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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금광에서만 난다?
Korea, Republic of 민속문화 0 303 2013-12-16 11:00:51

세계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한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일화다. 그가 한 모임에 강연자로 초청됐다. 초청 관계자가 그린스펀에게 강연료로 “달러가 좋을까요, 아니면 유로가 좋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짤막하게 “골드”라고 대답했다. 18년 동안 FRB 의장으로 군림하며 ‘달러의 수호자’로 힘써온 그였기에 금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금이 인기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불타 없어지지 않는’ 안전함이 금의 최고 가치라고 하겠다. 현재 세계에서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많을 때는 전체 보유량의 3분의 1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GDP 규모에서 세계 10위권이지만 금 보유량은 플라이급이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은 39.4톤(2011년 8월 말). 이는 세계금협회(WGC, World Gold Council)가 조사한 114개국 가운데 45위 규모다. 중국은 금 생산량 1위 국가다. 이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00년 이상 압도적인 1위를 자랑했다. 금 소비량 2위였던 중국이 2012년 1분기 집계 결과 금 시장의 가장 큰 손이었던 인도를 제치고 최대 금 수요국으로 올라섰다. 인도는 전년동기 대비 29%가 감소한 반면 중국은 10% 상승했다. WGC 관계자는 중국의 1위 자리 수성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 애호국인 중국은 세계 장신구용 금 수요의 30%를 차지한다.

“황금은 인간의 깊숙한 잠재의식 속에 있는 본능을 만족시켜, 상징으로서 이용하도록 촉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프로이트(1856~1939)의 말이다.

금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금에 매료되어 금을 좇고, 금을 생산하고, 금을 빼앗고, 금을 활용해왔다. 금은 영원한 생명을 지닌 신의 상징으로까지 여겼다. 금은 권세와 부귀, 그 자체였다. 고대인은 황금을 태양과 동일시했다. 이집트 투탕카멘 왕(재위 기원전 1361~1352)의 유명한 황금 마스크는 중량이 무려 10.23kg이나 된다. 15세기 콜럼버스(1451~1506)의 신대륙 발견도 금밭으로 소문난 인도나 중국으로 가는 뱃길을 열기 위한 항해의 결과였다. 마르코 폴로(1254~1324)는 《동방견문록》에서 금과 은을 서구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향신료와 비단보다 훨씬 더 많이 언급했다.

19세기는 본격적인 골드러시의 시대였다. 1848년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에서, 1851년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에서, 1896년 알래스카에서 금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1859년에는 전 세계의 금 생산이 연간 275톤으로 18세기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930년대 광산업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산금(山金)이 전국 곳곳에서 생산됐다. 우리나라 지명 중 김제, 금천 등 ‘금(金)’ 자가 들어간 지명은 산금이 많이 나던 곳이다.

중세 유럽의 연금술사들은 금을 인공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이는 근대화학의 밑거름이 됐다. 연금술사는 금을 ‘현자의 돌’ 또는 ‘연금술의 약’이라고 불렀다. 그 안에 금속을 변성시킬 수 있는 힘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금을 구하기 위한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은 문명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1988)는 전 세계에서 1억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노다지’를 캔다는 말이 있다. 노다지는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광맥을 이르는 우리말이다. 옛날 금광에서 광부들이 금을 발견하고 ‘No Touch(만지지 마)’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금 채굴은 기나긴 시간과의 싸움이다. 실제로 금광을 발견해서 생산하기까지는 최소 5~7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금광에서 채굴하는 금은 산금(山金)이다. 산금은 땅 속 석영광맥(石英鑛脈, 광물로 이루어진 긴 맥) 속에 극히 소량으로 함유돼 있는 금광석이다.

이와 달리 강가나 바다의 모래에 섞여 있는 금을 사금(砂金)이라고 부른다. 사금은 석영광맥이 풍화돼 물에 의해 운반되거나, 지하수 속에 포함돼 있던 미량의 금이 석출된 것이다. 사금을 채집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금이 포함돼 있는 강모래나 흙탕물을 용기로 떠서 물속에 넣고 흔들어 가려내면 된다. 이렇게 하면 비중이 작은 모래나 진흙은 물에 씻기고 무거운 금만 바닥에 가라앉는다. 하지만 사금은 금 함량이 99%가 나오는 경우가 없다. 다른 이물질이 섞여 있어 다시 제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금은 금광에서 많이 난다? 금은 금광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금 대부분은 육지가 아닌 바다 속, 해저 광맥에 묻혀 있다. 지구의 대양에는 엄청난 양의 금이 떠다니고 있다. 그 양은 인류가 그동안 금광에서 캐낸 금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약 200배나 많다. 유사 이래 인류가 채굴한 금은 고작해야 올림픽 수영장 3개분(약 16만 3400톤)에 불과하다.

바닷물에는 금 외에도 다른 많은 광물이 녹아 있다. 바닷물 1km3에는 염화나트륨(소금) 7260만톤, 염화마그네슘 1015톤, 브롬 17만 100톤, 은 25톤, 금 14톤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광물 중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바닷물에서 대량 추출되고 있는 것은 염화나트륨과 마그네슘이다.

금의 가치는 시대마다 다르다. 중세 아프리카 사람들은 금보다 소금을 더 귀하게 여겼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왕릉에 묻힌 수많은 금관들도 결국 박물관에 전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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