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의 존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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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한 친구 하나가 수염을 기르고 다닌다. 수염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고, 제법되는 편인데.. 한 1 센티 정도 기르고 다닌다. 4,5일에 한번 5분 정도에 걸쳐서 수염을 가위질하면 된다고 하니까..면도하는 것보다 크게 더 불편한 것은 없다. 남자와 여자의 육체적 차이가 많이 있지만, 수염은 볼수록 재미있다. 왜 남자에게만 수염이 날까? 라는 의문은 왜 숫사자만 갈기가 길까?라는 의문과 비슷한 질문이 된다. 수염(갈기)은 수컷이 스스로의 힘과 존엄성을 드러내는 생물학적 표현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전 세계에서 수염을 기르면, 무엇인가 좀 "사회의 일반적 규칙에 반발하는 사람. 획일주의conformism에 적응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 튀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사회는 몇 개 없다. 일본, 한국, 대만 정도 밖에 없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서는, 수염을 기른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 지나지 않는다. 유태인이나 아랍 쪽은 오히려 수염을 기르는 게, '상식적인 일'일 게다. 한마디로 일본, 한국, 대만은 수컷의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인 것이다. (수컷으로서 이런 문화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문화적 원류로 따지만, 한국은 이조말까지만 해도 수염을 기르던 사회였다. 수염을 미는 것이 일반적 표준이 된 것은, 불과 1백년도 안 된다. 짐작하기에 한국과 대만의 수염밀기는 식민지 문화랑 관계가 깊다. 사무실의 서기,순경, 군인(병), 은행원,초등학교 교사 등 식민지의 "뜨는" 직업--즉 하급 지식노동자--군의 사람의 경우, "수컷됨을 거세했음 (Castration of masculinity)"를 표현할 필요가 지극히 높은 직업군이다. 이 사람들이 수염을 밀었고, 이것이 유행이 되어, 이제는 "정신 제대로 박힌 남자들은 수염이 없어야 한다"는 식의 풍조가 생긴 것이다. 그러니, 일제 잔재 청산을 주장하고 과거사 재조명을 주장하는 높으신 분들은, 부디 수염을 기르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시기 바란다. 그러구 보면 아마 북한에서는 수염 기르는 남자들이 정말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절대 충성은 곧 스스로의 개체성과, (남자인 경우) 남성성의 거세(쉬운 말로 '밸을 버리고 불알을 까는 것")를 수반하기 때문에, 감히 수염을 기른다는 불칙한 짓을 하지 못 할 게다. 뱀발: 나는 쪽팔리게 수염과 털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여자 수준이다. 내가 만약 돈을 번다면 성형외과에 가서, 머리털을 몽창 뽑아서 전부 수염으로 이식하는 수술을 받고야 말것이다. 대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얼마나 아름다운 "늙은 숫컷"의 모델 케이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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