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광장

자유게시판

상세
채나미 뒤주 (펌)
Korea, Republic o 처방전 0 356 2011-06-18 11:07:20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사당동 쪽으로 향하다보면 고가도로가

끝나는 곳에 새로 지은 교회가 하나 있다. 이수성결교회.

 

 이 교회 정문 앞에는 커다란 뒤주가 하나 놓였다.

이름 하여 ‘채나미통’.

‘채나미’란 ‘채우고 나누는 사랑의 쌀’이라는 뜻이다.

 

 신자들이  쌀을 덜어 모아서 이 채나미통에 가져다

담으면, 교회 인근에 사는 영세민들이 필요한 만큼 쌀을

퍼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쌀을 채우는 사람이나 가져가는 사람 모두 누구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 눈치 볼 일 없이 가져가면 된다.

 

이 교회 관계자들에 의하면,

"처음에는 한 달에 쌀 2가마 정도

소요될것으로 생각했지만 6~7가마가 들어간다"고 한다.

 

목사님은 일요일날 설교에 앞서 교회소식을 알릴 때마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면서

채나미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다.

 

신자들의 호응도 크다.

기명 혹은 익명으로 몇 만원, 몇십만원씩

채나미 성금을 내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의 생일등 축하할 일이 있을

채나미 성금을 내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에는 80세가 넘은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강북의 한 달동네에 사는 그 할머니는 아들이 호적에 올라 있는

탓에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한 겨울에도 배를 곯고 있었다고 한다.

 

집에 쌀이 떨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가 “동작동 이수성결교회에 가면 쌀이 있다”

고 알려주면서

“단, 한 번에 한봉지만 가져와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교회는 그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온 할머니는 비닐봉지에 쌀을 담다가

목사님과 마주쳤다. 할머니는 목사님에게

“사람이 굶어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목사님은 “쌀을 더 가져가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이거면 됐다.

이 쌀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렇게 복지사각(死角)지대에 놓인 사람들,

당장 먹을거리를 걱정 해야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현실에서,

먹고 살만한 사람들과 그 자녀들을 대상으로 무상의료니 무상급식

이니 하는 소리를 하는게 얼마나 정신 나간 소리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무상급식-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진정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면, 이런 분들부터 챙기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구석이 있다.

그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쌀은 한 봉지만 가져가는 할머니,

단 돈 몇백원이라도 놓고 가는 영세민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좋아하는 회원 : 0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전화기 ip1 2011-06-18 15:15:41
    세상이 모질고 힘들어도 이런곳들이 가끔이나마 여기저기 존재한다는것에
    살만한 세상이라 할겁니다.
    좋은교회/좋은나눔/좋은목사/좋은쌀통이네요~
    모든 교회들이 이렇듯 몸에 와닿는/진실로 하나님이 좋아할 일들에
    행해주면 고맙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처방전님글을 좋아하는 일인~~~~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사람 탈을 쓴 짐승들
다음글
6.25 의 성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