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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아내와의 3년-네 번째 이야기
Korea, Republic o 모차자 1 1213 2010-12-20 14:35:40

어제는 아내와 하나원에서 같이 교육받은 동기가족의 집에서 저희와 두 집의 작은 모임이 있어서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 가정과는 자주 허물없는 교제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그 가정과 저희 가정과 매주 일요일에 모여 영어를 배우기로 한 첫 째 날이었지요.

 

물론 선생님은 제가 초빙했습니다.

 

그분은 남한사람으로 대학원친구가 저처럼 북한여성과 결혼한 이유로 북에서 남에 오신 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작은 도움이 되고자 북에서 오신 분들은 누구든 그분들의 자녀를 포함해서 영어를 가르쳐드리고 수업료는 따뜻한 마음으로 비싸게 받기로 저와 의기투합하신 분입니다.

 

물론 커리큘럼도 탄탄하고 영어선생님으로의 경력도 충분하시고, 겸허한 마음으로 도움을 나누고자 하는 분이지요.

 

오후 두 시에 첫 수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수업하는 장소의 집에서는 오랜만에 북한음식인 오그랑죽(북에서 오신 분들은 잘아시지요?) 준비하고, 저희는 피자 두 판을 준비하고, 또 무엇을 준비하고, 또 무엇을 준비하고

 

선생님께서 집을 찾지 못하셔서 2 30분경에야 도착하셨습니다.

 

우선 간단하게 차 한잔과 피자로 서로 수인사를 나누고 한 숨을 돌린 다음 차분한 분위기로 수업이 시작되었고 엄마, 아빠들의 원만한 수업을 위해 저는 그 집의 두 아들 담당으로 작은 방에서 목공조립과학 수업(?)을 두 어린 제자를(두 살배기와 여섯 살배기)상대로 진행하였습니다.

 

큰방에서는 간간히 조용한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화기애애하고 진지하게 2시간 가까운 영어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영어를 배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더욱 좋지만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이 모임을 주선한 저나, 또한 배우는 가족들은 무엇을 배우는 기회를 만든 것만으로도 모든 일의 구심점적 계기로 삼아 자칫 잊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자신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여러가지 힘든 일들이 많은 남쪽 생활에서 위안을 나누며 무엇이든 새로운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는 점이 이 모임을 더욱 흐믓한 모임이 되게 하였습니다.

 

학습의 결과는 여분의 기쁨이며 함께 모여 아픔도 나누고 격려하고 실망과 어려움을 희망으로 다시 다듬어 만들어내는 행복한 기회를 마음 깊이 기뻐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강의실에서의 강의가 아니고 앉은뱅이 밥상을 펴 놓고 몇몇이 오롯이 둘러 앉아 환한 미소로 배우는 공부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윽고 행복한 수업을 마치고 회심의 오그랑죽준비한 여러 음식으로 조촐한 파티가 열렸습니다.

 

북한에서 제 2외국어를 영어가 아니고 러시아어로 공부하셨다고 하는 한 분은 다음에는 영어수업이 끝나면 러시아어를 가르쳐 주겠다는 당찬 포부를 힘차게 내놓아 모두가 기뻐하며 영어선생님도 참석하겠다고 신청하였습니다.

 

그러면 러시아선생님은 러시아 통역을 직업으로 찾아 보시면 어떨까요~?”

 

짓궂은 농담에 우리의 러시아어 선생님은

~ 여러분 영어공부 한 가지라도 확실히 합시다

열심히 가르치신 우리 영어선생님 시장하시니까 어서 오그랑죽 먹기에 집중합시다

 

모두 ~하하환한 웃음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었습니다.

 

영어선생님도 영어공부를 매개로 북에서 오신 분들과 훈훈한 정을 나누는 것이 큰 기쁨임을 이야기하며  오그랑죽 두 그릇으로 그 기쁨을 가득 채우고 다음 주를 약속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다음 수업 위해 부지런히 옮기며 떠났습니다.

 

두 번째 학생도 역시 북에서 남으로 온 분이라 하더군요.

 

저녁 늦게 그 집을 나오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제 아내와 저의 손에는 아직 따뜻한 오그랑죽과 북한식 아가미식혜가 깊은 정 한 보따리와 함께 양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제가 글머리에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저는 제 글이 대단한 논쟁의 쟁점을 제기하거나 토론의 장을 위함이 아니고 비교적 일반적이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입장에 계신 분들이나 혹은 주위의 분들께 저의 결혼생활에서 이어지는 잔잔하고 여러가지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며, 제 이야기가 작은 즐거움의 소재가 되고 희망의 근거가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자칫하면 격한 논쟁의 이유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 이기 때문이지요.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까지의 지난 이야기와 두 남남북녀가 사는 요즘 이야기를 차 한잔하시면서 편안하게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려주시는 제안과 염려의 말씀들을 보면서 감사의 말씀과 함께 제 글에 대한 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이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간단한 설명을 올립니다.

 

그리고 진지한 제안을 드리면 저의 글 전개방식이나 기타 저에게 한정한 충고는 대단히 거친 표현도 깊은 감사로 담아두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글을 읽는 분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다듬지 않은 표현의 글들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제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까지 사업상의 이유와 여러가지 이유로 1993년 이후 북한을 만날 기회가 비교적 자주 있었는데 그 첫걸음이 심양 북한식당에서 시작 된 셈이었습니다.

 

실내는 그리 넓지 않았고 이층도 있었는데 전체적인 조명은 광도가 낮은 편이었고 식당중앙 천정에  ㅁ자로 노래방 모티터가 장치되어 있어 앉아있는 어느 방향에서나 가사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한 느낌이었습니다.

 

벽쪽을 돌아가며 나지막한 칸막이로 막아 논 개별식당공간에서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우리도 이윽고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어리바리한 상태로 선임들이 음식을 시키는 동안 두리번거리며 접근 불가능영역이 무엇이 다른지를 마치 그 동안의 궁금함을 단번에 풀어보려는 듯 열심히 주변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식당임에도 모든 것이 북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사실이 모든 것을 신기하게 보이게 하였습니다.

 

여성 복무원들의 사뿐 사뿐한 걸음걸이와 상냥하고 살짝 떠있는 옥구슬 목소리, 그리고 지도원동무의 후덕하고 넉넉해 보이는 모습은 북한 = 경직의 공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 다소 의아하기도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식당에 처음 오셨나 보아요.”

 

갑자기 들려 온 마치 최은희, 신동균 선생의 오랜 옛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대사 톤과 똑 같은 목소리가 더욱 정신을 황망하게 하였습니다.

 

! . 제가 아! 처음입니다.”

 

무엇을 훔치다 들킨 것처럼 앉은 채로 허둥대는 모습이 선임주재원들에게 폭소를 자아내게 했고 한마디씩 돌아가며 놀리게 시작했습니다.

 

“ ‘! 네 처음님 한 잔 받으시지요.”

! 네 감사합니다.”

 

이때부터 졸지에 아네처음님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북조선 여성복무원의 한 마디는 더욱 분위기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아네처음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습니다. 제가 한잔 부어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아네처음선생님

 

옆에서 같이 음식을 놓던 다른 여성복무원이 한마디 더 거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내분이 여성으로는 처음이신가 봅니다. ! ! !”

 

친절한 해설에 모두 와~하고 웃었고 지도원동지는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왔다가 입을 가리고 전달하는 복무원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 좋은 웃음을 싱긋이 웃으며 돌아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우스운 설정도 아닌데 그 때는 그 일이 무엇 때문에 다 큰 어른들의 술자리 웃음거리였는지 싱겁기만 합니다.

 

아마 당시에는 도저히 상상 할 수 없는 예민하고 긴장된 단절의 영역이었던 북한이라는 화두 한 가운데를 대단히 소극적이나마 접근 할 수 있어서가 아니었나 생각하고 그래서 작은 사소함도 더 재미있어 보이고 우스워 보였던 것 같습니다.

 

단절의 궁금함은 오늘 날에도 강도와 정도의 차이일 뿐 여전한 남과 북 서로의 과제이지요.

 

여하튼

 

스스럼없고 친절한 북한 여성복무원들과 선입견을 깔끔히 걷어낸 편안한 식당분위기가 오히려 다소 의아하면서도 거듭된 권주구호 아내처음!!!” 외침과 처음 마시는 여러 종류의 북한 술들이 조금씩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권주구호와 술과 음식과 이야기에 서서히 젖어들 무렵 갑자기 제게 아내처음을 선사한 그 꾀고리 목소리가 반갑습니다. 여러분~”하더니 반주와 함께 반갑습니다를 부르기 시작 하였습니다.

 

1997년경에 이 노래를 한국가수가 부르기 시작하여 일반화 되었지만 당시에는 처음 듣는 노래였습니다.

 

한 소절이 끝나고 갑자기 노래 부르던 그 꾀꼬리가 제게 다가와

아내처음 선생님 반갑습니다   

옥구슬을 날리며 섬섬옥수를 내밀어 손을 잡고 부대로 이끄는 것이 아닙니까!!!

 

아니 이런 엄청난 일이 나에게 벌어지다니

 

취중에도 덜덜 떨리는 손을 꾀꼬리에게 잡힌 채 무대로 나가게 되었고 저희 자리에서 날리는 박수와 휘파람이 식당 가득히 차 올랐습니다.

 

이미 깊어진 술기운과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치르는 와중에도 우째 이런 횡재가!!!!!!!!!’만 속으로 외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짬짬이 올리는 글이라 본의 아니게 흐름을 끊게 되는군요.

 

용서하실거지요 ^^

 

再見!

 

건강하신 내일 뵙겠습니다.

 

 

20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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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현자유 ip1 2010-12-20 19:03:59
    잘 읽었습니다...농담으로 했던 이야기에 상처 받지 않으셨는지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북한 여성들에게서는 한국여성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 특유의 다정다감함이 물씬 풍겨나는군요....한국에서라면 딱지 맞기 쉬운 어리버리한 스타일이 통하는 거 보니까...북한여성들의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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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황 ip2 2010-12-20 19:24:57
    정말정말 너무 재미있습니다.
    자꾸자꾸 기다려지게 만드는 묘미가 있네요.ㅎㅎ
    모차자님이 어떤 분이실지 보구십네요.
    다음호 또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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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석 ip3 2010-12-20 19:33:08
    재미있게 잘봤읍니다.
    -----------------------

    그분은 남한사람으로 대학원친구가 저처럼 북한여성과 결혼한 이유로 북에서 남에 오신 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작은 도움이 되고자 북에서 오신 분들은 누구든 그분들의 자녀를 포함해서 영어를 가르쳐드리고 수업료는 따뜻한 마음으로 비싸게 받기로 저와 의기투합하신 분입니다.
    ---------------------------
    그런데 윗 부분이 해석이 잘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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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석 ip3 2010-12-20 19:54:19
    역시 내공이 있는 글솜씨입니다.
    ㅎㅎㅎㅎ
    어제의 여러 원성이 효과가 있었는 모양입니다.
    역시 영원한 진리
    " 우는애에 젖 더 준다"
    5편을 기다릴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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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 ip4 2010-12-21 00:30:21
    로미오와 쥴리엣 이라는.............ㅋㅋ
    오늘은 더 재밋게 읽었어염.
    먼저 올리신 3편은 지나간 일기를 썼나 했슴다ㅎㅎ
    또 기다림다. 편안한 맘으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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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미소 ip5 2011-02-12 14:55:34
    모차자님 글솜씨가 보통 아니십니다. ㅎ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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