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최고의 순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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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산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내겐 너무 벅찬 하루 하루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얼마나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었던가. 한국인이 된 기쁨도 잠시 나는 뒤돌아 볼 새 없이 열심히 뛰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적응이란 참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화나 풍습도 다르고 일상생활에서 쓰는 용어도 다르니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때로는 어려움에 닥쳐 좌절 할 때도 많았고 눈물 또한 많이 흘렸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행복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지금의 남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힘겹고 지치고 외로울 때 마음의 기둥이 되어 준 사람, 그 사람이 있어서 나는 행복할 수 있었다. 상처로 얼룩진 이 가슴에 따듯한 햇살을 비추며 찾아온 그 사람과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고 한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 며느리가 아닌 막내딸로 생각해주시는 시부모님, 친 동생처럼 챙겨주시는 시누이들이 있어서 정말로 행복하다. 때로는 이렇게 자유로운 세상에서 사회에서나 가족들에게도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사는 사람들이 나 말고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나는 행복하다. 결혼 후 우리사이에는 사랑스러운 아들이 태어났다. 처음으로 옹알이를 할 때, 엄마라고 부를 때, 첫 걸음마를 떼었을 때 또한 얼마나 행복하였던가.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각자의 주관적 감정이기 때문에 그 모양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사소하고 흔한, 매일 비슷하게 느껴지는 일상이지만 그것들 하나하나가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면 나에겐 모두 크나큰 행복 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에 최고의 순간 하나를 고르는 일은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우선 인천 공항에서 첫 발을 내딛던 그 순간.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던 자유가 온몸으로 느껴지던 그 순간은 죽을 때까지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 뱃속에 있는 내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를 처음 듣던 그 순간부터 옹알이를 하고 걸음마를 배우다가 이제는 뛰어다니기까지 하는 우리 아이와 관련된 그 모든 순간들을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며 아이로 인하여 최고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남편과 나눠왔던 행복한 시간들, 이제는 진정한 내 가족이 되어버린 시부모님, 시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모두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 소중한 시간들이다. 또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하고 있고 무대에서 강단에서 나를 향해 쏟아지는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을 통해 삶의 에너지가 생성되는 그 순간이 너무 즐겁다. 돌이켜보면 내 생의 최고의 순간은 매일과 같이 찾아오는 것 같다. 시냇물이 모여 강을 이루듯이 날들이 모여 인생을 이루는 거대한 삶속에서 희망과 자유의 등불을 찾아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나였기에 방에 앉아 타자를 두드리는 지금 이 순간마저 너무 행복하다. 누군가 내 생의 최고의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자유의 품에 안긴 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나에게 생겨날 일들이 모두 내 생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껏 일 할 수 있고 자유롭게 여행 할 수 있고, 말 할 수 있어서, 목청껏 웃을 수 있고 울 수도 있어서, 신나게 춤추며 노래 할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하고 바로 이것이 내 생의 최고의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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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행복한가정 이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