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인간이고 싶다” 후기 - 김혜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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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속의 설아와 저자인 나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소설 “인간이고 싶다”(에세이 퍼블리싱)가 출간 된 후 출판사와 관심분야의 전에 없던 통화와 잦은 만남의 일상을 수습하고 그 중 자주 받는 질문이 있어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소설 ‘인간이고 싶다’는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소설인가요?” 처음은 “더 선 이즈 영”으로 “태양은 젊다”를 직역하여 가제를 달고 시작했다. 그런데 체험담을 전제로 시작한 글이라 당연히 작가의 존재를 함께 떠올리는 독자들을 의식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글속의 나(설아)와 저자인 나와는 얼마나 닮아 있을까? 소설은 글일 뿐이고 작가는 작가 일 뿐이라고 아무리 변론을 해보아도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탈북자인 본인이 너무 싫고 비참했다. 북한이 가장 어려웠던 1998년을 전후하여 ‘고난의 행군’시기와 함께 지내 보냈던 나의 고단한 삶을 무대로 그린 탓인지 철저히 객관화하고 싶던 나의 노력이 헛된 것임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나를 떠났다고 당당히 말할 수 없는 것이 스스로 허무하고 답답했던 것이다. 실제의 나를 돌이킨다면 더 슬펐다. 오히려 더 철저히 맹목적으로 불행했다. 고난의 행군과 함께 한 나는 글로 적기에는 참으로 가치 없고 비참하기만 한 사람이었다. 물론 수기로 적는다면 훨씬 더 진실하고 값있게 안겨올지 몰라도 나는 자신에게 매력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소설 속에 주인공은 훨씬 풍부한 감수성과 인성을 갖춘 지극히 아름다운 여성으로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살아 숨 쉬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의식적이고 용기 있는 캐릭터를 설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저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미화한 것 같은 인상을 주어 독자들에게 오해를 살 것 같았다. 또한 간첩혐의자로 잡혀 들어간 남편을 구하려다가 보위부 간부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에선 마치도 만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벌거벗기는 느낌으로 몹시 언짢았다. 더구나 실존의 인간에게만 관심이 높을 언론매체들을 생각하면 차마 이 작품을 내 놓을 수 있을지 너무나 주저되었다, 작품을 버릴까? 주인공 ‘나‘ 를 버릴까? 너무 힘들게 탈고한 작품이었기에 애착이 남달랐다. 작품이 의식하는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작품을 바라보기에는 나는 작품 속에 너무나 푹 빠져 있었다. 작품이 생명이고 자식인 마냥 늘 그 속에서 살고 사색에서 떠날 수 없었기에 한순간이라도 지나간 나날과 글을 잊고 싶을 정도였다. 며칠째 사형직전에 놓여진 “더 선 이즈 영” 때문에 잠들 수 없는 밤이 흘러갔다. ‘그는’ 혹은 ‘너는’으로 시작하는 대신 주인공을 ‘나’라는 1인칭으로 선택한 일은 탈북작가인 나에게 이렇듯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고민하던 나에게 새로운 힘을 주신 분은 북한 전 노동당 비서 황장엽선생이다. 초고를 보아주신 황선생은 대단하다 글을 참 잘 썼다고 북한의 어려운 상황과 장단점을 아주 진실하게 잘 그려낸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용기와 힘을 주셨다. 선생은 이 책의 제목은 “인간이고 싶다”라고 친히 제목을 달아주시고 번민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신 듯 말씀하셨다. “두려워 말라.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큰일을 못한다. 나 개인의 생명보다는 가족의 생명이 더 소중하고 가족의 생명보다는 민족의 생명이 더 귀중하며 민족의 생명보다는 전 인류의 생명이 더 귀중하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운명에 대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맡기고 행동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겸허히 맡기야 한다. 세월이 지나 북한이 잘 사는 날이 오면 고난의 날에도 양심적인 지성인이 있었다고 역사가 회고 할 수 있는 그 속의 한사람이기 만을 바랄 뿐이다.” 나라는 존재감 때문에 조금이나마 주저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주변을 의식하고 탈북자의 양심과 작가정신에서 멀어져가던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소설이 주인공이 나이면 어떻고 추상의 존재이면 어떤가. 이렇게 마음을 비우는 순간 눈앞은 선명하게 트이는 것 같았다. 아직은 눈물에 젖은 북한이지만 언젠가 내 어릴 적 꿈이 깃들었던 곳이 아니던가. 푸른 숲이 우거진 사이로 어딘지 알 수 없이 아득히 뻗어간 모랫길, 해님은 보이지 않아도 나뭇잎에 맺힌 반짝이는 이슬,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며 다가오는 고향의 오솔길을 그리며 애정을 기울여 글을 완성해 나갔다. 나의 상상이 진실 되고 한 점 거짓 없이 북한을 알리고 리얼리즘의 문학관에 충실할 수 있었고 훨씬 자유로워졌다. 수난 받은 영혼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펜을 잡기로 결심했던 북한의 차디찬 감방에 또다시 내 영혼을 가두고 철저하게 경직된 보위부의 철창 속에서 머릿속으로 이글을 시작했던 그 날로 돌아갔다. 허리를 펴지 못하고 개구멍 같은 문으로 기어나가 기약 없이 떠나버린 감방 동료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오른다. 단추와 지퍼들이 다 떨어진 옷 꾸러미들, 이와 빈대들이 버걱버걱한 옷을 서너 달씩 빨아 입지 못하고 둘둘 말아 베고 잔 것이 전부인 초라한 꾸러미를 부둥켜안고 떠나간 눈물이 말라버린 흐린 눈동자들을 잊을 수 없다. ……. 작고 착하고 소박한 한 여인이 하늘의 도움으로 세상이라는 녹녹치 않은 현실에 살고 있었다. 여인에게는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하게 오손 도손 살아가고 싶은 평범하고 소박한 꿈이 있었다. 그러나 여인은 아름다운 꿈마저 잃어버리는 반생을 찬바람 부는 광야에서 헤매고……. 그의 이야기는 분단된 나라의 버림받은 수많은 탈북여인들의 매일반으로 겪는 한 평범한 스토리로 남았다. 설정된 여러 감옥들의 상황들은 다음기회에 미루기로 했다. 다만 중국에서 북송되어 넘겨진 탈북자들의 처음 거처지인 국경지역 보위부 월경자 집결소 환경만 집중적으로 구체적으로 펼쳐 보였다. 초보적인 신원파악당시 인권상황만을 세부적으로 묘사하였다. 나는 양부모님이 예술가인 가정에서 나서 자란 덕분에 다행히 문학을 전공하게 된 것에 감사하다. 직접 체험한 생활을 토대로 하여 북한의 정치하곤 아무런 상관이 없는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평범한 문인들의 운명도 리얼하게 파헤치고 싶었다. 나름대로 아름다운 문체와 북한의 가슴 아픈 현실이 함께 할 수 있는 순수한 리얼리즘의 감성을 찾고 저 심혈을 기울이고 마음으로 썼다. “인간이고 싶다” 탈고하고 출간하게 되면서 북송된 사람들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되어 가는 지, 그리고 21세기에 부끄럽게도 이런 지옥이 존재한다는 가슴 아픈 사실을 현실감 있게 알리고 싶었던 소기의 성과를 이루게 되어서 조금 안도한다. 수난 받은 사람들도 인간이고 싶은 아름다운 인성의 욕구와 본능의 세계, 그리고 그들에게도 자유와 선택의 기회가 평등하게 다가오는 참 좋은 북한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평민의 갈망을 나의 주인공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다. 이제 우리의 설아가 어느 한 서적의 주인공이기 전에 탈북인의 염원을 세상에 호소 할 수 있는 평범한 탈북여성이기를 기대해 본다. 2010년 5월 12일 김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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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죽도록 사랑하고 더불어 살아야 할 대상이 사라진 땅 한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하염없이 앞 일을 기약하며 먼 하늘만 바라볼 수 없어 가깝고도 먼 이곳 대한민국에 올 수 밖에 없었던.....
님이 바라고 또 바라는 '꼭 되돌아 와야 할 세상'을 간절히 소망하고 염원하는 것을 탈북인 모두의 마음까지 담아
통일의 주촛돌이 되고 '밀알이 썩어 많은 열매'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좋은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처음엔 멋진 남자로 묘사했다가 왜 섹스에 미친 파렴치함으로 묘사했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하여 보다가 그만 뒀습니다.
죄송합니다.
조금 더 좋은 인간으로 묘사해 주었으면 어떨가싶군요.
처음부터 다 알고 보면 재밌습니까. 그 멋진던 남자가 왜 그렇게 돠어가는지 읽은 사람이 느끼기 나름이지만 세상에는 완성된 사람만 사는 것은 아니지요. 특히나 책에 나오는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가. 작가의 선택 아니것습니까. 그래도 오랜만에 꽤 괜찮은 책을 보았고 응원해주고 싶군요. 수채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자유로운 문학생활 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