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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편지 뒷이야기 - 김현숙
동지회 3 1737 2007-01-19 13:18:53
무지개 편지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리는 이 글은 사실 내겐 큰 부담이다. 인터넷이 주는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에 놀라고, 행여 내가 탈북자들을 가식적으로 미화시키거나 혹은 함부로 이야기 해 상처를 주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한번 더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 탈북자들이 겉으로는 눈치 챌 수 없는 남한사람들의 속내를 이야기해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하나원을 수료한 탈북자들에게 무지개 편지를 보낸 후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탈북자 출신의 남성이고 또 한 사람은 직장동료이다. 글을 올리고 난 후 3달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다. 출근하자마자 걸려온 남자총무의 전화 한 통화! 그분은 생활이 너무나 모범적이어서 모든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나와는 각별한 인연을 만들 틈도 없이 수료를 했고, 그 교육생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고 있을 때쯤 전화연결이 된 것이다. 아주 가라앉은 숙연한 목소리로 “샘! 글 읽었습니다. 그리고 밤새 울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감사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처럼 부모님과 함께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주 짧은 통화였는데 그 졸업생이 또 나를 울린다.

그리고 많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나는 참으로 예민하고 상처도 잘 받는 성격이다. 하나원에 와서 이 거친 일터에서 감당하지 못할 일들 때문에 울었고, 또 사연 많고 울분 많은 탈북자들을 너무 많이 봐서 이젠 그 눈물마저 말라간다. 그런 나 자신이 누군가를 울렸다 생각하니 순간 움찔하는 마음이 들었다.

더군다나 별도로 상담을 하지도 않았고 그다지 친하게 지낸 것 같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까지 받아들이다니...하는 부담스러움이었다. 감동의 눈물이 아니라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미안하고 또 부끄러웠다.

속마음을 알고 나면 저절로 통하는 것을 어찌 내가 속내를 숨키고 교육생들을 대했던가! 늘 다람쥐 쳇 바퀴 돌듯 건성 건성으로 살지 않게끔 깨우쳐 주니 그 교육생이 참으로 고맙다. 미세한 바람도 놓치지 않고 청아한 소리로 되내어 주는 풍경소리처럼 그렇게 부지런히 나를 일깨워주니 참으로 감사하다.

두 번째는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다. 그 선생님은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하나원에서 근무를 했다. 나는 그분 때문에 하나원 생활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분은 아는 것도 많거니와 교육생들에게 끔찍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분은 개인사는 뒷전이고 밤늦도록 교육생과 대화하며 어떻게든지 교육생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그런 탓에 교육생을 건성으로 대하는 직원에게는 면박을 주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천방지축 덜렁이인 내가 그분의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전생의 원수가 아닌가 의심도 했다. 저 사람은 왜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 그 직장동료는 애정도 없는 쓴 소리를 쏟아내니 소심한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해내기 힘들었다.

그 원수 같은 직장동료를 직장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것이다. 친한 척 다가와서는 몇 달 전에 근무지를 옮긴 사연을 묻고, 나의 사명감에 대해서 귀찮을 정도로 시시콜콜 당부를 한다.

무지개 편지를 읽은 모양이다. 이번에는 쓴 소리가 아니라 단 소리를 해주었다. “교회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천사 같은 마음이 있네요. 어떤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마세요. 선생님 한 사람이 무너지면 우리 교육생들은 몇 명이 무너지는지 아시잖아요.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말고 늘 하던 대로 하십시오”

나는 절대로 천사가 아니다. 그리고 마치 천사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은 내가 제일 혐오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원수 같은 직장동료는 한 사람의 진심이 많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진리를 천사를 빗대어 말해주고 싶어 했다.

더군다나 요즘은 북한 核문제로 인해 언론에서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런 시기에 탈북자와 만나는 남한사람들은 또다른 고민거리를 갖게 된다. 과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무엇이 최선인가?

기억 속에 또렷이 남은 이 두 사람은 탈북자와 마라톤 경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동여매게 해준다. 지친 영혼과 육신에 힘을 실어주는 응원가처럼 그렇게 울려 퍼진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솔직하고, 진심으로 다가가십시오!”

2006년 11월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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