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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인재 양성을 안보 핵심 과제로 문화일보 펌
Hong Kong 강태공 0 275 2011-08-05 20:13:47

임종인/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대수학

최근 ‘왕재산’ 지하 간첩망 사건으로 한창 시끄러운 와중에 네이트온 해킹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정보를 포함해 국민의 70%에 달하는 3500만명의 신상정보가 유출됐다. 지난 6월에는 구글 지메일을 대상으로 한 중국발 해킹으로 한·미 대통령의 통화 내용이 포함된 외교통상부 대외비 문서가 유출됐다. 온·오프라인에 걸쳐 국가 기밀정보와 국민 신상정보가 북한과 해외로 빠져나가고 중국 포털사이트에 국민의 신상정보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 오프라인의 고정간첩보다는 원격에서 온라인을 통해 기밀정보를 수집하는 사이버 첩보가 늘어나고, 사이버 공간을 통한 국가안보 위협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록히드 마틴처럼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방위산업체에 대한 공격과 스턱스넷처럼 심각한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기반시설 공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나라가 사이버 위협의 국가안보적 심각성을 깨닫고 다양한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사이버 공간을 제5의 영토로 규정하고 자국의 사이버 영토가 공격받을 경우 전쟁행위로 규정해 미사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대내외에 천명했고, 사이버 안보 예산을 대폭 늘렸다.

반면 국내의 사이버 안보 준비태세는 미약하기만 하다. 사이버 안보 영역은 부처별로 사분오열돼 있고, 이 역할들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기관도 없다. 국가기관의 사이버 보안 인력은 부족하고 그 전문성 또한 낮다. 사이버 공간 곳곳에서 전선이 형성되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적절한 대응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사이버사령부를 국방부 산하로 독립시킨 것과 정부 14개 부처가 모여 사이버 안보 마스터플랜을 짜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진정한 사이버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대응책들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사이버 위협에 맞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조율하고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사이버 안보 비서관 혹은 전문조직을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이를 중심으로 민·관 협력체계를 수립하는 한편 관련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매일 7만개 이상 생성돼 떠돌아다니는 악성코드에 심각하게 오염된 사이버 환경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켜줄 사이버안보부 설립도 고려해야 한다. 이 대책들은 능력 있는 사이버 보안 인력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국가가 지원하는 사이버 공격은 최신 공격기술을 갖춘 극소수의 국가대표급 해커들에 의해 이뤄진다. 이 공격을 막아내려면 낮은 수준의 보안인력이나 낡은 보안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최고 해커 수준에서 생각하고 대응할 수 있는 고급 인재들이 필요하다. 고급 보안인력 양성과 최신 보안기술 연구·개발 없이 절대 사이버 안보가 강화될 수 없다. 고급 사이버 국방 인재 양성을 위해 고려대와 국방부가 함께 만든 사이버국방학과는 그 모범 해답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더 많은 관련 학과가 만들어져 안정적으로 사이버 보안 인력이 배출되도록 최선의 지원을 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사이버보안 인력 확보라는 국가적 당면과제가 정원 제한에 의해 좌절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얼마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S급 인재 확보를 당면 핵심과제로 꼽은 것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이버 보안 인재 양성을 국가안보 핵심과제로 천명해야 한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이 의지를 보여줄 대상은 독도 영유권과 같은 물리적 영토 문제만이 아니다. 이제는 사이버 영토와 사이버 주권, 사이버 안보에 대해 대한민국의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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