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용車, 에쿠스가 어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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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갑제 홈페이지에서. 92 조 회 942 이 름 이장춘 날 짜 2005년 5월 13일 금요일 대통령 공용車, 에쿠스가 어때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공용차(車)가 미제(美製)에다 독일제(獨逸製)를 더 추가하거나 독일제 일색이 될 것 같아 보인다. 청와대 경호실은 세계 최고가 승용차의 하나인 BMW 5대를 구입할 예정임을 밝혔다고 한다. 예전 같이 한국이 가난했고 한미관계가 좋았을 때 같으면 어림없을 일이다. 나라 살림에 여유가 생겼고 독일제 차가 더 좋다고 할진댄 대미(對美) ‘자주외교’(自主外交)를 외치는 대통령으로서 꼭 미제 차만 타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자국 브랜드 생산기준 세계5위이자 수출기준 세계4위인 자동차 강국 한국의 최고지도자가 외국제(外國製) 승용차를 꼭 타야하는지는 곰곰이 따져 볼 때가 됐다. 자동차 대국의 왕(王)이나 대통령 또는 수상 가운데 자기 나라 자동차를 공용차로 쓰지 않는 경우가 없다. 미국․일본․독일․불란서․이태리․스웨덴 등의 국가 정상급들이 그들의 국산 브랜드 자동차를 타야하는 것은 상식이다. 국기(國旗)를 달고 그 국력(國力)과 국위(國威)를 선양하는 상징성(象徵性) 때문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롤스로이스는 회사가 독일로 넘어가 국적 구분으로는 영국 차가 아니지만 여전히 영국에서 생산되고있으며 엘리자베스(Elizabeth) 여왕의 차로서 영국적 이미지의 광고에 기여하고 있다. 승용차 민족주의(民族主義)는 비단 국가 정상급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들의 대사들은 외국의 수도에서 거의 예외 없이 자국산 차에 국기를 꽂고 다닌다. 앞에서 언급한 상징성 때문이다. 한국대사(韓國大使)들은 거의 아직도 주재국에서 외국제 자동차에 태극기(太極旗)를 달고 다닌다. 선진세계 밖의 나라로는 유일하게 자동차 수출강국으로 떠오른 공업한국의 세일즈맨이어야 할 책무에 어긋난다. 국산차의 경제성과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또한 주재국의 특수사정에 비춰 일제히는 못하더라도 대부분의 재외공관장들은 거의 국산차에 태극기를 꽂고 다녀야 한다. 대통령과 국빈을 위한 승용차가 외국제 방탄차(防彈車)여야 한다는 경호(警護)상의 당위성은 일종의 금기로서 당장은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와 무한(無限)경호의 논리다. 마침 금년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아세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가국가 수뇌들에게 '현대'의 에쿠스(Equus)가 제공된다는 사실은 경호논리에도 끝이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방탄을 입힌 에쿠스는 대통령과 국빈을 위해 능히 사용될 수 있는 이유로 족하다. 자동차의 방탄무장은 경호재앙의 방지에 필요하나 충분치 않음을 유념하여 경호과잉(過剩)의 폐단을 없애야한다. 경험상 경호사고의 방지는 자동차의 방탄이 아니라 육탄에 의존했다는 기억이 더 생생하다. 유권자를 두려워하는 민주적 국가경영으로 나가야만 선진세계에 진입할 수 있다. 시락(Chirac) 불란서 대통령의 공용차가 뿌조(Peugeot)인 것은 물론이고 독일의 슈뢰더(Schroeder) 수상이 그의 고향 부근 자동차 공장에서 만든 아우디(Audi)를 타는 것이나 영국의 블레어(Blair) 수상이 롤스로이스(Rolls-Royce)를 타지 못하는 것은 민주주의 윤리와 무관치 않다. 공직의 호사(豪奢)가 통하지 않는 곳이 선진세계다.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가인 일본의 고이즈미(小泉) 수상이 타는 도요타(Toyota)는 일본 기업의 간판이다. 한국 대통령도 한국차의 광고로 그 수출이 일본을 따라잡는데 기여한다면 한국이 일본과 대등해지는 날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비싼 외국제 자동차로 뽐내며 외빈의 선심을 사려는 외화(外華) 경향은 선진세계의 덕목이 못된다. 외교부는 의전용 차량의 일반적 수준을 낮추면서 오랜 숙원인 영빈관(迎賓館)의 신축 등으로 한국문화의 홍보에 초점을 맞춰 외빈접대의 내실(內實)을 기하는 외교 인프라의 구축에 눈을 돌려야 한다. 2008년 2월의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산차가 전 세계의 TV를 통해 굴러가는 모습을 보일만하다. 국가 최대 경사를 외국제 자동차의 선전무대로 계속 방치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건성으로 민족(民族)을 타령할 게 아니라 진실로 애국(愛國)을 실행하는 지혜(智慧)가 절실하다. 李 長 春(외교평론가․전 외무부대사)--2005-05-13 文化日報 (Forum)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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