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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레
Korea, Republic of 민속문화 0 366 2013-12-20 15:11:16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조금 떼어 ‘고수레’ 하고 허공에 던지는 민간 신앙적 행위. 흔히 ‘고시래’라 한다.

이는 고수레를 하지 않고 들면 체하거나 탈이 난다고 믿는 속신(俗信)과 결합되어 전국 도처에서 나타난다. 고씨(高氏)라는 성을 가졌던 여인의 넋을 위로하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지할 곳 없는 고씨라는 노파가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호의로 끼니를 이어 가며 연명한다. 얼마 뒤 고씨 노파가 세상을 떠나자 들일을 하던 사람들은 죽은 고씨 노파를 생각하고 음식을 먹기 전에 첫 숟가락을 떠서 “고씨네!” 하고 허공에 던져 그의 혼에게 바치게 되었다고 하며, 그 뒤로 이 행위가 전국에 퍼졌다(경상북도 안동 지방).

그러나 경기도 양평에서 채록된 유형은 매우 복잡한 것이어서 여러 가지 측면을 시사하고 있다. 고씨 성을 가진 어느 대갓집의 하녀가 겨울에 냇가로 빨래하러 갔다가 떠내려 오는 복숭아를 먹고 임신하여 사내아이를 낳는다.

이름을 복숭아에 연유하여 ‘도손(桃孫)’이라 짓는다. 도손은 장성함에 따라 총명하여졌지만, 천한 출신이므로 주위의 멸시를 받는다.

그리하여 중국으로 가서 풍수를 배우던 중, 그의 선생이 어머니(고씨)가 운명하게 됨을 가르쳐 주어 고국으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시신 묻을 곳을 찾아 전국을 돌다가 자리가 좋은 김제 만경들에 몰래 장례를 지내고 중국으로 다시 건너간다.

그 뒤, 어느 해에 만경들에 흉년이 들었는데, 도손 어머니 묘의 옆에 있는 논 주인이 임자 없는 무덤이 된 그 묘를 치장하여 준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 사람의 논은 흉년을 벗어나게 되고, 이 소문이 번져 그 근처 논 주인들이 몰려들어 임자 없는 무덤을 손보아 주는 일에 참여하자 그들 역시 흉년을 벗어난다.

그 뒤 매년 그 묘는 치장되었고, 먼 곳에서 이 소문을 들은 농부들은 그곳까지 갈 수가 없어, 대신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면 첫 숟가락을 떠 도손 어머니의 영혼에 바치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는 몇 가지의 현상이 부각된다. 첫째, 원시적 생활양식의 단면을 암시하여 준다. 고수레를 하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체하거나 혹은 재앙을 받게 된다는 속신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고수레!” 하는 그 행위 자체는 불양(?禳 : 귀신에게 빌어 재앙을 물리침.)을 위한 주술로 이해된다.

이 주술은 ‘첫 숟가락의 음식’으로 이루어지는 공희(供犧 : 희생을 바침.)와 “고수레!” 하고 외치는 주언(呪言)으로써 그 기능이 강화된다.

행동·공희·주언의 삼위일체 속에서 고수레 주술의 제의 구조가 발견된다. 여기서 ‘첫 숟가락의 음식’은 첫 수확의 곡물이나 과일이 그러하듯 신에게 바치는 공희이다.

그것들은 숫음식(:만든 채 고스란히 있는 음식.)의 형태로 바쳐지고, 또 신에 의하여 감응됨으로써 신성화되고 정화된다. 그뿐만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들이 그것을 먹어도 되는 안전이 보장되는 것으로 믿는다.

주언으로의 고수레의 어원은 불가사의이다. 이 불가사의 그 자체가 바로 주언의 효험을 보장하는 것이고, 주언은 원래가 일반인에게는 신비롭기 그지없음은 물론이다. 이런 현상은 현대에 와서도 종종 주언을 외는 당사자(巫女, 神官)에게조차 신비로움으로 인하여 의미도 모르고 주언적 기능만으로 전승되기도 한다. 이런 성격의 주언은 ≪삼국유사≫ 기타 문헌에서도 발견된다.

둘째, 이러한 신비를 해결하려는 합리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이 고수레 설화이다. 그런 점에서 이 설화는 일종의 설명설화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고수레 주술의 효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형성된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 ‘고씨네’와 ‘고시래’의 부회(附會)는 이른바 민간어원설적인 것으로 그 원천적인 의의의 상실 내지 변이를 초래하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민간어원설로 야기된 민간전승 변이의 한 전형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변이의 원인은 조상 숭배 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즉, 민간 전승으로서의 고수레의 기능 및 의의상 변이에 민간 신앙 체계의 변이가 선행된 것이다.

그러한 변이의 자취가 조상의 묘 선택에 온 정성을 기울인다는 사실로 나타나 있다. 이런 조상 숭배 사상은 자연 후손의 번영과 영화를 기원한다는 것과도 일치되었고, 여기에다 풍요를 바라는 농민의 의식이 생활의 일부분으로서, 나아가서는 풍요가 기구(祈求)의 전부로 등장한다. 그러므로 전시대의 공희에 따랐던 주언 고수레는 이제 풍요를 기원하는 주언으로 그 기능이 변이된 셈이다.

농작물의 풍요 기원에 이 설화가 관련되게 된 것은 그만큼 생활이 농경 시대에 들어온 이후라고 여겨진다. 즉, 원시적 생활양식에서부터 훨씬 뒤의 시대로 내려오면서부터 원시적 공희에 따랐던 고수레 주언은 이제 조상 숭배와 관련된 것처럼, 또는 풍요와 관련된 것처럼 변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 하겠다.

이상의 성격을 감안할 때 고수레설화는 주술적 효용의 보장설화이자 유래설명설화이기도 하다. 전자의 경우 광의의 신화에 속하므로 제의의 설명적 설화 형태로 생각할 때 그렇다.

이러한 성격의 민속을 나타내는 것이 남아메리카의 페루에서도 조사되었는데, 거기서는 음식물(술도 포함)을 입에 가져가기 전에 으레 대지에 뿌리면서 “대지여, 어머님이시여! 우리에게 훌륭한 열매를 거두게 해 주십시오.” 라고 축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는 그들의 조상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라는 것이다.

참고문헌

  • 『한국구비전승의 연구』(성기설, 일조각, 1976)
  • 『안동문화권학술조사단보고서』(성균관대학교,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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