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상근]적을 삐라로 묻어라!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북
한의 선전물을 보면서 6·25전쟁이 떠올랐다. 동영상 제목은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이다. 대대적 포격(불마당질)→남진
총공세→서울 안정화 작전까지 사흘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6·25 당시, 북한이 기습남침하면서 서울을 함락하기까지 실제로 3일이
걸렸다.
반북 단체의 동영상이 같은 제목으로 하루 뒤에 올라왔다. 한미 양국이 치밀한 전략전술, 압도적 화력, 심리전으로 북한을 궤멸하고 김정은이 중국으로 망명하려다 살해된다는 내용이다.
남북, 연일 심리전
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미는 개전 3일 내에 평양∼원산 이남의 제공권을 장악하도록 되어 있다.’ 중견 언론인의 칼럼을 읽고 기자는 2000년 3월 8일자 기사를 꺼냈다.
‘육군 북진선봉 포병부대는 (3월) 10일 중부전선 ○○사격장에서 이남신(李南信) 3군사령관을 비롯한 한미 양국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전력화된 대구경 다연장로켓 시스템(MLRS)과 130mm 다연장로켓의 시범사격을 실시한다. 한국군 최초로 실제
사격에 투입되는 MLRS는 최대 사거리가 165km로 한 번 발사되면 518발의 포탄이 터져 축구장 4개 크기의 목표물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예고 기사를 쓰고서 현장을 참관했다. 초토화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를 목격했다. MLRS와
다연장로켓의 위력보다 지금까지 생생히 기억하는 장면은 이남신 3군사령관의 훈시였다. “계획대로 훈련을 철저히 해서 D+3일 이내에
적 화력의 70%를 무력화해야 한다.” 유사시 사흘이 지나기 전에 북한의 전쟁수행 능력을 없애라는 얘기다.
국지전? 전면전? 남북 사이의 충돌 가능성은 상존한다. 어느 경우든지 한국이 이긴다는 점을 기자는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는 개전
초기의 피해와 혼란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해전이 벌어져도 한일 월드컵에 열광하고, 연평도 민가가 포격을 당해도
주식시장이 흔들리지 않았다. 일시적 도발 또는 전투가 아니라 전쟁 수준이라도 그럴까.
앞에서 언급한 두 개의
동영상에 대조적 설명이 나온다. 북한은 “대피할 곳이 없는 서울 시민들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반북 단체는
“쌀밥에 고깃국 사진이 실린 대북 심리전단을 본 북한군 병사들이 줄줄이 투항한다”고 예고한다. 실제 상황에서는 초기의 혼란 극복이
중요하고, 심리전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군은 6·25전쟁 기간, 한반도에 40억 장의 삐라를
뿌렸다. 지구 열여섯 바퀴를 덮을 양이라고 한다. ‘적을 종이(삐라)로 묻어라.’ 미 육군장관 프랭크 페이스의 지시는 효과를
거뒀다. 북한이나 중공군 포로들이 항복한 이유의 33.1%가 삐라를 포함한 심리전의 영향으로 나타났다.(이임하 ‘적을 삐라로
묻어라’)
김정은이 군부대를 잇달아 방문하고, 군사훈련 장면을 계속 공개한다. 실제로 도발하면 원점은 물론이고 지원
지휘세력까지 격파하겠다고 한미 양국이 거듭 밝힌다. 남북한의 심리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유튜브의 두 영상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의 단면이다.
군수뇌부, 강건한가?
화력과 심리전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가 수뇌부다. 6·25 때, 북한은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사흘을 머물렀다. 그동안 한국군이 전열을
가다듬고 후방에서 병력과 물자를 확보했으니 북한에는 뼈아픈 전략적 패착이라고 백선엽 장군은 지적한다.
우리는 어떤가. 주말이면 골프를 즐기는 장교. 퇴직 이후에 무기중개업체를 기웃거리는 장성. 민가에 포탄이 떨어졌는데 자위권이 아니라 교전규칙을 들먹이는 합동참모본부. 과감하게 폭격명령을 내리지 못한 군 최고통수권자….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songmoon@donga.com http://news.donga.com/Column/3/all/20130328/54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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