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신문 |
---|
맑은 하늘에 갑자기 한차례 소낙비가 지나갔다 .오전수업을 끝내고 대학식당에서 점심을 가지고 나는 대학을 벗어나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농민시장”에 가고 있다. 도무지 이대로 허기진 배를 가지고는 오후 수업에 참가할 수 없었다. 점심이라고 해보아야 통 강냉이 한 200알정도? 거기에 소금도 모자라 모두 굶주림에 지쳐있다. 대학식사를 보고 한 친구가 말하기를 자기 친구가 교도소에 근무하고 있는데 죄수들도 대학식사보다는 먹는 게 더 낫다고 한다. 어쨌거나 나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기름기 있는 튀김이라도 먹어야 살 것 같았다. 시내중심을 흐르는 “은하강” 을 따라 칠칠히 드리워진 버드나무와 아름드리 풀타나스 나무사이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한적하고 적막한 도시, 넓은 도로위에 다니는 자동차는 몇 대 안되고 그 마저도 헉헉대며 지나간다. 군대자동차만이 뽀얀 먼지 일구며 씽씽 달리고 있다. 길 건너에 흰 천막을 세우고 얼음과자 되는 아줌마가 보인다. 무더위를 달래보고 싶지만 그 보다도 허리를 채워야 할 것 같다. 명절이나 각종 행사 때가되면 당연히 시내 모든 대학과 전문학교학생들이 모여 각종시위와 모임, 무도회를 가지는 정방산기슭 “철산광장”을 지나고 있다. 광장을 사이에 두고 “도청”과 도 안전부가 있다. 조금 거닐면 사리원 역사박물관이 있고 옆에 빛을 읽은 옛“절”도 있다. 사람들도 지쳐가고 자기 빛을 잃은 지 오래다. 시장이 저만큼 보이기 시작한다. 아파트 뒤 촘촘히 들어선 단층집들 사이에 시장이 길게 늘어섰다. 비가온 뒤라 장마당 길은 시커먼 진창이 되여 오고 가는 사람들의 신발을 더럽힌다. 그래도 요리저리 흙탕물위로 머리를 내민 돌부리를 밟아가며 사람들은 시장의 여기저기를 오고간다. 국수장사, 빵장사, 쌀장사, 담배장사, 천 장사, 고기장사, 약장사, 술장사, 철제상사, 과일장사, 씨앗장사…등등의 고양이 뿔내놓고 모두가 있다고 하는 시장이다. 한적하고 적막한 시내를 뒤로하고 여기는 삶과의 투쟁으로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시장 주변 음침한 곳 마다 오가는 길손들과 상인들의 온갖 배설물이 쌓이고 썩어서 불쾌한 냄새는 하늘을 진동하고 파리 떼는 살판났다고 날아다닌다. 나는 시장입구에서서 잠시 주위를 살펴본다. 시장에 들어가는 사람, 장보고 나오는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사람구경 나온 뜻한 노인들, 오고가는 처녀들의 먹을 것을 노려보고 있다가 몰래 살금살금 다가가 사탕봉지를 낙아 채 멀리 달아나지 아니하고 저희들끼리 허겁지겁 나누어 먹으며 웃음 짓는 시장의 꽃제비들, 한쪽에서는 허연 연기 멀멀 피여 오르는 숨죽은 목탄자동차…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며 걷다가 담장 밑에 창고와 창고사이 움침 한 곳에 어떤 한 사람이 누워 있는다. 보통 그런 곳은 변소에서 나오는 고약하기가 그지없는 썩은 냄새 때문에 숨쉴 수가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 늙으신 할머니 한 분이 다해진 가마니를 펴고 쭈그리고 누워있다. 검은 치마에 회색저고리를 입고 있다. 여기저기 곱게 기운자리도 있다. 옷은 이미 색이 바래서 원래의 색을 보기 힘들다. 한 많은 세월을 이야기한 듯 머리카락은 희여 하늘 바람에 맥없이 날리고 가뭄의 논밭처럼 터 갈라진, 아니 후치질한 발 고랑인양 움푹 패인 주름들 사이에는 이미 핏기가 없어졌고 쉬파리 떼들이 붙어 날아다닌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다가 여기까지 와서 누워있는지? 가족의 버림을 받았는지? 아니면 거리동냥 나왔다가 저리됐을 가? 어느 누구 때문에 저렇게 되어 생을 마감해야 하나?… 가늘게 뜬 눈꺼풀사이로 풀려있는 거무스레한 눈동자가 조금씩 움직인다. 붙어있는 파리 때문에 입 모양이 보이지 않는다. 흐르다 마른 눈물자국을 따라 파리들이 붙어 무엇인가 빨아먹는다. 누구인가 입가에 놓고 간 빵 조각에는 이미 파리들의 천국이 되어 버렸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지나가던 늙은 할아버지가 그 앞에 다가가서 파리를 쫒아준다. 그리고 허리주머니에서 담배쌈지를 꺼내 마라초 한 대 말아 태우고 계신다. 담배연기 허공에 뿜어 날리며 혀를 끌끌 차신다. 아무 말 없이 담배 피우신다. 피우던 담배꽁초 땅에 떨구어 부벼끄고 나서 터벅터벅 지팡이 짚고 어디론가 가신다. 그 영감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가? 오고가는 길손들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나간다. 어떤 여자애들은 꺅! 소리치며 놀라 뛰어간다. 이제 어둠이 깃들고 날이 밝으면 보나마나 죽어있을 것이다. 파리를 쫓아 주고 가는 사람들도 그 할머니보다 별반 나은 신세는 아닌 것 같다. 할머니! 일어나보세요! 할머니! 아무리 잡아 흔들어 불러보아도 움직이지 아니한다. 이미 기력을 다하였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하나? 자식들이 있을 테고 손자, 손녀도 있을 터인데 그는 버려졌다. 모든 운명 다 맡아 안아주는 어머니 당도 모른척한다. 다해가는 주검을 뒤로하고 시장 안에 들어섰다. 좁은 골목은 사람들로 꽉 차 붐비고 있다. 여러 가지 튀김과 빵, 당과류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맛있는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분비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남자가 무어라고 소리치며 흔들거리며 이쪽으로 오고 있다. 시커먼 와이셔츠를 걸치고 언제 세수했는지 그냥 시커멓다. 폭격 맞은 머리는 온갖 오물 투성이로 벌레가 욱실거린다. 그 청년을 피해 사람들은 멀리 돌아간다. 《조선.코레아! 주체! 평양! 조선은 하나다!… 》라고 외친다. 두 손을 머리위에 추켜들고 반복하여 외쳐대던 그 청년은 빵 파는 매대 앞에서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큼직한 빵 하나를 움켜쥐고 허겁지겁 먹어댄다. 장사하는 아낙네들이 소리치며 욕질하고 손찌검을 하지만 그 청년은 그러거나 말거나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천천히 시장을 빠져 나간다. 이렇쿵 저렇쿵 여기저기서 웅성거린다. 아마도 이 세상을 원망하는 하소연이 아닌가 싶다. 별의 별 현상이 공존하는 시장 속에 나는 걷고 있다. … 오후 수업시간을 맞쳐 대학에 갔다. 책 펴놓고 책상에 않았지만 조금 전의 상황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다. 누구 때문에 마음어진백성들이 길가에 나뒹굴고 인간이기를 포기하는가? 과연 이사회는 누구를 위한 사회인가? 오후수업은 “사회주의 헌법”시간이다. 선생님은 교재를 읽어 내려가면서 우리나라 사회주의 헌법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법이라고 하신다. 교재를 다 읽었는지 궁금한 점 있으면 질문해보라고 한다. “선생님, 그런데 왜 밖을 나가보면 사람들은 지쳐있고 여기저기 죽어나가고 꽃제비가 무수히 생겨 도둑이 성할까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나조차도 어리벙벙하다. 말해놓고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선생님은 두 눈 똑바로 뜨고 나를 쏘아 보듯 하더니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나직한 소리로 말씀하신다. “네가 지금 아주 위험한 소리를 하고 있어! 말이라고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만약 네가 사회 나가서 이런 말을 하였다면 너는 끝이야! 무슨 소리인지 알아! 오늘은 네가 학생신분이라는 것으로 이쯤에서 그냥 넘어가지만 조심 해 야 돼!” 이것이 나의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대답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나는 찍소리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 무엇인가 무시무시한 것에 짓눌리여 참기 힘든 고통을 느끼면서…다행히 아무 일없이 수업이 끝났다. 창밖에 기숙사생들이 노래 부르며 식당으로 행진해 가고 있다. 저 멀리 저녁노을이 보인다. 내일은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바깥세상도 우리보다 못하게 살고 있을까? … 나는 교실을 나와 기숙사로 들어가고 있다. 2007년 7월 14일 신문 자료제공 : 자유북한방송
신고 0명
게시물신고
|
그러나 선생에대한말은 이해할수가없네요.
그런 미둔한 선생이있어요.그아래서 님은 교육을 얼마나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