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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젊은이도 해리포터 읽는다
기마병 7 477 2005-11-15 13:22:17
해리포터요? 아, 그 소설! 저도 참 좋아해요.”

이달 초 평양의 한 식당. 평양외국어대학교에 다니는 백수련(20) 씨는 AP통신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함께 있던 그의 친구들도 해리포터 정도는 모두 알고 있다는 듯 까르르 웃어댔다.

백 씨는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세련되게 차려입고 손에는 예쁜 분홍색 지갑을 들었다. 머리에는 파란 머리핀을 꽂았다. 북한의 젊은이들이 무채색의 옷을 주로 입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그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는 주요 역사 기념물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다.

백 씨는 서양의 대중문화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영화 타이타닉도 봤고 그 영화의 주제가도 피아노로 칠 줄 안다”고 답했다.

백 씨의 친구들 역시 “해리포터 외에도 ‘로미오와 줄리엣’, ‘제인 에어’ 같은 서양의 고전 소설도 읽어봤다”고 말했다.

서양 유행가 듣고, 영화·드라마 보는 사람 많아
“남한 옷차림·헤어스타일 전해져 어른들 고민거리 되기도”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로 손꼽힌다. 매스컴은 여전히 철저히 통제되고 있고 휴대전화는 물론, 컴퓨터나 인터넷의 사용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남한이나 서양의 대중문화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미국 AP 통신 기자의 현지 르포는 평양의 상류 계층을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서양의 대중문화가 상당히 보급돼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 상류층 젊은이들 중에는 남한이나 서양의 유행가를 듣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역시 이달 초 평양중앙도서관. 옷을 잘 차려입은 한 여학생이 컴퓨터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북한에서는 사용이 매우 제한적인 인터넷에 접속해 학교 친구와 채팅을 하고 있었다.

이 도서관에는 외국 도서와 음반 등도 수천 종 갖춰져 있다. 전문서적에서 소설까지 비교적 다양한 책들이 있다.

음반 코너에서는 비틀스, 머라이어 캐리 등 유명한 팝송 가수들의 앨범이 있다. 한 학생은 “이 도서관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미국의 한 북한 전문학자는 “내가 만나본 많은 북한의 젊은이들이 서양 음악과 문화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며 “특히 북한이 서방에 어떻게 비쳐지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학자는 “일부 상류층 사이에는 암시장을 통해 입수한 남한, 중국, 서양의 대중문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남한의 대중문화가 점차 알려지면서 남한 젊은이들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 심지어 은어까지 전해지고 있어 이것이 기성세대의 고민거리가 될 정도”라고 전했다.


문화의 중심은 여전히 주체사상이라는 분석도
전문가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은 뚜렷”

그러나 북한 젊은이 문화의 중심은 여전히 북한의 주체사상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음악을 듣고 소설 해리포터를 읽어도 여전히 그들은 북한 소설 ‘강영애’와 보천보경음악단의 음악이 훨씬 마음에 와 닿는다고 말하고 있다.

평양외국어대학에 다니는 연옥주 씨는 “우리 음악이나 영화는 모두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등 중요한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며 “그러나 서양의 음악과 문화는 뚜렷한 요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조짐은 분명히 감지된다. 영화는 북한이 매우 강조하는 문화매체다. 김정일 위원장은 유명한 영화광이기도 하다.

그래서 2년마다 열리는 평양영화제는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대중문화 행사 중 하나다. 그동안 주로 이집트, 이란, 알제리 등 친북한 또는 제3세계 국가의 영화가 단골 초대 손님이었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 영화제에서 할리우드 축구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Bend It Like Beckham)’이 상영됐다. 조선어(한국어)로 더빙이 되고 많은 장면이 삭제됐지만 이전까지의 북한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다.

평양 르포 취재에 동행한 또 다른 학자는 “당과 정부에 의한 통제가 여전히 철저하지만 북한의 문화는 분명히 전체주의를 벗어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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