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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Republic o 고향언덕 0 248 2010-01-15 01:28:52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 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김사인 2006
출처: 김사인, 『가만히 좋아하는』(창작과비평사,2006)



In gusting wind
short-stemmed plants shudder and tremble
yet no one pays attention.

Because of the solitary trembling
of one moment in the life of those slender things,
one evening of the universe finally fades into night.
Between this side and the other side of that trembling, in the gap
between the start and end of that moment, a stillness of
infinitely ancient former times, or maybe an infant stillness
destined to belong to a time that has not yet come,
is shallowly buried, visible yet not visible,
while within the spring sunlight of that listless stillness
I wearily long to fall asleep for a century or two,
or three months and ten days at least.
Then beside my infinity, bearing the name of three months
or ten days,
butterflies or bees, insects with nothing much to brag of,
may heedlessly go brushing past;
at that, as if in a dream,
I think I shall recognize a familiar smell borne on those tiny
creatures’ feelers or wings or infant legs
as your gaze that grew so deep in some other life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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