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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북쪽하늘에 풍선을 날려라
Korea, Republic o 조선 0 245 2011-04-01 10:05:10

▲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   
삐라 6만장을 달고 솟아오르는 풍선으로 몸이 휘청거렸다.   
4분도 안 돼 풍선은 8000m까지 올라가 보이지 않았다  
DMZ 근처 들판에 차를 세웠다. 고물 승합차 안은 가스통·대북전단·나일론끈·저울 등으로 어지러웠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삐라 봉투를 묶은 줄에 타이머를 연결했다. 맞춰놓은 타이머 바늘이 원점에 오면 봉투를 묶은 줄이 풀리게 된다.   
북한 쪽 상공에서 6만장의 삐라가 한 번에 쏟아지는 것이다.삐라는 양면으로 빽빽하게 적혀 있다.  

'남녘은 반도체·조선(배무이)·컴퓨터 세계 1위, 자동차·철강 세계 4위 등 세계 10대 경제력/ 1인당 국민소득 2만 딸라, 한달 월급 2300딸라 수준/   
믿기 힘들면 북을 방문하는 해외동포에게, 아니면 분계선 인민군과 개성공업단지 사민들에게 조용히 물어보세요.  

''강낭배급도 안 주어 절로 피타게 사는 인민에게 화폐개혁으로 답하는 수령/  
신천초대소를 비롯하여 방방곡곡 별장과 사냥터들, 수령 입은 하나인데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해/   

쇄국과 거짓에 기초한 강성대국은 개방과 진실 앞에 한순간 무너져/  
한번밖에 없는 인생, 더는 이대로 살 순 없어, 수령과 당국의 말은 꼭 반대로 들어야 진리.  

''뚜니지, 에짚트, 리비아,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독재 타도 바람! 다음은 세계 최악의 김정일 차례.  

'가스통 호스를 대형 비닐 속으로 집어넣자, "쉬익~" 하는 소음이 났다. 풍선 하나를 만드는 데 수소가스통 두 개가 들어갔다.   
내가 풍선을 잡았다. 솟아오르려는 풍선으로 몸이 휘청거렸다.   
"이제 놓으세요!"   
4분도 안 돼 풍선은 약 8000m 상공까지 올라갔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저 풍선을 누가 언제 어디서 띄웠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북한 주민의 변혁 의지가 없이는 북한 체제는 바뀌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나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찬성해왔다. 보수 쪽의 비판은 안다.   
하지만 이는 나비의 날갯짓과 같다. 시작은 미약해도 언젠가 바람으로 바뀔지 모른다.   
이런 접근을 통해 조금씩 바뀌어가는 북한 주민의 모습을 내 눈으로 목격했다.  

'풍선'은 이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폐쇄적인 세습독재 체제를 허무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지 모른다.   
북한 주민에게 직접 바깥세상을 전하고, 생필품을 낙하하고, 독재정권에 대한 행동요령을 알려줄 것이다.   
바깥의 공기를 맛본 사람만이 그 냄새를 그리워한다. 자유의 바람을 쐐본 사람이어야 자유를 외칠 수 있다.  

북쪽 상공으로 새카맣게 풍선을 날리고 싶었다.   
이날 들판에서는 바람이 맞지 않았다. 거꾸로 불고 있었다.   
우리는 일찍 철수했다. 지역 주민들은 알 수 없었다. 불과 몇 분 만에 대기권으로 올라가는 풍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나흘 전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에서 '천안함 1주기 삐라행사'가 무산된 것은 주민들과의 충돌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북한이 우리 마을을 조준 사격할 수 있다"며 경운기 등을 몰고 나와 막았다.   
임진각과 백령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생계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행동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북한의 공갈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비상이 걸리면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기고 외출 장병도 줄어든다. 세상에 먹고사는 일보다 더 엄숙한 '대의'는 없다.  

보수단체는 흥분했지만 이는 자초한 것이다. 떠들썩하게 '기념행사'를 열 때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게 틀림없다.   
물론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운동을 하기란 어렵다. 풍선 경비도 홍보가 됨으로써 마련된다. 때로는 북쪽 상공보다, 남쪽 매스컴을 향해 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날 백마고지에서 날렸다 한들 바람의 방향은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들에게 '음지(陰地)의 열정'을 북돋아줘야 한다.   
이벤트를 안 벌여도 이들을 잊지 않고 계속 응원해주는 것뿐이다.  

여전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은 기를 쓰며 풍선을 막으려는 좌파단체와 민주노동당이다.   
진정한 좌파는 인권과 민주화를 입에 달고 다닌다. 독재자를 경멸할 줄도 안다. 동포애로써 고통 받는 민중의 편에 늘 선다고도 했다.   
그런 이들이 설마 북한 주민들이 바깥세상을 알게 돼 세습독재와 우상화가 무너질까 두려워할 리는 없지 않은가.   
감춰진 정체가 북쪽 독재자의 추종세력이 아니라면. 이들이야말로 가장 부지런하게 북쪽 상공으로 풍선을 날려야 옳다.  

김씨 세습독재의 지속 여부는 '풍선'에 달려 있다.   
다른 지배세력으로 교체되면 그래도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한 것이 된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각성되면 어떠한 권력도 결코 함부로 하진 못할 것이다.   
나는 12만원을 '풍선 계좌'로 보냈다.   
풍선 하나에 전단 6만장을 달아 날리는 비용이다.   

최보식 선임기자 congch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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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위 ip1 2011-04-01 10:47:22
    그들을 퇴보라 부릅시다.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머리 속의 공상주의는 퇴보주의 보다도 못한 망상가들입니다.
    망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이미 은하철도 999를 타고 우주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입으로만 민주..자기 이득이 될 때만 민주..
    이런 민주의 본질을 모르는 놈들은 진보의 탈을 쓰고 퇴보를 주장하는 얼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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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보좌파 ip2 2011-04-01 11:13:54
    퇴보 좌파가 북한에다 삐라를 날리거나, 북한 인권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날
    진정 진보라 부르겠읍니다.

    적극 지지합니다.

    분당의 깡패 퇴보 민노당 의원 여성동무 이숙정을 다시 제명하려고 모이는데 또 민주당이 불참하여 몇번째인가 뻘짓을 하고 있는데 정녕 민노와 민주가 함께 퇴보로 가려는지
    씁쓸합니다. 당대표 손학규가 나온다고 하나 무슨 얼굴을 들고 선거 유세할 체면이 설까요? 이번에 분당 지역민들이 바른 메세지를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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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그냥 ip3 2011-04-02 06:03:32
    내가 지지하고 행동하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비난하지 말아라.

    그냥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묵묵히 하면 안되나?
    다른 사람들 욕하지 않고 그냥 하면 안되나?

    그냥 내가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만큼이나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다고 쿨하게 받아들이면 될텐데 왜 꼭 상대를 비난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조용히 해라. 그러면 서로 시끄러울 일도 없고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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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보좌파 ip4 2011-04-02 20:48:15
    군함이 폭침되도 연평이 불바다가 되도 가만히 있지
    왜 그들 탓이 아니라고 씨끄러운 혼란만 야기하는가?
    욕이나 인신 공격이 아니면 잘못에 대해 바른 소리는 해야 한다.

    님은 천안 연평때 아무 소리 안하는 게 옳은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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