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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동포들에게 전하는 마음의 편지 - 손영지
동지회 47 1986 2006-01-19 10:02:40
환경의 변화속에서

안녕하세요. 저는 강남지역의 탈북동포 가정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태화복지관 사회복지사 손영지입니다. 탈북동포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현재는 탈북동포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탈북동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탈북동포들과 함께 한 경험이나 이해의 폭과 깊이는 부족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이자 탈북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탈북동포들을 만나 생계, 취업, 이성, 결혼문제 등 다양한 일들로 인해 탈북동포들이 대한민국에서 겪는 고민을 상담합니다. 최근 하나원을 퇴소한 분들을 맞이하다 보면 부푼 희망에서 시작한 삶이 점차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볼 때가 있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대처방법을 알려드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러분이 기억하셔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해 감히 몇 가지 조언을 할까 합니다.

첫째, 자신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합니다

탈북동포 여러분, 특히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가진 잠재성과 특별하고 독특한 자질과 능력이 있음을 확신하길 바랍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구요? 여러분만큼 집중적인 관심과 투자를 받는 사람들이 이 땅에 얼마나 될까요?

단지 이 사회가 동포애 차원에서 여러분을 동정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대한민국은 철저하게 자본의 지배를 받는 사회입니다. 여러분은 투자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를 발굴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그에 따른 책임도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제가 탈북동포들과 만나 상담하다보면 대한민국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탈북동포들은 더더욱 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종종 ‘우리 북한사람들은 어떠어떠하다’ 등의 말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를 합리화시키고 스스로가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부족함 없이 부유하고 풍부한 시대에 살아 유약한 단점이 있지만 여러분은 이와 차별화된 강인한 능력과 생존본능이 있습니다. ‘내가 뭘 하겠어’, ‘그냥 대충 넘어가지’ 등의 안이한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여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갖고 자신을 신뢰하기 바랍니다.

둘째,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저는 청소년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습니다. 제가 만나는 아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환경 그리고 낯선 학교생활과 친구들을 사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적응의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지만 어른들 보다 낫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어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과거에 집착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응용하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북동포들 중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저 나이에 대한민국에 왔으면 사회에 적응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변화에 대한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의미할 뿐이지 현재 닥친 난관을 이겨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존재 그 자체가 고귀하고 특별하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더구나 제가 탈북동포들을 만나면서 확신하는 것은 여러분이 가진 기질과 삶의 경험은 오히려 대한민국 사람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될 것입니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에서 평생을 살아온 제가 북한에서 생활한다면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요? 모른다고 회피하려 하지 말고 당당하게 헤쳐나가십시오. 받기보다 베풀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갖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셋째, 비교의식에서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탈북 청소년들을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늘 물어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대답은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사람들이 흔히 선호하는 일류대학이나 막연히 좋은 직업을 이야기합니다. 다른 하나는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남보다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대답은 결국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두 가지 대답 모두 자신이 무엇을 할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진로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탈북동포 여러분들의 고유한 특성과 자신의 적성을 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 사람들이 받는 평균 월급이 200만원은 된다니까 나도 그 정도는 받아야지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현재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지 못한 채 주변사람들과 단순 비교하다보면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갖게 됩니다.

현재가 아닌 장래를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십시오. 결코 자신을 과대평가 하거나 꿈을 꾸라는 말은 아닙니다. 자신을 냉철히 돌아본 후 있는 그대로를 겸손히 인정하되 내재된 능력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넷째, 꿈과 비전을 찾고 만들기 바랍니다

여러분 앞에 놓인 열매는 준비된 자만이 쟁취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여러분의 앞길을 막는 최대의 적이며 정보에 대한 무지는 성공의 장애물입니다.

여러분의 꿈을 이루기 위한 3가지 전략을 감히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깨보기’ 입니다. 깨본다는 것은 내 성격, 장점, 흥미, 적성 등 자신을 발견한다는 의미입니다. 자기발견에 성공해야 무엇인가 하고 싶고 해보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음은 ‘부딪혀보기’입니다. 많은 탈북 청소년들은 용감한 듯하면서도 매우 수동적이고 움직이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진로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대학진학을 희망합니다. 하지만 전공에 대한 이해나 자신의 적성 등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진학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기초학력이 부족해 낮은 학점과 학업에 대한 열의가 부족해 휴학을 하는 청소년들을 종종 봅니다.

청소년들은 다양한 경험과 실패를 맛볼 수 있는 특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열정만으로 도전한다면 이는 젊음에 대한 죄악입니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정보를 습득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자만이 실패과정에서 성공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전략은 ‘인생에 고속도로는 없다’ 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은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미숙하지만 성실히 준비해야합니다. 필요하다면 대학에 진학하십시오. 먹고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마십시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투자하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있어야 합니다. 실패를 맛보지 않고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성공은 없습니다.

다섯째, 주위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탈북동포들을 만나다 보면 이 사회에 자립기반이나 연줄이 없어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지원에 더욱 더 의지하고 행여나 지원이 끊기지나 않을까 걱정합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교육, 취업, 경제적 지원 등의 혜택 외에도 여러분 가까이에 있는 민간단체에 눈을 돌리시기 바랍니다.

사회복지관, 직업훈련시설, 시민단체, 대안학교, 종교단체 등에서는 여러분의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교육, 취업훈련 및 알선 서비스, 경제적 지원, 의료서비스, 문화체험활동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있습니다. 이러한 혜택은 여러분을 동정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여러분의 사회적응을 도와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탈북동포들의 경우 생업은 뒷전으로 하고 단체의 지원에만 의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한 태도는 열심히 생활하며 자립기반을 준비하는 많은 동료들의 낯을 뜨겁게 합니다. 한편으로는 탈북동포들의 사회적응을 기대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실망감과 선입견을 안겨줍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시대와 통일을 위해 필요한 일꾼이라는 사명감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젊은 세대의 탈북동포들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서로들 다르다고 하지만 하나일 수밖에 없는 남북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겠습니까? 대한민국 사람들은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이 여러분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체념하지 말고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북한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입장에 서서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알리고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고 이끌어줄 지도자가 누구겠습니까? 바로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이 역사적 소명을 담당할 사람이라는 책임의식을 갖고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이자 남한생활 선배로서 마지막 당부를 드리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대한민국에서 부딪히며 겪은 경험과 편견에 주눅 들거나 낙심하지 마십시오.

저 또한 여러분이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열심히 일하며 여러분의 친구이자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05년 9월 사회복지사 손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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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성희 2006-02-27 10:52:31
    좋은글이네요 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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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섭 2006-04-01 22:56:05
    정말 그렇군요! 너무 도움되는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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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마운 2007-03-01 21:44:05
    참 가슴에 와닿는 말입니다 먼 후날의 제 모습을 준비하게 하는 귀중한
    조언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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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기시오 2007-04-10 16:54:52
    중국에 있는 저희들 도와 주실수 없으세요
    대한국민이 되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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