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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처럼 탈북자들은일할것
United States 김씨 0 596 2009-04-17 12:09:49
입력 : 2009.02.28 10:40 / 수정 : 2009.02.28 13:29

▲ 귀순가수 김용 “목숨 걸고 탈북했는데 못할 일이 뭐가 있어?”
지난 1991년 한국에 들어온 ‘귀순 가수’ 김용(49)씨. 가수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1996년 경기도 일산에 북한음식 전문점을 차렸다. 이후 파죽지세(破竹之勢) 사업가에서 수십억의 빚쟁이로 부침(浮沈)을 거듭한 그를 월간조선 3월호가 만나봤다.

북한의 2·16(김정일의 생일이 2월 16일이다)예술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평양 영화 및 방송음악단과 평양 국립교향악단에서 가수로 활동했고, 한국에 들어온 뒤에도 가수로 활동했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경험이라고는 자강도 체육단 막내선수 시절 요리사 할아버지를 도우며 어깨 너머로 배운 것과 남한에서 방송리포터 일을 하면서 전국의 실향민들이 운영하는 북한음식점을 훑어본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양냉면’ 고유의 맛을 찾기 위해 전국의 간장이란 간장은 전부 사다가 육수를 내봤다. 실향민들로부터 조언도 수도 없이 들었다. 마침내 제대로 된 냉면 맛을 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할 즈음, 가게의 입소문도 나기 시작했고 사업의 규모도 커져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국내와 미국 뉴욕·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샌프란시스코와 일본 도쿄 등지에 모두 98개의 체인점을 열었고 ‘탈북 사업가 1호’란 별칭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내 시련도 찾아왔다. 한국에 처음 들어와 믿고 의지했던 사람에게 수억원의 사기를 당했고, 믿고 도와줬던 탈북자들에게 돈을 떼이기도 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은 수십억원의 빚으로 돌아왔다.

“그땐 제 능력은 생각도 않고, 雨後竹筍(우후죽순)으로 전국에 ‘모란각’ 체인점 98개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지역마다 맛이 다 달라 똑같은 맛을 낼 수가 없게 됐어요. 북한음식 맛은 금방 세수하고 나온 화장 안 한 여자 얼굴처럼 담백한데 여기는 맛이 맵고 짜고 각 지역 체인점마다 맛이 다 다른 겁니다. 주방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래야 장사가 된다는 거예요. 손님들 사이에서 ‘북한음식이 뭐 이래!’라는 비난이 들리기 시작했죠.”

북한음식 고유의 맛을 낼 수 없게 되자 사업은 점차 기울었다. 수십억원의 빚을 지게 되면서 한때 모란각을 팔까 고민했지만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種子(종자)를 베고 잔다’는 말처럼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한다. 그 뒤 컨설팅 회사에 자문해 체인점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 능력의 한계를 배운 거죠. IMF 때 대기업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구조조정을 했듯 ‘모란각’이란 브랜드를 건지고, 북한음식의 산 증인으로 남기 위해 체인점을 줄였어요. 모란각을 만드는 데 3~4년 걸렸다면, 줄여나가는 데는 6~7년이 걸렸어요.”

김용씨는 98개의 체인점 가운데 일산 본점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지점 등 2곳을 제외한 나머지 96개 체인점을 모두 정리하고, 평양냉면과 만두, 갈비찜, 불고기, 순대, 김치 등을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 등에서 판매하는 ‘모란봉물산’을 운영하고 있다. 수십억원의 빚과 연체된 4억여 원의 세금도 모두 갚았다고 한다. 그는 “현재 CJ·롯데·현대·GS·농수산홈쇼핑 등 5개 홈쇼핑에서 냉면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매출 규모를 묻자 “사업상 비밀”이라고 했다.“빨리 세금 내서 빚 갚아야죠”

남한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 탈북자들에게 해줄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합니다. 김용이 냉면집으로 성공했다고 하니까 다들 좇아서 냉면집을 차리려고 하는데, 조급하게 욕심부리지 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하지 않는 힘든 일을 멕시칸들이 했어요. 일본에선 조선인이 일본인들이 내다 버리는 소 내장을 주워다 팔아서 돈 벌었어요. 탈북자들은 왜 건설현장에 안 가고, 힘든 일 안 하려고 합니까. 실향민들은 맨발로 월남해서 잘살아 가는데 왜 우리가 고향 선배들 못 따라갑니까. 정부에서 안 도와준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는 힘든 일을 찾아서 땀 흘려 일해야 해요. ...... 부모 형제 남겨두고 목숨 걸고 왔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고, 못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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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후 2009-04-17 17:11:42
    좋은글입니다. 탈북자들이 대체로 어려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움이 많다보니 쉽게 정착을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다니고 있지요.
    그러나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문제들도 많습니다. 일에 대해 두려워하는 탈북자는 없습니다. 그깐일이 힘들어도 목숨걸고 넘어오는것에 비하면야 그리고 북한에서 일하던것과 비교하면 여기서야 신선놀음이지요.
    그러나 사회에서는 혼자결코 살아갈수 없습니다. 탈북자들이 두려워하는건 이민갔을때 한국사람들이 느끼는 그런감정일겁니다. 차별이라는게 별게 아닌것 같지만 결코 무시할수 없는겁니다. 더우기 우리민족은 한데 어울려 뭉치는것을 워낙 좋아하잖아요. 거기서 소외될때의 감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릅니다. 사회적인 편견이 탈북자들을 힘들게하고 두렵게 하는것이지 결코 일이 힘들어서 그러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물론 극복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그런것에 대한 압박감도 다양합니다. 오죽하면 죽고싶다는 사람도 있겠나요. 그게 참 문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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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쥐언니 2009-04-17 17:13:57
    후후님 좋은 댓글이시네요...
    정말 문제는 문제인데 .... 딱히 답이 안보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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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인1 2009-04-17 20:07:52
    의지가 있고 이상이 있으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사선을 혜치고 자유를 찾아왔다고 하여 누구나 다 용감한 사람인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향유하는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수도 있는것 아닐가요?
    지금부터 우리들은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사다리를 어디에 기대일지 많은 고심을 하지않으면 안되고 일단 사다리를 세우면 초심을 잃지말고 정말로 용감하게 처신을 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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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둘바람 2009-04-18 07:16:09
    부모 형제 남겨두고 목숨 걸고 왔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고, 못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말만큼 쉽지는 않죠.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요. 행복은 결국 이겨낸 자의 몫입니다.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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