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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제80차 국제PEN대회 -끝
Korea, Republic of 림일작가 0 693 2015-04-24 07:52:17

솔직히 나는 이곳 비슈케크 첫날부터 일주일간 내내 고향 평양에 온 기분이었다. 내가 묵었던 악케미호텔은 ‘평양고려호텔’로, 내가 들어갔던 비슈케크의 모든 가게는 마치도 평양에서 권력자들과 부호들만 드나드는 ‘외화상점, 외화식당’ 이라고 느껴졌다. 그러니 내가 평양으로 치면 엄청난 간부인 셈이다.

귀국에 앞서 일행과 시내 중앙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다. 5층짜리 거대빌딩에 ‘SAMSUNG’ 이라는 대형글자가 새겨져 있다. 고객들로 북적이는 1층에는 보석상과 휴대폰매점이 자리를 잡았는데 여기는 절반 이상이 삼성과 엘지상품이었다.

미소를 지은 점원들이 우리를 보며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한국에서 오셨지요?” 한다. 말로만 듣던 그 한류의 위대함을 현장에서 직접 실감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 맨 위층에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코너였는데 여기서도 첫눈에 띄는 브랜드는 ‘LG’와 ‘SAMSUNG’!

나는 솔직히 백화점에 온 기분이 아니라 특별한 ‘애국기념관’에 들어온 기분이다. 2014년 현재 내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만든 세계적인 제품이 외국의 백화점에서 당당하게 팔린다고 생각하니 왜 안 그러겠는가?

북한의 수출품이라 봐야 고작 미술작품, 도자기, 농토산물, 수예품 정도이다. 그리고 전체 인민이 “당의 외화벌이 방침”에 따라 높은 산이며 깊은 바다로 나가서 생산한 약초며 잡은 수산물이 고작이다. 이것으로는 큰돈을 벌수 없어 온갖 편법으로 마약밀매, 위조달러유통 등을 하는 북한당국이다.

6박 7일간 머물렀던 비슈케크! 내 고향 평양과도 같은 이 도시에 잠시나마 정들었다. 원주민 키르기스인은 어딘가 모르게 한국인과 유사하다. 순수하고 맑은 그들의 눈빛, 자유를 찾은 행복에 도취한 얼굴에서 평양시민들을 떠올려 봤다.

아침에 일어나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깨끗이 닦는 일부터 시작하여 1시간의 신문독보, 8시간 노동 후 2시간의 각종 정치행사, 태어나 죽을 때까지 오로지 수령의 지시대로만 살아야 하는 동물 같은 삶을 누리는 인민들이다. 수령의 사진을 찢으면 총살되고 노동당이 무서워 살기 어렵다는 말조차 못하고 산다.

무능한 대통령이 일을 잘 못한다고 바꾸고,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해외로 추방시킨 정의롭고 용감한 비슈케크 시민들이 누리는 이런 자유를 언제면 내 고향 평양시민들이 누릴까? 최소한 밥이 없어 굶어 죽지 않고, 아무리 추워도 옷이 없어 얼어 죽지 않는 이곳 비슈케크처럼 언제면 평양에도 행복의 봄이 올까?

평양의 봄을 앞당기려면 통일 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야만적인 김정은 정권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인민들의 고통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통일한국은 위력한 경제대국으로 세계에 우뚝 설 것이다. 그날 철의 실크로드를 이용하여 평양을 거쳐 꼭 다시 오고 싶은 비슈케크를 뒤로 하고 나는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키르기스스탄은 옛 사회주의풍경인 동상, 조형물, 선전화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죠. 무슨 훈련을 하던 학생들과 한 컷! 너무도 불쌍한 우리 북한의 학생들도 저들처럼 자유로움과 배부름의 행복을 누리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2014년 10월 4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 림 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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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필 ip1 2015-04-26 00:07:08
    왜 이 글에 댓글이 안달리나 했더니 로그인해야 쓰게 설정했네. 그러지 않았으면 욕이 바가지로 터질텐데. 아무튼 비슈케크 경험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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