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스펙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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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인성은 대체로 좋은 인성을 말한다. 좀 더 깊이 고찰해 보면 인성의 범위는 성스러운 신의 경지에서부터 동물적인 수성(獸性), 그리고 그 이하의 포성(暴性:포악한 성질)에 이르기 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인성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라 연속성(Continuity property)을 나타내는 인성의 스펙트럼(Spectrum)으로 고찰될 수 있다. 신의 경지를 보여준 성인(聖人)은 인류에 흔하지는 않지만 적잖이 존재해 왔다. 인성스펙트럼의 최좌측에 위치하는 인성이라 할 수 있다. 인성의 스펙트럼을 따라 선한 쪽에서 악한 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 중간에 수성(獸性)이 놓일 것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말에서 보는 것처럼 獸性은 인간의 가장 나쁜 인성을 일컫는데, 이는 옳은 견해가 아닐 듯싶다. 獸心은 동물의 야수성을 말하며, 야수성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 하급동물을 잡아먹을 때의 무서운 성질로 이해된다. 대부분의 동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하급동물을 먹을 만큼만 해치고 그 이상은 해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성의 포악함은 그 정도를 넘는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해칠 만큼 해치는 것이 아니라, 패악한 만행으로 나타나기 일쑤다. 연쇄 살인범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살인하는 범위를 넘어 유희적인 대상으로 인간의 생명을 선택하는 악랄한 인성을 보인다. 연약한 여성을 성노리개로 삼다 못해 스릴과 재미를 위해서 연쇄적으로 도살하는 행태에서 수성獸性보다 더 악한 포성暴性이 관찰된다. 검거되지 않으면 끊임없이 반복하는 행태로 나타난다. 실로 인성에는 수성獸性보다 훨씬 더 악한 쪽의 인성스펙트럼에 위치하는 악한 인성이 있다. 이를 포성暴性이라 부르자. 포성暴性도 그 정도에 따라 심한 포성이 존재한다. 북한의 수용소 살인집단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만행의 포성에서 그 예를 발견할 수 있다.(탈북자수기 참조) 술좌석에서 말실수로 지배층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혹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서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건너 탈북 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남한의 TV나 라디오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당국은 죄 없는 인민을 수용소로 보낸다. 당사자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영문도 모르는 그 가족 전체를 보낸다. 한 끼에 강냉이 몇 알이 고작이다. 수용소 수감 단 몇 달 만에 피골이 상접한 처참한 몰골로 변한다. 가죽을 씌운 뼈다귀의 모습이 된다. 태반이 서너 달 만에 죽는다. 그들은 혹독한 노동을 강요당한다. 죄수들은 기운이 없는 고로 무릎으로 기면서 일을 한다. 이들은 요덕수용소와 같은 산골 경사지에 옥수수를 재배한다. 인분을 바가지에 퍼서 나를 때도 무릎으로 긴다. 무릎이 발바닥처럼 굳기 전까지 무릎에서 피가 나는 고통을 견디어야 한다. 이렇게 비참한 형벌을 가하는 인간의 포성, 그것은 인성스펙트럼에서 獸性보다 훨씬 더 악한 쪽(오른 쪽)에 나열되어야 마땅하다. 무릎으로 간신히 기어가고 있는 해골 모습의 죄수 뒤쪽에 수용소 소장이 나타났다. 수용소 소장은 느닷없이 각목으로 죄수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죄수가 놀라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섰는데, 소장은 죄수의 면상을 큰 돌로 찍었다. 죄수는 즉사했다. 소장은 유유히 손을 털고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유도 없이 유희적으로 처참한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의 흉포한 暴性, 이것은 더 악한 쪽의 인성스펙트럼에 위치되어야 한다. 어떤 수용소 죄수가 견디다 못해 수용소 철망을 넘어 사라졌다. 10분마다의 인원 점검에서 결원이 발견되고, 즉시 군대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그 죄수는 잡혔다. 수용소 보위대원들은 그 죄수를 트럭에 매달고 십여 리를 끌고 왔다. 그 죄수의 등과 뒤통수의 살은 너덜너덜 헤어진 상태로 피투성이였다. 보위대원들은 도망치는 자는 이런 식으로 한다며 그 죄수의 다리를 분질렀다. 얼마 후 나무에 매달고 총살시켰다. 인간의 악독한 포성暴性, 이는 더욱 더 악한 쪽에 위치되어야 한다. 더욱 심한 暴性이 있다. 어느 중학교 1년생의 탈북자수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버지는 김일성대학의 교수였고 어머니는 김정숙 대학에서 가르쳤다. 누나는 평양의 예술학교에서 음악을 배웠다. 배우처럼 예뻐서 주위의 칭송을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어쩌다가 이 가족이 수용소에 잡혀 들어왔다. 연일연야 고문이 자행되었다. 아버지를 나무에 매단 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도 없이 내리쳐서 머리가 다 빠지고 퉁퉁 부어 피투성이 상태였다. 그 죄수의 면전에서 그 아내와 딸을 발가벗기고 겨울 추위에 얼음이 얼은 광차의 물속에 집어넣기도 하고, 구둣발로 성기를 밟아 피투성이로 짓이겨 놓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딸을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다리 하나씩 거꾸로 묶어 놓고 보위부원 중 하나가 강간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어머니는 수십 번 실신했다. 아버지는 잠시 풀린 틈을 타서 보위부원의 단검에 달려들어 자신의 몸 깊숙이 찔렀다. 얼마나 세게 찔렀는지 단검집채 몸속으로 박혔고, 후송 도중에 죽고 말았다. 어머니는 그 후 기회를 잡아 변소에서 변을 세 사발 먹고 죽었다. 딸은 동생과 마주 앉아 울면서 몇 달을 지냈다. 감자밭에 나가 노동을 하던 틈을 타서, 감자 싹(독)과 흙을 입속으로 쑤셔 넣어 죽고 말았다. 인간으로서 갈 수 있는 마지막 장이 아닐 수 없다. 인간말종의 天人共怒할 暴性, 인성스펙트럼의 가장 악한 쪽(최우측)에 놓여 마땅하다. 이런 북한 살인집단의 만행은 만천하에 공개하여 규탄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정권과 정략의 이유로 이들 이야기는 묻혀있다. 중세시대의 군주가 이런 만행을 보고 받았다면, 즉각 십자군을 일으켜 저 포악한 무리를 섬멸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이 나라의 수장은 이러한 정권의 비위를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천인공노할 만행을 묵과하였다. 이러한 인성 또한 인성스펙트럼의 오른쪽에 놓일 것이다. 인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여 넓게 분포되어 있고, 세상에 고삐가 풀릴수록 오른쪽으로 더 넓게 분포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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