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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으로 거듭 나기 - 박주현
동지회 76 1571 2006-01-19 09:44:20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이탈주민의 신변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변보호 담당관 박주현입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는 이탈주민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분의 부족한 1인치를 찾아 조금이나마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사회정착 초기의 한국생활은 영하의 매서운 날씨만큼이나 혹독한 것이 여러분이 지금 몸 담고 있는 이 사회의 현실입니다.

여러분 누구나 컴퓨터를 배우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고스톱’ 게임과 사회생활을 비교하면서 간단하게나마 감히 몇 말씀 드릴까 합니다.

고스톱 게임에서 좋은 패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패를 잘 섞어야 하듯이, 여러분들이 성공적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보다 쉽게 사회 적응을 바라는 마음에 누구나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인터넷 고스톱 게임과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합니다. 경찰관이 고스톱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오해하지 마시고 열린 마음으로 이 글을 읽어 주었으면 합니다.

이제 막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내딛는 분들은 어떤 단계일까요?

‘하수’ 단계는 하나원을 수료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6개월 미만, ‘중수’ 단계는 사회생활 6개월 이상 1년 미만, ‘고수’ 단계는 1년 이상 3년 미만, ‘영웅’단계는 3년 이상 4년 미만, 4년 이상은 ‘초인’과 ‘지존’에 해당하는 분으로 규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처음 고스톱을 시작하는 분들의 경우 성급한 마음에 현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높은 점수를 받고자 무리수를 두다 지급된 돈을 모두 탕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원을 수료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의 경우도 돈을 벌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두다가 정착금을 탕진하는 분들을 종종 목격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시간이 지나면 되지 않을까요?”하고 저에게 문의합니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간다고 해서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빠른 시일 내에 사회에 적응하여 ‘영웅’ 이상의 단계로 가고자 한다면 아래 내용을 꼭 실천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내용은 저의 생각뿐만 아니라 여러분들 옆에서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계시는 모든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영웅 이상의 단계에 오르고자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미소’를 잃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원 내에서 만난 교육생들의 경우 초면에도 “안녕하세요”라며 항상 밝은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하지만, 사회 생활을 시작하시는 분들의 얼굴에서는 전혀 미소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렵고 힘들더라고 미소만큼은 끝까지 잃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둘째, 자신의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는 것입니다.

고스톱 게임에서 ‘고’를 할 상황에 자칫 주저할 경우 그대로 게임이 종료되거나 밀어주기 방식에 의해 상대방에게 ‘고, 박’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탈주민 여러분들의 성공적인 사회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여러분들은 ‘의사 표현’이 매우 부족하다고 합니다.

북한식의 투박한 말투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은 떨쳐버리십시오. 더 이상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이제부터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앞세운다면 이는 분명 자신에게 역효과가 되어 돌아옵니다. 대화에 있어서 말은 적게 하되 상대방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지혜 또한 여러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합니다.

또한, 음으로 양으로 여러분들을 도와주는 분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감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여러분들의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셋째 ‘약속’을 잘 지키기 바랍니다.

‘고스톱’ 게임에서 기본적인 룰을 무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게임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게임에 참가하지도 못한 채 강퇴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 생활은 어떨까요?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자주 하다보면 나중에 진실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 당할 겁니다. 여러분이 지금 몸 담고 있는 이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를 잃는다면 그 피해는 누가 입을까요? 당연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러분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며 그것이 쌓이고 쌓여 결국엔 그 피해를 여러분 모두가 받을 것입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약속을 한 번 했으면 꼭 지키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약속을 잘 지킨다면 이탈주민 ○○○는 신뢰가 가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자연히 따라 오겠지요.

믿음이 간다는 것은 곧 영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을까요? 꼭 약속을 잘 지키는 여러분이 되길 부탁드립니다.

넷째 ‘목표’를 정하는 것입니다.

영웅이 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자신만의 목표를 정하십시오. 단, 목표는 높게 잡되 지나치게 허무맹랑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잡아서는 안됩니다. 목표를 정한 후에는 주위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보십시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 정진하십시오.

다섯째 ‘건강’ 관리를 잘 하기 바랍니다.

뉴스를 보다 보면 간혹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에만 몰두하다 게임 중독증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를 여러분들도 보았을 겁니다. 그래서 프로 게이머들은 사전에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평상시에도 건강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건강상태는 어떻습니까? 본인의 건강은 옆에 있는 누군가가 지켜줄 수 없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여섯째 ‘보너스 패’ 활용입니다.

인터넷 고스톱에는 보너스 패가 있습니다. 보너스 패를 쥔 사람은 상대방의 패를 언제든지 가져올 수 있는 특권이 있습니다. 보너스 패를 사용하는 시점이 승부의 갈림길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손안에 쥐고 있는 보너스 패는 무엇일까요?

바로 여러분들 옆에서 도움을 주고 계신 분들이 바로 ‘보너스 패’ 입니다.

혼자 결정하기에 벅찬 상황에 처했을 경우, 여러분들은 그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겠습니까?

도움을 주고 계시는 분들의 다수 의견으로는 여러분들은 너무나 굳게 마음을 닫고 있어 그 속을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영웅이 되고 싶으세요?

그러면 굳게 닫힌 여러분의 마음을 활짝 열어 상대방에게 한발 더 가까이 진솔하게 다가 가 주시기 바랍니다.

희망찬 병술년 새해를 맞아 여러분들의 가정에 행운과 축복이 충만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06년 1월 눈 내리는 밤

박주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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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 2006-01-25 09:55:46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아직 이런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다가오는 새해는 희망이 많아보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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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랑소녀 2006-03-12 01:58:41
    맞습니다! 진실하고 용기있게 열심히 성실한 모습 ...함께 하고 싶은 모습이지요! tiffha(샬롬=두루두루 모든것에서 평안하길 바란다는 히브리어로 여러분 모두 그렇게 되시길 기원하는 기도를 대신하는 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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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2006-04-16 03:51:26
    와 멋있다 형사님 정말 감동깊게 보았습니다.
    당신의 가장가까운 탈북자 연세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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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일홍 2006-12-31 14:26:54
    좋은 말씀 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의 국가 입니다.
    새터민들에게 드리는 정착금도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쥐는 큰돈 절대로 헛되이 하시지 마시고 정말 꼭필요한곳에 쓰시길 바라고 절대 사기꾼 농락에 넘어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이 2006년의 마지막 날입니다..모쪼록 한해마무리 잘하시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 하시길 진심으로 간곡히 바랍니다....
    jij50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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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ngil 2007-02-20 00:51:55
    너무나도 멋있는 사람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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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무 2007-03-20 19:55:29
    작년에 박형사님 쓰신글이네요...
    형사님 좋은글 감사드리그요 건강하시고 행운이 항상 차넘치시길 바랍니다.
    저 아시죠...
    담당철수네 아래집..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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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그맨 2007-04-21 19:48:25
    박형사님 정말 글이 너무 멋잇어여..^^
    두문의 이런 참고서 같은 글 교과서 같은글들아닌 현실에 맞는 교과서라는틀에서 벗어나 지금우린가 닥친 문제점 기준으로 좋은글 많이부탁할게여
    감사합니다
    저누군지 아시죠 형사니까 당연히 제가 누구라는건 추리하시겟고 모르겟다면 형사님 책임...
    참고로 10달짜리 애아빠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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