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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글이어서 퍼왔습니다.
펌돌이 6 584 2005-12-26 16:25:08
탈북자의 대학생활과 그 한계비용


하나원에 있을 때 모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시는 분이 강사로 와서 대학교를 졸업하는데 한 명당 평균 얼마 정도 돈이 든다고 도표를 그리며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계산적으로는 잘못된 것이 없었지만 탈북자 대학생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서 지금 와서 생각하면 터무니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활에서 돈의 지출은 그 교수님의 이야기처럼 절약 가능한 변수가 아닌 지출을 최소화 하는 조건에서의 상수일 것이다.

90년대 이전에는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탈북자로서의 대학생활이 어렵지 않았으리라는 반증을 낳는다. 탈북자가 7천명을 넘어섰고 대학생도 3백 명이 넘다보니 현재는 관심과 배려가 훨씬 적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받은 정착금 중에서 ‘포’떼고 ‘차’떼고 나면 그 나머지를 가지고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 그나마 정착금 역시 하양 조절되었다. 나 역시 정착금 중 일부는 고향 소식을 알아보는 비용으로 지출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소비하다보니 어렵게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게다가 가족도 없이 혼자 왔으니 설상가상인 것이 추가되었다. 서울의 임대 아파트 임대료가 20만원을 넘는데도 정부는 50만원 생계지원금을 30만원으로 축소했다.

그래도 대학교는 포기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휴학 한번도 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컴퓨터(인터넷)도 없앴고 좋아했던 스카이 라이프도 해제했다. 그리고 집 전화도 없애면서 핸드폰도 월 정액재로 대체했다. 14층 아파트지만 겨울에 난방을 켜지 않고 산지도 3년째다. 샤워하는 것을 좋아해 샤워는 꼭꼭 하지만 대신 그 물로 변기를 내린다거나 화분에 물주기, 걸레 빨기 등을 하고 있다.

대학생활에 참으로 많은 돈이 든다. 교재비, 식비, 교통비는 물론이고 때로 특별한 교제를 위한 한 잔 의 커피도 그 값을 고민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소속되어 있는 동아리, 스터디 그룹, 학과활동역시 회비며 뒤풀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 학기에 무조건 2개~3개 이상으로 있는 조별 모임에도 돈이 든다. ‘그런데 다니지 않으면 되지 않는가’하고 반문하겠지만 소위 말하는‘왕따’가 되고 싶지 않았고 이왕이면 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경쟁하는 것이 우리들이 학교생활을 잘하는 척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캠퍼스 유행 역시 무시 못 하지만 돈이 없어 따라 갈 수가 없다. 아니 두 눈을 질끈 감고 포기해야 하는 때가 많다. 나의 옷 (패션)이 바뀌지 않는다는 친구들의 말을 무시해야 하는 배짱도 키워진다. (단벌만 내내 입는 것이 이상하면 요일제나, 수업과목을 기준으로 바꾸어 입는 것도 하나의 괜찮은 발상이었다.)같은 젊은 또래 친구들이다 보니 어울리는 비용(술값, MT비용) 도 장난이 아니다. 여기에 캠퍼스 안에서 CC(캠퍼스 커플)를 만나게 되는 경우는 정말로 죽음이다.

이벤트를 좋아하는 한국 여자들, 특히 대학생들은 생일이며 각종 행사일(화이트 데이, 크리스마스, 등)을 챙겨줘야 하고 거기에 만난 날 30일, 50일, 100일 등 도 치러줘야 한다. 영화구경, 외식비는 더치페이를 한다 해도 부담스러운 ‘짊’은 덜지 못한다. 친구들과 뿜빠이로 밥을 먹어도 1차나 2차에서 끝냈으면 하는 바람을 대학 일 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왔다. 더욱이 고학번이 되면서 밥을 사달라고 하루에 서너 통씩 들어오는 후배들의 문자에 마음 놓고 식당가서 내 돈 주고 밥 사먹기가 눈치 보인다.(조금은 민망한 표현이지만)

처음으로 돌아가서 얘기 한다면 한 학기 교재비는 50만원 정도지만 각종 참고자료까지 구입하려면 더 들어야 한다. 요즘 교수님들은 교재가 한, 두개면 충분한데도 동료 교수나 아는 사람들의 책까지 교재로 포함시켜 부담스럽다. 물론 교재를 사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교재 구입을 일일이 확인하시는 교수님 시선도 그렇지만 친구들 시선도 무시 못 하기 때문이다. 나는 주 교재만 사고 부교재나 참고도서들은 웬만하면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교보문고 같은데서 앉아 보는 것으로 해결한다. 한번은 부교재를 빌려보기 위해 6개의 다른 학교도서관을 누비며 다닌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돌아다니면서 소비한 신발창비용(어떤 것을 절약하기 위해 다녔는데 후에 보니 신발창 값이 더 나오더라는 말)이 교재 값보다 더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 캠퍼스 안에는 학생들이 이름 지어 부르는 서민식당과 부르주아 식당이 있다. 그 차이 값은 500원밖에 안되지만 대학교 3년을 다니면서 부르주아 식당에는 10번도 안 갔던 것 같다. 강연 같은 것도 다니면서 용돈이라도 벌면 좋겠지만 현 정부는 강연수를 거의 없애다시피 했고 설사 강연을 한다고 해도 요즘 교수님들은 그런 이유의 결석계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계속하여 오르는 교통비도 변수이다. 교통비 경우 학원까지 가려면 추가로 지출된다. 그래서 나는 집근처나 학교 근처에 있는 학원을 선택하여 그것을 절감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대학교 다니면서 학원은 아니 다닐 수도 없다.(취업을 위한 각종 자격증, 그리고 토익, 토플을 위해서)

이렇게 돈이 많이 들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많은 탈북자 대학생들 분들이 정부의 생계지원으로 도저히 공부할 수 없으며, 아르바이트를 하자해도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스카이대학의 간판으로 과외를 하면서 돈을 벌지만(요즘은 과외자리도 없다고 아우성이다) 탈북자 대학생들은 솔직히 대학수업도 따라가기 바쁜 실력이여서 과외까지는 못 나가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 모든 해결책으로 정부만 바라고 있으니, 그렇게 수동적인 입장에서 살면 안 된다고 본다. 나 역시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보았다. 치킨 배달, 엑스트라, 호프집 서빙, 건설장 막노동...물론 이 모든 것을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바다. 자본주의 교육은 캠퍼스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병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기 때문, 그래도 우리는 등록금을 면제 받고 있으니 이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알아야 한다고 늘 스스로를 타이른다. 주위 친구들 중, 한 학기에 5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해결하지 못해 학교를 휴학하고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친구는 학교까지 그만 두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던 터다.

나는 탈북자 대학생들이 자기 주위에서 역할모델(MY Role Model)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단순히 비교하는 것만이 아닌 정말 내가 존경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말이다. 내 친구 중에 수유지라는 일본인 남학생 친구가 있다. 일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에서 대학교 학부 생으로 입학한 일본인 학생이다. 오사카의 시골마을에 집이 있지만 가난한 형편이어서 등록금을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의 배타적인 시각(요즘에는 더욱 악화된 반일감정으로)에도 그는 봉사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다닌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무료로 봉사하면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밤이면 음식점으로 출근한다. 오죽하면 방학에도 40만원도 안 되는 왕복 비행기 값이 없다고 고향 다녀오기를 포기할까. 그의 성실함과 처지를 잘 알고 있는 하숙집에서는 그가 하숙비를 지불 못할 처지임에도 개의치 않고 하루에 한 번씩 청소를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지 않기로 했단다. 그를 보면서 우리는 행복해야 함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기대의 자기실현(self-fulfilling)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꼭 대학교를 졸업한다는, 그리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심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누군가 도움을 주면 좋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지금보다 몇 배, 아니 몇 십 배나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말하는 지금의 어려움은 행복한 비명일 수도 있다.

어떤 친구들은 학교를 휴학하면서 기회비용이라 자칭하지만 솔직히 나는‘순 손실’이라 꼬집고 싶다. 사정이 있으면 할 수 없지만 될 수 있으면 학교를 휴학하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그만큼 유리한 것이다. 물론 내가 말하는 것이 나의 경험을 통한 주관적인 입장이고 미시적인 관찰일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미 스스로 모든 것을 해왔고 또 앞으로도 스스로 모든 것을 타개해나가야만 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대가에는 지불이 뒤따르고 결과에는 노력이 뒤따른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일 뿐 아니라 자본주의의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한 생각도 없이 대학에 입학했다면 우리는 모두가 중도하차할 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 우리의 꿈과 희망을 꽃피우지 못할 것이다. 나 역시 대학 졸업을 일 년 앞두고 있고 그 일 년이 지난 3년보다 더 허리끈을 동여매고 다녀야 함을 알 고 있지만 모든 것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더라고 오늘의 경험들이 앞으로 우리들의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의심치 않으면서 많은 탈북자 대학생들에게 힘내라고 당부하고 싶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주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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