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광장

자유게시판

상세
님은 먼 곳에...
Korea, Republic o 봄님 0 468 2009-10-01 08:26:07
추석이네요
고향이 그립습니다.
마음이 아프고 마냥 허전합니다.

주인 없는 산등성이 부모님의 묘소는 누가 손질해줍니까?
연중에 한 번 만나는 사이었지만
퍼그나 익숙해졌던 옆의 묘소 주인들은
잡초 무성한 부모님 묘소를 무슨 시선으로 바라볼까?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 불효 막심한 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기다려 주십시오.


아래에 퍼온글 올려 드립니다.




늦은 후회...


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살다시피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심한 화상을 입어
자식들을 돌볼 수가 없어 고아원에 맡겨 놓고
시골의 외딴집에서 홀로 살았습니다.
한편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라며 나타난 사람은
화상을 입어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손가락은 붙거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낳아준 아버지란 말이야?"
자식들은 충격을 받았고, 차라리 고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더 좋았다며
아버지를 외면해 버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혼자 외딴집에서 지냈습니다.

몇 년 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동안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던 자식들인지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을 낳아준 아버지의 죽음까지 외면할 수 없어서
시골의 외딴집으로 갔습니다.
외딴집에서는 아버지의 차가운 주검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을 노인 한 분이 문상을 와서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버릇처럼
화장은 싫다며 뒷산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를 산에 묻으면 명절이나 때마다 찾아와야 하는 등
번거롭고 귀찮아서 화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온 자식들은
다시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덮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들을 비롯해 아버지의 흔적이 배어 있는
물건들을 몽땅 끌어내 불을 질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책들을 끌어내 불 속에 집어 넣다가
빛바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불길이 일기장에 막 붙는 순간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꺼내 불을 껐습니다.
그리곤 연기가 나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다가 그만 통곡하고 말았습니다.
일기장 속에는 아버지께서 보기 흉한 얼굴을
가지게 된 사연이 쓰여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습니다.
일기장은 죽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로 끝이 났습니다.

"여보! 내가 당신을 여보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 놈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 날 당신을 업고 나오지 못한 날 용서하구려.
울부짖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당신만을 업고 나올 수가 없었다오.
이제 당신 곁으로 가려고 하니 너무 날 나무라지 말아주오.
덕분에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오.
비록 아버지로서 해준 것이 없지만 말이오..."

"보고 싶은 내 아들 딸에게.
평생 너희들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짐만 되는 삶을 살다가 가는구나.
염치 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을 하려한다.
내가 죽거들랑 절대로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난 불이 싫단다.
평생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리며 30년 넘게 살았단다.
그러니 제발...!"

뒤늦게 자식들은 후회하며 통곡하였지만
아버진 이미 화장되어 연기로 사라진 뒤였습니다.
좋아하는 회원 : 0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김초달 2009-10-01 08:42:34
    잘읽고 감니다 .
    추석이니 불효를 하는 저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아요 .
    추석잘보내세요 .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가라사대 2009-10-01 11:07:14
    내가 탈북자 동지회을 들여다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본주의 인간의 정보다 황금만능 주의가 팽뱅한 사회. 정이없는사회. 조금이라도 인간다운 정을 보고싶어 동지회을 들어오는 이유입니다.

    윗글에 부모 자식간에 보이지않는 정을 찾는사람들 얼마나 고귀한 글인가요.
    봄님의 마음처럼 고향에계신 가족들도 멀리서나마 님을 그리워할겁니다

    용기백배 충전하시고 한잔술에 정겨운 한가위을 보내기바랍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봄님 2009-10-01 11:15:21
    김초달,가라사대님//

    너무 고맙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또 눈물이 날라고 하네요.

    건강하시고 추석명절 행복하세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 놀구자빠져 2009-10-05 09:42:11
    대한민국 모든 백성들은 니들보다 더 정이 많고 효심이 강혀
    쥐뿔도 모르고 설쳐대는 봄님이나 가라사대나 지들만 정타령이고
    지들만 인간답고 지들만 사람냄새 나는 걸로 착각들 고만하소마
    사람냄새는 커녕 여태 하는 짓을 보면 구역질만 나는구만...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비둘기야 2009-10-01 13:00:10
    하늘은 더없이 푸르청청하기만 한데....
    슬며시 고이는 눈물만이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듯...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봄님 2009-10-01 14:10:19
    비둘기야님//

    잘 계시지요?
    아픔이 있는 마음이기에 부드럽기도 하고 강하기도 한 것 아닙니까?

    늘 건강하시고 힘냅시다. 화이팅!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 노란우산 2009-10-01 15:22:36
    안녕하셨어요?봄님,비둘기야님.

    남들이 넉넉한 마음으로 고향에가서 성묘도하고,떨어져살던 가족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맘때이면,두고온 고향산천이 눈에 밟히고,가슴속이 먹먹하고 허하실거라 생각합니다.

    가슴속에 깊이 밖힌 한이야 안당해본 저같은 사람이 어찌 다 해아리겠읍니까만,부디 좋은생각과 편안한 마음으로 사시길 바래요.

    풍요롭고,넉넉한 한가위돼시길 기원합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 나의행복 2009-10-01 16:35:49
    글 잘 읽고갑니다.
    마음은 허전히 빈것같고 눈물이 흘러 내리네요 ....
    님의 글 읽으면서 고향으로 가고싶은 맘 어찌 달랠가요...
    추석이면 형제들과 어머님 산소를 찾군했었는데...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성의것 해온 음식을 어머님 산소에 올리며 인사도 드리고 형제들과 잼미나게 이야기도 나누던 그 날이 그리워지네요.. 가고싶고 보고싶은 부모형제들...
    언제면 이런 아품 없어질가~~자유를 찾아 잘 살려고 왔어도 마음의 상처는 언제면 가셔질지......명절되면 왜 고향이 그립고 부모님과 형제들이 보고싶은지.부모님 산소에 인사올릴 그날은 언제일가???
    부모님이 님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 하늘 나라에서 보시면서 기뻐하실거예요...
    부니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향을 그리며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시기를 ~~~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 봄님 2009-10-01 18:30:43
    노란우산, 나의행복님//

    외롭고 서운한 마음 함께 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북한 여성의 비하
다음글
제 멋대로 제 입맛대로(그랜드 바겐의 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