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간단치 않은 하나원 이야기① 북한 축구 : 남한 축구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1-04-26  

지난해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과 북한의 4강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시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서 살아가는 솔직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김태산, 문성휘 씨가 공항에 나와 조사 기관을 거쳐 정착 교육 시설인 하나원에 들어간 얘기를 했습니다. 조사 기관에 들어가면서 문성휘 씨는 ‘죽은 사람도 입을 열게 한다는 중앙정보부 남산 지하실’을 상상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곳 생활을 묻는 제 질문에 문성휘 씨의 대답은 ‘꽤 재미었다’로 끝났습니다. 조사 기관에서 조사를 끝내고 이어지는 하나원 생활에 대한 김태산 씨의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아... 그게 참 간단치 않아...”

간단치 않은, 하나원 얘기, 오늘 계속 이어갑니다.

김태산 : 하루는 교육 기관을 찾아갔어요.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도 살아봤으니까 좀 내보내 달라. 그러니까 안 된다. 이것은 국가가 정한 법에 따라 주민등록증, 주민등록번호가 나올 때까지는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나갈 수 없다. 그래서 2달 좀 넘는 기간을 참고 견뎠는데 솔직히 말해 힘들었어요. 그때는 하나원 나올 때 모범적으로 한 사람은 돈을 한 200만원 씩 더 줬어요.

문성휘 : 좋았네요.

김태산 : 그래서 내가 나올 때 표창 받고 200만원 더 받았고 우리 집사람도 여성 총무를 해서 200만원 더 받았어요.

문성휘 : 아니, 이거 통일부가서 항의를 해야겠어요. 저도 모범 표창 받았는데 숟가락 세트와 밥 그릇 세트를 줬는데요. 그런데 돈은 안 줬습니다. (웃음)

김태산 : 근데 그것도 운수예요. 지금 나오는 사람들은 이불 같은 것도 좀 안 좋다고 하던데요?

문성휘 : 아닙니다. 저 나온 뒤에 저희 아이들도 둘이나 나왔는데 엄청나게 좋아졌어요.

김태산 : 그럼 문 선생 나올 때가 가장 안 좋았네. (웃음)

문성휘 : 아... 정말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지. 저희 대성공사에서 2달 넘었는데 하나원에 못 간다고 했어요. 앞에 하나원에 있는 사람들이 빠지지 못했다고. 우리 기수도 200명이 넘게 한꺼번에 들어갔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처리를 못하는 거예요.

진행자 : 김태산 씨는 7주, 문성휘 씨는 3개월 교육 받으셨는데, 교육 내용은 뭡니까?

김태산 : 제가 하나원에서 교육 받은 지 거의 10년이니까 게다가 그 때는 남한에 처음 왔을 때고 해서 제 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그때 교육 받은 것 중에 기억에 남고 또 지금까지 잘 써먹고 있는 것은 운전입니다. 일주일에 몇 번 다 버스에 실어서 운전 연습장에 가서 필기시험을 볼 수 있는 이론 교육을 하고 그 교육이 끝난 다음에는 운전하면서 시험을 칠 수 있는 도로 교육이라든가 코스 교육을 시켰죠. 그리고 교육이 다 끝난 뒤에 필기시험을 쳐서 실시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얻고 실기 시험은 하나원에서 나와서 쳤습니다.

진행자 : 필기시험은 하나원에서 실기시험은 밖에서 치는 이유가 있나요? 아예 운전면허를 따고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요?

문성휘 : 그것이 왜 그랬냐면 하나원에 있을 당시는 주민등록증이 안 나왔을 때에요. 북쪽으로 말하면 공민증이 없으니 등록을 할 수 없어서 그래서 그렇게 되는 거예요.

김태산 : 맞아요. 남한 운전면허증에는 주민등록번호, 북한식으로 말하면 공민증 번호가 들어가잖아요? 근데 하나원 생활 기간에는 그 번호가 아직 없습니다. 하나원 교육을 일정 기간 설정한 것은 그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기간이 필요해서 그런 것이라는 설명을 우리에게 해줬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원에서 운전면허증을 딸 수도 있지만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밖에 나와서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줘서 내보냈어요. 그게 참 실용성이 있었어요. 또 남북한의 언어 차이 - 사실 북한에서 남한을 비방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탈북자들이 지금도 그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잖아요? 남쪽은 외래어를 많이 쓰죠. 물론 이해는 됩니다. 새로운 기술이 들어오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말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 외래어를 쓰는 것이 이해는 되는 거예요. 그 다음에 탈북자들이 나와서 지켜야할 법적인 문제, 집을 얻고 사는데서 지켜야할 문제, 우리에게 차려지는 혜택들을 알려줍니다. 말하자면 제 밥그릇을 찾아 먹으라고 알려주는 겁니다. 그다음에 사는데서 도움이 되는 법률적인 문제를 많이 설명해 줬는데 처음 듣는 소리도 많고 하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주입하다 보니 그것 나와서 많이 활용을 못했죠.

진행자 : 7주 교육받는 내용 치고는 너무 많은데요.(웃음)

김태산 : 사실 짧으니까 좋긴 좋더라고요.(웃음) 집단적으로 모아서 놓고 하는 것이 구속이니까... 자유를 구속하는 일이 정말 싫다는 것, 그때 절감했어요.

진행자 : 문성휘 씨는 김태산 씨와 3년 정도 입국 날짜가 차이가 납니다. 3년 뒤에 들어온 문성휘 씨는 어떤 교육을 받으셨어요? 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문성휘 : 김태산 선생이 졸업할 때는 한 30 기이고 저는 100기가 넘어갔을 때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200기를 넘어섰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원 교육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발전합니다. 저희들 때는 남북한 언어 교육, 컴퓨터 교육, 법률 교육, 심리치료 여러 가지 교육이 있어요. 특히 지하철을 타고 직접 박물관을 가는 현장 체험도 많았고 이자 말씀하신 운전 교육. 진짜 운전 교육하고 컴퓨터 교육 받을 때는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대개 3 개월 교육 중에 오전에 수업하고 오후에는 자유 시간을 줍니다. 도서실에서 책을 보던지 아니면 기독교, 불교, 천주교 예배실이 있는데 거기서 놀아도 되고요... 남자 얘들은 계속 경찰들을 끌어다가 축구를 하자고 하는데 남한 경찰들이 탈북자들이 축구를 하면 그렇게 싫어해요.

진행자 : 왜 그래요?

문성휘 : 오히려 축구 기술이나 체격은 남한 경찰들이 훨씬 좋은데요. 북한 젊은 사람들이 몸을 아끼지 않아요. 그저 달려가는 속도로 사람을 들이 받고 냅다 차고 하니까...

진행자 : 재미로 하는 경기 수준이 아니네요.

문성휘 : 그렇죠. 그러니까 경찰들이 당신들하고 축구를 하면 우리 뼈가 부러진다고 못하겠다고 그러는 것을 막 강제로 끌어와서 축구를 했는데... 재밌었어요.

진행자 : 옆에서 김태산 씨 끄덕끄덕 하시는데 축구하셨습니까?

김태산 : 우리 때도 했어요. 이렇게 조별로 갈라서... 나도 할 수 없이 참가했어요. 젊은 녀석들이 막 문지기라도 하라고 해서 문지기를 계속했는데 경찰들 같이 하자면 싫어해요. 문 선생이 얘기한 것과 같이 그들도 같은 또래고 하니까 놀기도 즐겨하는데 북한 사람들이 좀 사나운 거예요. 어떻게 해서 하나를 먼저 먹어서 지던가 하면 그다음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막 들이대니까... 이것은 뭐 피의 대결도 아닌데 죽자고 그러니까...

문성휘 : 쟤네들 참 우둔한 얘들이야 했을 거예요. (웃음) 경찰 아저씨들 참 재밌습니다. 우리가 축구를 하고 나서 인사하면서 술 조금 가져다 달라고... 그러면 경찰 아저씨들 눈이 이만해져서는 안 된다고 큰일 난다고 막 그래요. 아... 이런 걸 말하면 안 되는데요(웃음) 실은 그렇게 몇 번 부탁을 하니까 나중에 맥주를 몇 명 가져다 줬어요. 그것도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고...

진행자 : 하나원 자고 먹고 이런 시설은 어떠셨어요?

김태산 : 그거야 뭐 북한에 비해서는 참 대단히 좋았죠. 먹는 것은 좋았죠. 우리 때는 밥도 가득해놓고 찬도 육류, 물고기, 나물도 많고 국도 많고요. 입고 쓰고 먹고 자는데 불편은 없었어요. 오직 하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좀 그랬지만요. 제가 하나원 있을 때 85 키로까지 몸이 났어요. 겨우 2달 되는 기간에 15키로나 몸이 난 것입니다.

문성휘 : 저도 15키로나 몸이 났어요. 그런데다가 간식도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요. 그래서 어떤 얘들은 하나원 퇴소할 때 가방 안에 간식하고 화장지만 한 가방 가득 들고 나가는 얘들이 있어요.

진행자 : 근데 왜 화장지는 그렇게 한 가방 챙겨 가십니까?

문성휘 : 그게 아주 재미있는데요....

진행자 : 저는 그분들이 왜 화장지를 한 가득 안고 나왔는지 잘 몰랐지만 아마 청취자 여러분은 짐작을 하시겠죠?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태산, 문성휘 : 감사합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줍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