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광장

자유게시판

상세
[re] 한탈북시인의 절규 *nk.조선/탈북인과의 대화
달래 4 455 2005-06-16 18:55:02
>한탈북시인의 절규
>
>
>1 이 곳
>
>온 나라 나이들이
>다 갇힌 이 곳
>1대로부터
>3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어 갇힌 이 곳
>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다 모인 이 곳
>혈육이 함께 갇혀도
>밤낮으로 갈라놓아
>하루마저 찢어놓는 이 곳
>
>인간 학대가
>다 있는 이 곳
>살아서 이름이 없고
>죽어서도 봉분이 될 수 없는
>생사가 박탈된 이 곳
>
>이 곳이 바로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다
>
>
>2 정치범 갓난 애기
>
>
>그 갓난 애기는
>죄인이다
>죄라면
>엄마 젖꼭지를 깨문 것밖에
>더 없는 그 핏덩이가
>
>그 갓난 애기는
>종신형을 받아야 한다
>사람으로 한 짓이라면
>두 손 모아 운 것밖에
>더 없는 그 울보가
>
>그 죄란
>할아버지 죄를 타고나
>그 핏줄로 태어난 죄
>그 3대로 태어난 죄
>
>인류역사에
>그 어느 장기수가
>한생 넘어 갇혀 산 적 있었더냐
>할아버지 대를 이어
>3대에도 정치범이어야 하는
>조선의 갓난 애기가
>세상에 다시없을 장기수다
>
>
>
>3 감격
>
>
>개미
>지렁이
>도마뱀
>풀뿌리까지
>먹어야 만 살 수 있는
>이 수용소 한 구석에
>
>
>어쩌자고
>깊숙이 뿌리 내려
>망울 터친
>철없는 작은 들꽃
>
>
>하나 둘 모여서는
>뼈 앙상한 수인들 앞에
>겁에 질린 듯
>떨고 있는
>연약한 식물
>
>
>허나
>예쁜아
>조국의 꽃아
>너는 다 모르리라
>
>죽어서도 못 가질
>하얀 꽃 화환을
>살아서 보고 있는
>수인들의 감격이
>지금 얼마나 큰 것인지
>
>
>4 종신형
>
>전기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여기엔
>어머니가 갇혀있고
>저기엔
>딸이 갇힌 하루
>
>하루라고 하기엔
>너무도 긴
>순간순간들
>그 순간 속에서
>간간히 숨 쉬는
>살아있는 고통의 하루
>
>어머니는
>딸을 찾으며
>딸은
>어머니를 부르며
>한번만 얼굴 볼 수 있다면
>기꺼이 죽고 싶은 하루
>
>매일매일 만나는 꿈으로
>미칠 것 같은 미련으로
>일년이 되고
>십년이 되고
>이십년이 넘어도
>그 세월이 어제 같은
>하루 같은 하루
>
>정치범 수용소
>여기서 종신형은
>갇혀 사는 한생이 아니다
>바로 이런
>하루하루다
>
>
>5 그 청년
>
>그 청년은
>말할 줄 몰랐다
>세살 때 수용소에 들어와
>채찍 속에 노예노동 강요당했다
>
>그 청년은
>웃을 줄 몰랐다
>단 한번도 웃어본 적 없어서
>계호들의 이빨만 보아도 전율했다
>
>그 청년은
>울 줄도 몰랐다
>매 맞고 피 흘려도
>살점 같은 신음마저 삼켜야 했다
>
>
>그러던 그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말했다
>웃었다
>울었다
>자살했다
>
>
>
>6 순종
>
>제 번호를 부르면
>큰 소리쳐 대답해야 한다
>담벽에 머리를 짓 쫒으라면
>반드시 머리가 깨져야 한다
>
>제 몸보다 무거운 광석 지고
>온종일 뛰라면 뛰어야 한다
>몽둥이에 맞을 때면
>아픈 척도 말아야 한다
>
>개똥을 먹으라면
>개똥을
>구두를 햝으라면
>구두를
>죽어야 한다면
>죽기도 해야 하는 수인들
>
>정부에
>반항했던 자들이기에
>순종을
>평생 알게 해준다며
>생을 강요하여
>그 생으로 죽이는
>정치범 수용소
>
>그렇다
>여기는
>순종이 있는 곳이다
>삶이 희롱당해도
>목숨이 위협받아도
>
>수인들이 오늘도
>숨결 지켜 고발하는
>한생 갇혀 반항하는
>하여 독재자의 무덤이 될
>역사의 순종이다
>
>
>7 내일
>
>수인들은
>모른다
>오늘이
>월요일인지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
>
>수인들은
>모른다
>오늘이
>1월인지
>2월인지
>3월인지
>...
>
>수인들은
>모른다
>오늘이
>설날인지
>단오인지
>추석인지
>...
>
>그러나 수인들은
>알고 있다
>내일이
>자유이고
>민주이고
>해방임을
>
>8 대사령
>
>여기도
>법이 있어
>해마다
>수인들은
>대사령을 받는다
>
>
>2월이면
>1년을
>4월이면
>또 1년을
>7월에도 1년
>이렇게 세월이 흐르면
>종신형을 마치고
>나가는 정치범들
>
>
>나가는 그 길은
>오직 하나
>살아서 얻을 수 없는
>죽어서의 자유
>
>
>그래서 죽이자고
>그래서 법이 있어
>형기가 줄어드는
>대사령이 아니라
>불어나는 대사령
>이 대사령이야말로
>조선에만 있는
>조선식 인권법이다
>
>
>9 하늘 영혼
>
>평평한 땅
>땅을 금방 메운 상처
>풀이 없는 사연 안고
>피 흘린 빨간 흙
>
>흙 한줌도
>솟지 않은 평토밑에
>사람이 묻혀
>묻은 아픔으로
>젖어있는 그 땅
>
>얼마나 묻었으면
>얼마나 더 묻으려 했으면
>죽이고도 파묻고도
>봉분으로 다시 살아날까봐
>평토로 또 죽이는
>천하의 야수들아
>
>죽음만 아는 네 놈들이
>어찌 생에 대해 알 수 있으랴
>인간은
>인간인 이유로
>땅으로 갔다가도
>영혼으로 돌아옴을
>돌아온 그 하늘은
>흙으로 덮을 수 없음을
눈물없이는 읽을수 없는 글이네요. 죄없이 무참이 숨진 영혼들을 위해 삼가 묵념의 인사를 올립니다.
좋아하는 회원 : 4
천국의여인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천국의여인 2007-12-02 21:30:46
    달래님의 글 잘보았어요. 북한은 그렇답니다. 인간이 아닌 인간들이 인간 노릇을 한대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6.15 방북단, 수용소의 피눈물을 먹는 줄이나 아는가(곽대중)
다음글
관리자 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