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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강가에 서다>
Korea, Republic o 강가 0 307 2009-09-25 00:33:58
두만강, 탈북녀, 조선족, 북한 군인......

강을 건너 국경을 넘은 그 역경을 그리면서
우리의 하나 된 '뿌리'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출간: 2009. 8. 15.
장정: 양장
쪽수: 240쪽


*글 속에서


“(……) 그자들을 잡아다 지방 당국에 넘겨주기만 하면 돈을 챙길 수 있단 말이지. 한 사람당 200위안씩, 남자든 여자든 어린애든 상관없이. 그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니까 먹을 것을 조금만 주면 어디든 따라온다고. 길 잃은 고양이처럼.”(48쪽)

그녀에게 총성은 들리지 않고 다만 자신의 거친 숨소리, 필사적이고 절박한 울림만 들릴 뿐이다. 꽁꽁 얼어 있던 바닥이 갑자기 사라진다. 한 걸음 헛발을 짚고 차가운 얼음 강에 첨벙 빠진다. 그녀의 팔다리가 급류에 휩쓸려 엎치락뒤치락한다. 강물이 입으로, 귀로, 코로 들어가고 눈알이 얼어붙는다. 온몸이 고통에 날뛴다. 강은 그녀를 강둑에 내려놓는다. 중국의 도시 카이산툰을 막 지난 지점이다.(200쪽)

당신은 유토피아 시에서 더욱 멀리 몽유병자처럼 다니면서 초주검이 됩니다. 강을 건너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어요. 하지만 당신을 기다리는 자유는 딸아이가 반대쪽 뒤편 어딘가에 있다는 깨달음의 감옥이지요.(203쪽)

“난 아님다. 적어도 내가 쏜 총이 그 애를 죽인 건 아니었슴다. 하지만 그걸 막기 위해 딱히 한 것도 없지요. 거저 일이 일어나게 놔둔 검다. 만약 내가 그 에미나이를 쐈다면, 아마, 이곳에 와서는 안 되었겠지요. 사람 죽이는 것이 어떤 때는 그걸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도 더 쉬운데.”(225쪽)




2009년 올해의 주목할 만한 도서―미국도서관협회
2008년 최우수 도서―미국공영라디오방송


이국 작가가 그린 우리의 이야기


천국의 국경, 두만강 유역에서 벌어지는 슬픈 진실―
생존을 위한 분투와 인간애를
조선족의 눈으로 감성적이고도 통렬하게 그렸다.



*줄거리
두만강 유역 중국 쪽 국경 지대에 한 조선족 심마니가 밭을 일구며 조용히 살고 있다. 봄이면 참새가 학살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산에 오르고, 한 달에 한 번은 생필품을 구입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옌지 시로 향한다. 어느 날, 강을 건너와 창녀가 된 젊은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다. 여인을 도울 방법은 오직 돈을 주고 그녀를 사서 집으로 데려오는 것뿐인데…….

*한국어판의 특징
원작자는 우리 시를 인용했으며 북한과 옌볜에서 쓰이는 말을 안다. 원작자가 촬영한 북한과 두만강의 모습이, 독자의 사고를 저해하지 않을 만한 크기로 담겼다.

*먼저 헤아리지 못한
먼저 다가가지 못한 후회와
소시민의 용기
(130쪽)
누구도 모든 것에서 완전히 단절된 채 살 수는 없다. 나약한 일개인인 심마니는 북한 병사에게 돌멩이질로 울분을 토한다. 그는 망설이다가 여인을 구할 기회를 영원히 놓치고, 이후 달라져, 제 아버지가 일본군을 피해 숨었던 곳에 북한 병사를 숨겨준다.

*들춰진 역사와 사실성
조선족 3세인 심마니는 20세기 초에 그의 할아버지가 일본군에 의해 중국으로 끌려올 수밖에 없었고 이후 정착해버린 가족사를 들려준다.
두 언어로 된 간판이 나붙은 옌지, 중국이 탈북자들을 되돌려 보내는 곳 투먼, 두만강이 강을 건너는 자들을 떠밀어 놓는 곳 카이산툰. 심마니는 과거에 더해 지금도 아픔이 쌓여가는 이곳들을 다니며 여인의 자취를 찾는다. 맞은편 북한 도시인 삼봉과 남양도 작품은 빠뜨리지 않는다.

*무명의 인물들에 투영된 잔학함, 무심함, 인간애
등장하는 인물 누구의 이름도 알 수 없다.
미스 왕과 트럭 운전사는 약자를 이용해 잇속을 차린다. 심마니는 여인과 함께 중국 공안을 피해 다니면서도, 마찬가지로 강을 건너온 굶주린 두 남자에게는 후에 크게 양심의 가책을 받을 행동을 하고 만다.
심마니는 두만강 가까이 살면서도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 (220쪽)
그러나 인간에 대한 사랑은 심마니를 변화시킨다.

*자연과 유토피아의 참상
자연의 고매함이 첫 페이지부터 압도한다. 두만강 일대 온갖 동식물의 모습, 철 따라 달라지는 광경이 장마다 다뤄진다.
그는 마오쩌둥의 실험으로 참새가 학살된 후 기근으로 가족을 잃었다. 자연을 거스르고서 유토피아가 존재할 수 있을까?
북한에서 유토피아 도시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은 이나 같다. 여인은 시체의 손에 붙은 쌀알을 핥아 먹고는, 딸아이에게 남기지 못한 자책감에 절규한다.

*뼈대만으로 생생한 문장
뼈대만 남은 문장이 시나 희곡에서만 가능할 절제미를 보인다. 감각적인 하나의 낱말로 모든 것을 생생하게 부활시키며, 독자가 함께 도망치게, 사창가 침대에 함께 앉아 있게 한다.

*전율스러운, 시간의 구성
현재형으로 진행되며, 결코 단절될 수 없는 과거를 계승한다. 현재와 과거, ‘나’와 ‘당신’을 넘나들면서 나선형으로 순환한다. 계절이 돌아와 똑같아지듯, 북한 사람들의 암담한 삶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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