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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간첩은 … 컴퓨터·IT 책 국제택배로 보내
중앙일보 0 317 2006-04-12 10:06:10
요즘 간첩은 … 컴퓨터·IT 책 국제택배로 보내
북 고위층 관련기사 스크랩하고
검찰 "화교 간첩은 생계형"

10일 국가보안법상 간첩 및 간첩 미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대만계 화교 정모(68)씨는 북한공작원에게 포섭돼 국내 자료를 북한에 건넨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번 '화교 간첩 사건'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북한과 불법자금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진 마카오 소재 은행, e-메일 교신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반적인 간첩사건과 달리 국내의 최신 정보를 북한에 보냈다는 점도 색다르다.

◆ "외부 시각이 궁금했나"=정씨가 중국에 있는 북한공작원 조모(50)씨에게 보낸 자료에는 안보나 군사와 관련된 것은 거의 없었다. 대신 북한에 대한 외부 시각을 다룬 자료가 많았다.

처음 자료를 보내게 된 계기는 2001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5)의 일본 밀입국 사건이었다. 당시 조씨의 부탁을 받은 정씨는'북한 황태자의 잠행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뉴스위크 한국어판 등 시사지와 해당 방송뉴스가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국제택배로 중국에 보냈다.

이어 ▶'CIA 북한보고서'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 등 북한 관련 단행본 ▶'우리의 탈출은 끝나지 않았다'(최은희.신상옥) '미친 곳에서 쓴 일기'(노베르트 폴러첸) '나는 김정일의 경호원이었다'(이영국) 등 방북.탈북 수기 ▶'휘파람공주''이중간첩' 등 북한 소재 영화테이프 등을 전달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01년 말에는 남북한연감도 발송 목록에 올랐다.

검찰은 국내 포털업체 e-메일 계정 압수수색에서 조씨가 '김철'이라는 가명을 쓰던 김정남과 주고받은 편지를 찾았고, 이들 자료를 요청하는 내용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북한 최고위층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에 민감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과 관련된 것도 있었다. 2001년 초 노트북 컴퓨터와 데스크톱 컴퓨터를 시작으로 정보통신 관련 월간지, 해킹 및 리눅스 관련 서적,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술 시장보고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무선기술, 정보통신 백서 등을 조씨에게 송부했다. 전자공학회 논문집까지 보내주기도 했다.

정씨는 2002년 들어 아예 해외 정기구독 신청을 통해 여성월간지를 조씨가 총경리(대표)로 있던 와룡상사 베이징 본점으로 우송했다.

◆ "생계형 간첩사건"=검찰은 정씨를 "사상범이라기보다 생계범"이라고 했다. 여러 사업에서 실패를 경험한 정씨가 우수한 거래 파트너를 자처한 조씨에게 매수당했다는 것이다. 정씨가 5년 동안 조씨에게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받은 돈은 모두 13만 달러였다. 조씨는 "북한 무역회사를 통해 북한산 농수산물 수입판매를 돕겠다" "베이징 해당화 식당 서울지점 개설을 돕겠다"며 정씨를 포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검찰에서 "자료들이 북한으로 가는 줄 알았지만 공개된 자료라서 괜찮은 줄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실질비성'(실질적인 비밀 여부)에 저촉되면 공개자료라도 간첩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장혜수 기자 2006.04.12 04:42 입력 / 2006.04.12 05: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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