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제정이 처음 국회에 발의 된 2005년이후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제정이 언제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북한인권법에 담을 내용을 두고 여야간 입장차가 너무 커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의 내용은 북한국민의 인권개선에 방점이 있고 새민련의 내용은 인도적 지원에 방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햇볕정책의 연속성 때문일 거라고 봅니다.)자국민이 북한에 거의 거주하고 있지 않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2004년과 2006년에 각각 ‘북한인권법’이 제정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탈북자의 미국행’을 돕거나 ‘납북자문제 및 인권침해문제의 대처’등 지극히 자국위주의 총괄적인 내용이어서 북한국민의 인권을 현실적으로 개선하거나 인권침해의 실효적인 방패막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당히 늦기는 했지만 북한인권법에 대한 야당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뀜에 따라 법의 제정이 혈실화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인권법에 대한 저의 소견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정치권에서 내놓은 북한인권법에 담을조항들을 보면 대단히 다양하고 현란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제목만 보면 구체적인 내용이 뭔지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무엇을 설치하고 무슨 계획을 수립하고 누구와 협력하고 어떤 결과를 보고하고 누구를 지원하고 누구와 합의하고 무엇을 홍보하고  무엇을 권장하는 등등’의 추상적인 내용 외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관료주의적 탁상행정, 외국도 하는데 당사자인 우리가 안하면 욕먹는다는 면피성 행정, 우리도 한 건 했다는 한탕주의적 행정, 우리도 밥값하고 있다는 생색내기 행정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알맹이 없는 내용을 가지고도 여야가 10년째 밀당을 한데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낍니다. 북한인권법의 핵심인 인권침해 (북한내에서의 모욕, 폭행, 고문 및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 )에 대한 피해자로써의  법적권리보장 하나만을 관철할 수 있어도 탈북국민, 북한국민 그리고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는 하나의 큰 승리라고 믿습니다.

피해자의 법적권리라하면 가해자를 특정, 법정에 세워 범죄행위에 대하여 적절한 처벌을 받게 하거나 가해자로부터 보상을 받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그 법적효력이 통일전에는 대한민국에 국한된다고 해도 말입니다. 이 법이 제정되어 자신이 인권침해가해자 명단에 올라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북한에 있는 잠재적인 가해자에게도 상당한 압박이 되어 가해행위를 하는데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정도의 억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제정될 북한인권법에는 대한민국이나 국제법의 효력이 미치는 곳에서 북한국민의 인권을 침해한 가해자를 체포, 구금, 재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북한국민들에게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해 줘야 머지않은 장래 통일한국에서 보다 떳떳하게 그들을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야에서 내놓은 발의안중에 이와 비슷한 내용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침해 신고접수’라는 조항을 발의했고 새민련은 ‘제3국탈북자 보호를 위한 외교적 노력의무’라는 조항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새누리당안은 그나마 ‘처벌’의 여지를 조금이나마 남겨 놓은 반면 새민련안은 보호의 대상에서 북한내의 국민이 빠져 있고 노력이란 것도 외교관의 세치 혀만으로도 가능한 ‘외교적 노력’으로 국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말해 봤는데 안 되는 걸 어떻해.’라고 말해 버리면 그만인 것입니다. 처음부터 껄끄러운 북한국민의 ‘인권’(북한 및 남한내 종북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보다는 주기만 하면 되는 ‘지원’(북한의 격한 호응이 예상)에 방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인권침해를 받지 않을 권한이 있다’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강력한 법도 지나치지 않다고 봅니다. 더더구나 그 대상이 같은 민족인 북한동포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물론 문제도 있습니다.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법을 제정해도 그 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의 효과는 당장의 물리적인 효과라기 보다는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심리적 억제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통일후에는 물리적인 처벌도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한 범법행위의 제어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아무리 법이 훌륭해도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그 법의 존재나 내용을 알 수 없으면 법의 존재가치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력한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후 이를 여하한 수단(대북풍선날리기 및 대북확성기와 대북방송 등이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을 동원하여 북한인권침해의 잠재적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북한국민들에게 이를 알려 나가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강력한 북한인권법의 총구는 최종적으로 최고결정권자인 김정은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지도부가 이에 강력하게 반발, 북한인권법을 비난하는 선전선동을 대내외적으로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북한국민들도 법의 제정과 내용에 관해 알게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대한민국과 국제법이 효력을 미치는 곳에서 김정은자신이 체포, 구금되어 재판에 회부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북한인권법에서 인권침해(북한내에서의 모욕, 폭행, 고문 및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 )에 대한 피해자로써의 법적권리보장’이 빠진 북한인권법은 속없는 만두 같은 법이기 때문에 북한인권법의 제정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남북통일은 인권과 자유 그리고 민주의 가치가 존중받는 체제로 머잖아 통일이 될 것이며 인권침해의 가해자는 통일이 되더라도 북한인권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려 나가는 작업을 동시에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처벌이나 처단의 칼날을 김정은정권이 북한국민을 대상으로 휘둘러 왔다면 강력한 북한인권법제정은 그 칼날의 손잡이를 북한국민들의 손에 들려주는 전환점이 될 것이고 태어날 때부터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가지고 태어난 대한민국국민이 그 흔한 공기와 같은 자유와 민주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북한국민들에게 주는 작은, 너무나도 작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진보의 아이콘인 민주와 인권수호의 주도권을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에 선점당한 새민련의 분발도 아울러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