원금이나 민간단체의 지원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초기 사회정착을 위한 최소한에 그쳐야지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인 만큼 부자가 많은 만큼, 가난한 사람들도 많다. 연말이면 언론에서 영세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을 취재한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저들보다 훨씬 더 많은 정부의 지원과 특혜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작 그들보다 열심히 생활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가. 그리고 노력을 해보았는가.

혹자는 이런 나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는 아직 내가 모자라는 부분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2006년 12월 김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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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녹월 1qaz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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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ongding님 2007-01-28 14:49:45
    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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