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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조국 등지고 다시 제3국으로 또 한번의 좌절 "모험"
Korea, Republic o 참이슬 0 481 2008-06-02 23:42:52
사선넘어 南으로 온 탈북자가 떠난다
두개의 조국 등지고 다시 제3국으로 또다른 희망 vs 또한번의 좌절 '모험'

2008년 05월 10일 (토) 전상천junsch@kyeongin.com



▲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산다는 영국 뉴몰든거리.
남과 북, 두 개의 조국을 가슴에 품은채 영국 등 제3국으로 난민을 자처해 떠나는 탈북자.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행을 택했던 탈북자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남쪽 나라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면서 떠나고 있다.

탈북자들은 왜 힘들게 입국, 이전과는 전혀 다른 '행복한 삶'을 꿈꾸며 홀로 혹은 가족과 함께 힘겹게 정착을 시도하던 남한 땅을 뒤로한채 또 탈남(脫南)을 시도할까?

영국 정부는 최근 난민 신분으로 망명 신청을 한 탈북자의 수가 급증, 사회 이슈로 떠오르자 남북한 양 국가와의 관계 훼손을 우려, 철저한 난민승인 심사를 하는 등 엄정 대처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영국이 탈북자 망명을 허용해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심화시켜 적극적으로 핵문제 등 대북문제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북한 인권 및 탈북자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실용주의 탈북자 정책이 정립되지 않아 추가적인 논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 '고국을 두 번 등진 탈북자'
영국은 최근 북한 국적자로 자국에 망명 신청을 한 165명의 탈북자 가운데 100명을 심사, 75명에게 망명을 공식 허용했다. 나머지 15명에게는 인도적 보호 등 임시거주 비자를 발급했고, 10명만이 남한 입국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망명 자체가 불허됐다. 영국 정부의 난민 결정 거절 사유로는 신청자가 심사 기간 내에 망명신청을 보충할 충분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거나, 망명 인터뷰에 불참한 경우, 또는 안전한 제3국에서 도착했을 경우 등으로 분석됐다.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가 영국에 망명 신청을 한 165명은 신청인 이외의 배우자나 자녀는 배제한 수치여서 3~4배 규모의 탈북자가 영국 정착을 시도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이후 신청자 245명중 20% 정도인 50명에게만 난민 지위를 인정했고, 12월에는 단 10명에게만 난민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서 탈북자의 영국행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자 난민심사를 엄격히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모두 2만3천430건의 망명 신청을 접수하고 이 가운데 16%인 3천540명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탈북자에 대한 난민 인정 비율은 약 31%로 평균치의 2배에 달한다. 이같은 통계 자료는 점점 많은 수의 탈북자들이 영국 당국의 망명심사가 쉽다는 이유로 영국행을 대거 택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국내 탈북자 지원단체인 숭의동지회측은 "망명 신청자 중 상당수가 북한을 떠나 한국을 거치지 않고 영국으로 들어가는 탈북자로 가장하고 있다"며 "10명에 1명 정도가 돌아오고, 나머지는 그대로 망명 승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왜 그레이트 브리튼行인가'

▲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통일안보 분과위원회 박진 간사와 현인택 인수위원이 지난 1월 29일 안성의 탈북자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을 방문, 책을 보고 있는 탈북 어린이를 격려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영국행을 감행하는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탈북자는 지난해말 1만3천명을 돌파한 이후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한강'으로 대변되는 한국사회 곳곳에서 정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동포인 탈북자들의 사회적 지위는 정작 조선족 등 외국인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특히 북한과 전혀 다른 교육·경제·사회 시스템에서 탈북자들이 남한 사람들과의 동일한 조건에서 생존경쟁(?)을 벌이기란 그리 만만치 않다.

또 자녀가 있는 탈북자들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감과 자녀들의 학교생활 미적응 등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영국행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 망명 승인을 받을 경우 생활비 지원 뿐만 아니라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져주는 영국의 복지 및 교육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게 현지인들의 지적이다.

또 탈북자 숫자가 증가하는데 비해 한국 정부의 보호·관리 시스템은 예전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탈북자들의 탈남행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의 특수 관계를 고려한 결과라고 해명하지만 분명한 정책 신뢰 의지를 탈북자들에게 인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는 "정부가 탈북자 관련 대책을 중장기 정책보다는 남북 혹은 국제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 자초한 결과"라며 "통일 연습을 미리 해볼 수 있는 귀한 존재들을 정부가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영국에서 좌절하는 탈북자들'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영국행은 대학생과 청소년 등 젊은 탈북자층으로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영국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브로커의 회유나 주변 소문에 현혹되기도 한다.

하지만 탈북 청소년들이 영국 유학길(?)에 오르는 이유는 정상적인 유학 목적도 있지만, 각종 비용과 난민에게 주어지는 복지 혜택, 국적 취득이 용이한 점 등 난민 제도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한국 국적 취득 사실을 숨긴 채 제 3국을 거쳐 영국으로 입국할 경우 대략 300만원 이상의 경비가 소요되지만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주택공사 아파트를 반환하는 방식(대략 600만원 이상을 환불 받음)으로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점도 한몫한다.

영국 행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 J대 재학중인 김철수(가명·26)씨는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학업 성적이 부진하고, 남한 학생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게 치열해 졸업 후에도 취업 걱정이 많다"면서 "영국에 가서 영어를 배우고 계속 머물며 직업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탈북 청소년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많은 어려움을 겪다 귀국하기도 한다.

대안학교를 다니다 영국에 갔다가 되돌아온 한 탈북 학생(17)은 "영국에서 영어 등을 공부하러 갔던 상당수의 친구들이 충분한 준비없이 무작정 떠났기 때문에 현지 적응에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며 "주변 지인들을 통해 들었던 장미빚 영국보다는 남한에서 제공되는 교육시스템이 적응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 '영국은 난민과 전쟁중'
영국 정부가 초기에는 미국처럼 한국 정부에 의뢰해 망명 신청자들에 대한 지문확인을 하지 않아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탈북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국에서 탈북자들의 영국 망명 신청 문제를 제기하자 내부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당국은 난민신청 과정을 악용한 사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탈북자의 난민 심사시 통역담당을 영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상대로 물색하면서 한인사회가 또한차례 홍역을 앓고 있다. 내 민족인 탈북 동포들이 난민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민족 끼리 망명신청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을 규명, 불이익을 준다는 것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어서다. 한인사회에서 영국행을 택한 탈북자들을 소위 부적격자로 '솎아내기' 한다는 것 자체가 민족분열 등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

영국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들은 영국의 각 지역에 분산돼 임시 아파트 등에 거주하고 있으며, 영국 정부로부터 나이별로 주당 60~70달러의 생활비를 지급받고 생활하면서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자립하기 위해 영어는 필수이기 때문에 정착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은 불가피하다. 특히 탈북자들이 구할 수 있는 직업은 3D업종이나 허드렛일이 주를 이루는데다, 이같은 직업을 구하는 것 조차 어려워 적응에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북한시민인권연합 이영환 팀장은 "영국행을 권유받은 상당수 탈북자들이 현지서 뒤늦게 잘못된 선택임을 깨닫고 되돌아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영국의 난민심사가 더욱 강화되면 결국 한국서 적응하는게 더 낫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선택한 탈북자들은…

▲ 지난달 미국내 북한인권 관련단체들이 제 6회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미 의회앞에서 개최한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 모습.
지난 2006년 중국 선양의 미국 총영사관에 탈북자 6명이 들이닥쳤다. 중국서 상주하는 외신들이 탈북자 인권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탈북자 문제가 국제사회의 '핫이슈'로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이는 미국이 지난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을 발효한 지 2년여만의 일이다.

미국 망명 탈북자는 점차 늘어 현재 50여명이 미국 전역에서 흩어져 살고 있다. 망명 탈북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시애틀, 루이빌, 리치먼드,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뒤 정착한 탈북자와 남한에 왔다가 미국으로 재망명한 사례 등을 합치면 100∼150명의 탈북자가 미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혹시 미국사회에서 '신이방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키 위해 새로운 신천지 정착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행을 선택한 탈북자들은 자칫 북한당국과 미국 현지서 맞부딪칠 것을 우려해 은둔하며, 현지 정착을 위해 분주하게 살고 있다.


▲ 북한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감동실화대작 영화 '크로싱'의 한장면.
하지만 남한에 정착했다가 미국에 불법 이주해 살거나 애당초 태국서 미국행을 선택한 탈북자의 삶이 만만치는 않다. 남한에서는 주거지원금으로 1천300만원을, 취업장려금으로 3년간 1천500만원을 지원받는 데 비해 미국에서는 거의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영어가 서툴러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초기 정착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게 탈북단체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북한동포의 인권 개선을 위해 공개적인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우선 중국의 탈북자 북송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로 구성된 디펜스포럼 등 탈북단체들은 최근 워싱턴의 주미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6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석해 중국 당국이 탈북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탈북자들의 국제적인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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