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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 범바위고개
운영자 2037 2004-11-14 02:55:38
먼 옛날 범이 사람들과 말할 때의 일이라고 한다.
구월산아래에 신일이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거기에 옥서라는 녀인이 홀로 계시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있었다. 그의 본가집은 큰 바위고개너머 덕양마을에 있었는데 거기에는 늙으신 친정어머니가 외동딸인 옥서를 시집보내고 홀로 살고있었다.

옥서는 마음이 착하고 일손이 부지런하고 례절이 밝고 부모에 대한 효성도 지극하였다. 집안에 일이 생기면 진일, 궂은일 가리지않고 나섰다. 그가 들에 나가 돌각담을 쌓고 묵밭을 일쿨 때면 하늘에 나는 새들도 그 모습을 기특하게 바라보며 지저귀는듯싶었다. 시어머니가 이따금 입맛을 잃거나 몸져눕게 되면 서둘러 산에 올라가 약초며 산나물을 캐여다가 대접하군하였다.

옥서는 마을사람들도 잘 도와주었다. 이른아침 우물가에 물 길러 나가서도 동네아주머니들의 물부터 먼저 길어주고 제 동이에 물을 길었다. 그리하여 마을사람들은 그를 두고 인정깊은 녀자라고 칭찬이 자자하였으며 부자집이나 권세를 떨치는 집보다도 옥서의 집을 더 부러워하였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덕양마을로부터 옥서에게 급한 기별이 왔다. 늙은 친정어머니가 하고 헛소리를 지르며 심하게 앓고있다는것이다. 동네사람들은 딸이 너무 보고싶어 생긴 병인듯하니 딸을 한변보면 나을것이라고 하면서 옥서에게 빨리 오라는 기별을 띄웠던것이다. 일찌기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의 슬하에서 자라난 옥서에게는 어머니가 앓는다는것이 청천벽력같이 놀라운 소식이였다.

옥서는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급히 보내고싶은 생각이 간절하였으나 한가지 큰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옥서에게는 범이 무섭다고 가지 않을 길이 아니였다.





옥서는 한목숨을 내대고 그 길을 떠났다. 신일마을에서 덕양마을로 가자면 큰 바위고개를 하나 넘어야 하는데 워낙 그 고개에는 범이 자주 나타나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길이였다. 그러나 옥서는 늙은이들의 병이란 시간을 다투는것인데 범이 무섭다고 가보지 않는것은 자식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굳이 떠난것이다.
고개로 오르는 길에 옥서는 어머니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약재로 피뜩 찔광이가 생각나서 그것을 한보따리 땄다. 걸음을 다그치며 바위고개마루에 올라서니 밤도 아닌 한낮인데 하는 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치더니 큰 범 한마리가 어슬렁어슬렁 옥서를 향하여 걸어오고있었다.
몹시 굶주렸던 범은 맛이 있는것이 왔구나 하고 흐느끼듯 기뻐하는 꼬리를 저으며 옥서에게 말을 걸었다.

등골에 기름땀이 흐르는 위급한 순간이였으나 매사에 침착한 옥서는 놀라운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범은 어처구니가 없다는듯 크게 웃었다.

옥서는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말하는 범인만큼 한마디 사람의 효성을 알려주고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범은 생각해보았다.
(사람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부모를 위하여 목숨걸고 다니는것이 사람이란 말인가…
아니야, 그는 지금 독안에서 푸념을 하는것이 아닐가?…)
반신반의하던 범은 한번 속는 셈치고 옥서에게 대답했다.

범은 꼬리를 흔들며 길을 내주었다.
옥서는 바위고개너머 덕양마을의 본가집으로 숨가쁘게 달려갔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누운 자리에서 옥서의 손을 잡는다.




옥서는 맑은 물에 좁쌀을 정히 씻어 얼른 미음을 쑤어 대접하였다. 그리고는 인차 친정집을 나서려는데 어머니는 그 길로 돌아서는 옥서에게 기장쌀 한되박을 꾸려주는것이였다.

옥서는 어머니의 성의를 안고 길을 떠났다. 그런데 걸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 길이 어머니를 다시 볼수 없는 마지막길이였기때문이다.
옥서는 나서 자란 고향집을 다시 뒤돌아보앗다. 또 걸으면서 눈이 까맣게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시어머니를 눈앞에 그려보았다.
옥서가 바위고개우에 올라서자 범은 하는 소리로 골짜기를 흔들며 번쩍 옥서앞에 마주서는것이였다.
옥서는 범에게 말했다.

범은 허허하고 좋다고 웃었다. 그리고는 옥서앞에서 한참 으르렁거리는데 옥서의 눈에서 주먹같은 누물이 뚝뚝 떨어지고있었다.
범은 옥서에게 물었다.

옥서는 범에게 쌀꾸레미를 내보였다.

범은 믿을수 없는듯이 대가리를 주억거리며 따져묻는것이였다.


범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옥서에게 길을 내주었다.
옥서가 시집에 돌아오자 기다리던 시어머니는 꿈인지 생시인지 북간 못할 기쁨으로 옥서를 맞이하였다.


하며 시어머니는 몹시 감탄하였다.
그날밤 옥서는 달빛이 지새도록 쿵쿵 떡쌀을 찧었고 새벽닭이 홰를 칠무렵에는 기름기가 철철 도는 기장떡이 훌륭히 만들어졌다.
이튿날 아침에 옥서가 시어머니에게 생일떡을 올렸더니 시어머니는 그 떡을 들며 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범과의 약속이 있는 옥서는 쉽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수심에 잠긴 옥서의 얼굴빛을 이런 생각으로 알아보았다.

범과의 약속이 걱정스럽던 옥서는 차라리 잘되였다고 생각하였다. 옥서는 시어머니의 권고대로 바위고개를 향하여 길을 떠났다. 그러나 떠나가는 옥서의 걸음은 천근같이 무겁고 슬펐다. 그 길은 범한테 먹히는 마지막 길이였던것이다. 그러나 이 사연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또 말할수도 없던 옥서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괴로운것이였으랴.
옥서는 바위고개로 오르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신일마을의 시집을 향하여 눈굽을 훔치며 마지막 절을 올렸다.

그리고 또 덕양마을의 친정집을 향하여 마지막절을 올렸다.

옥서가 고개마루에 올라서자 하는 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치더니 범이 나타났다. 옥서를 한눈에 알아본 범은 약속을 털끝만치도 어기지 않고 자기앞에 의젓이 나타나 목숨을 내맡기는 그에 대하여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약속대로 왔으니 이제는 너를 잡아먹어야 하겠다는듯 범은 잔뜩 꼬리를 도사리고 옥서를 노려보고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범을 지켜보던 옥서의 눈에서는 어느덧 또 주먹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범은 못마땅한듯 머리를 가로 흔들며 옥서에게 말했다.


범은 옥서의 말을 심중히 귀담아 들으며 묵묵히 생각에 잠기더니 머리를 끄덕거리며 말하는 것이였다.

범은 옥서를 태우고 골짜기를 향하여 내달렸다. 바늘잎나무가 빼곡이 들어찬 수림을 빠져 머루다래덤불숲도 헤치고 깎아지른 아슬한 벼랑아래 음달진 숲속에 가닿더니 범은 그자리에 웅크리고앉아 꼬리를 흔드는것이였다. 무슨 시늉인지 눈치차린 옥서는 곧 그 풀숲을 헤쳐보았다. 그것은 싱그러운 향기를 풍기는 산삼밭이였다.
옥서가 산삼을 캐들고 일어서자 범은 다시 옥서를 등에 태우고 일행천리로 덕양마을 친정집 문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범은 그자리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집안의 동향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집에 들어선 옥서는 참나무 숯불을 지펴놓고 약탕관에 늘늘이 산삼을 달였더니 약물이 어찌나 잘 울어났던지 누런 황금빛을 뿜고있었다. 옥서는 누가 왔는지 알지도 못하는 의식이 몽롱한 어머니의 입에 한술두술 그 약물을 떠넣었다.
얼마간 있다가 그 약물은 어머니의 의식을 회복시켰다. 제 정신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그때야 눈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옥서임을 알아보았다.

옥서는 시어머니가 자기를 바쁘게 떠밀어보내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약 한술이라도 대접했으니 이제는 자기 소원도 풀릴것 같다고 하였다.
그래도 어머니는 옥서를 나무라는것이였다.

문밖에서 그 말을 죄다 듣고있던 범은 옥서 어머니에 대하여도 대단히 감동했다.
(역시 그 어머니의 그 딸이였구나! 어머니가 저렇듯 훌륭하니 딸도 그렇듯 효성이 지극할수 밖에…)
어머니의 을 받고 옥서가 문앞에 나서자 범은 도울바에는 시집에까지 데려다주어야 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옥서를 잔등에 태우고 번개같이 바위고개를 날아넘으며 신일마을을 향하여 내달렸다. 옥서를 시집의 문앞까지 데려다준 범은 여기서도 다리쉼을 하면서 집안의 동향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옥서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어머니는 또 눈이 휘둥그래졌다.




시어머니는 까무라치듯 놀랐다.




옥서와 시어머니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문밖에서 죄다 듣고있던 범은 귀가 벌쭉해졌다. 그리고 자기도 단단히 한몫 했다는 자랑을 안고 뚜벅뚜벅 문앞을 향하여 걸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한마디 하고는 호탕하게 웃으며 울바자밖에 나서더니 바위고개를 향하여 순식간에 바람처럼 사라졌다.
마을사람들은 옥서의 뜨겁고 진정하고 한량없는 효성에 범도 감동했다고 하면서 끝없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신일마을과 덕양마을사이에 가로놓인 바위고개를 범바위고개라고 불렀고 구월산의 범은 사람을 해치지 않는 범이라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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