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국민이 선택한 아돌프 히틀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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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독일 국민은 히틀러를 선택했을까?”
히틀러의 대중적인 연설을 말해야 할까? 유럽의 정세를 말해야 할까? 아니면 대공황? 베르사유 체제의 문제점? 이야기를 파고들면 한도 끝고 없고, 각각 타당성이 있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 <몰락>에서 괴벨스가 했던 대사가 있다.
“난 독일 국민들을 동정하지 않아. (중략) 이건 그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 당신에겐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겠지만, 스스로 멍청해지려고 하지 마시죠. 우리는 한 번도 그들에게 강요한 적이 없다고. 한 번도 우리가 할 것을 감추지 않았고, 그들은 스스로 우리에게 정권을 위임했어. 그리고 이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 뿐이오.”
정말 뼈를 때리는 말이죠.
“우리는 한 번도 그들에게 강요한 적이 없다고. 우리는 한 번도 우리가 할 것을 감추지 않았고, 그들은 스스로 우리에게 정권을 위임했어.”
무솔리니의 성공을 보고, 그걸 쫓아서 일으킨 맥주홀 반란이 실패하고 히틀러는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여기서 전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죠. '합법적으로 정권을 차지하자'는 생각. 이게 대공황 이전이었다면 말 그대로 망상이 되었겠지만, 대공황이 터지니까 나치당의 지지율에 계속 오르게 됩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 힘들어서 국민들이 우경화로 빠졌을까? 난 여기에 동의할 수 없죠. 이건 독일 국민의 선택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일 국민들이 듣고 싶고, 누리고 싶고, 꿈꾸고 싶어 했던 걸 구현한 게 히틀러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괴벨스의 말처럼 히틀러와 나치는 자신들이 집권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대놓고 말했죠. 히틀러가 감옥에서 저술한 ‘나의 투쟁’에도 나와 있습니다. 정치인의 책이기에 어느 정도 과장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느낌은 알 수 있잖아요?
까놓고 말해서 히틀러의 정권 획득은 독일 국민의 ‘욕망’ 때문이죠. 히틀러는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겠다고 약속했던 거고. 이 욕망을 위해 그 나머지, 인간다움, 인류애, 윤리, 사회공동체 정신 등을 모두 버렸죠.
이건 독일 국민들이 서서히 히틀러에게 돌아서는 과정을 보면 확인할 수 있죠.
히틀러에게 첫 번째로 ‘의미 있는 지지’를 보여준 사람들은 놀랍게도 중산층이었죠. 나치 정권이 들어섰던 때 독일 국민들 중 상당수가 나치를 지지하지 않았죠. 히틀러가 정권을 잡았던 건 바이마르 공화국이 의원내각제였기에 가능했죠. 히틀러는 연립정권으로 권력에 접근했던 거였죠.
일단 노동자 계층. 즉, 공장 노동자들은 히틀러와 나치에 거부 반응을 보였습니다.. 차상위 계층이라 할 수 있는 하층 중산층이나 농민들도 나치를 지지할 이유가 없었죠. 원래 농민은 대체로 보수 쪽이고, 하층 중산층은 진보나 보수의 중간점에서 시세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잖아요? 독일도 마찬가지였죠.
하층 중산층의 경우는 바이마르 공화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사회민주당이나 좌익 세력에게 투표권을 행사했는데, 바이마르 공화국이 들어서고 혼란 상태가 지속되자 보수 제정파 쪽으로 표심을 옮겼죠. 대공황 전후로 해서는 보수도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판단, 지지할 정당을 찾아. 이런저런 정당에 기웃대다가 결국 선택한 게 나치당인데, 여기에 선결조건이 필요했죠.
“대기업은 서민들의 피를 빨아 먹고 산다!”
독일 도시 중산층들과 하층 중산층의 생각은 이랬죠.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나치당은 반기업적인 면모. 즉, 반자본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죠. 히틀러는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반자본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줬죠.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해야 할까요?
“독일 땅에서 일하지 않고 버는 소득을 사라지게 하겠다!!”
나치의 약속에 중산층의 마음이 움직였고, 덩달아 도시 노동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죠. 주목해야 하는 건 도시의 ‘봉급생활자’와 ‘도시 노동자’.
이들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계층별로 명확히 갈려 있었어요. 봉급 생활자는 소득으로 나눈 계급으로 보자면 하층 중산 계급이었고,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중산층으로의 계급 상승, '부르주아지'가 되는 거였죠. 그러나 이건 겉으로 내보이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이고, 사람들은 상승 욕구보다 지금의 층위에서 떨어지는 것에 대해 더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거죠.
“경제가 나빠지고, 나라 살림이 어려워져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대공황으로 시작된 경제위기 앞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몰락해 무산자 계급으로 떨어질 걸 걱정을 했죠. 이 공포와 욕망의 사이를 나치가 치고 들어간 거였죠.
도시 노동자도 마찬가지고요. 계급적으로 보면 이들은 사회주의 계열 정당에 투표하고,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게 정상이죠. 실제로 이들은 정치활동 뿐만 아니라 투쟁과 조직 구성을 통해 자신들의 권익을 확보하려 했지만,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행보 앞에서 좌절을 경험했어요. 투쟁과 조직 구성만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거죠.
사실 도시 노동자들은 조직적으로 규합,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과격한 행동’을 보였지만... 보이는 모습만 확실히 뭐가 있었을 뿐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진 못했어요 (로자 룩셈부르크가 들고 일어났지만 비참하게 죽었어요. 사회주의 운동의 ‘대의’는 유의미했지만 현실에서 뭔가를 바꾸지는 못했어요).
게다가 도시 노동자 중 상당수는 귀가 얇았어요. 어쩌면 기회주의적인 성격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는데, 거창한 대의나 신념보다는 당장 내 몸의 안락과 실질적인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죠(이걸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원래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잖아요. 공동체나 조직을 생각하기 이전에 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이들은 사회주의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낙심한 상황에서 이렇게 선동하는 나치에 넘어가게 되죠.
“불로소득을 없애겠다!”
하층 중산층, 도시 노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나치는 독일 ‘농촌사회’를 공략하기 시작하죠. 이 부분은 독일 사회주의, 공산주의 계열의 뼈 아픈 실수라고 봐요.
“농촌을 잡는다면, 독일 사회의 뿌리를 잡는 거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농촌사회는 보수적이잖아요. 한 번 마음을 정한 뒤에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 특징이 있으니, 한 번 장악을 하면 나치의 뿌리가 돼 줄게 확실했죠.
여기서 고전적인 방법이 나오죠. 나치는 당 안에 농촌 관련 조직을 만들지 않았어요.
“뭘 새로 만들어? 기존에 있는 걸 우리 걸로 만들면 되잖아?”
나치는 당시 최대의 농민 단체였던 ‘제국농촌동맹’을 장악하기로 결심, 나치에 동조하는 농민들을 제국농촌동맹의 간부로 투입하고. 하나둘 제국농촌동맹에 잠입한 이들은 결국 제국농촌동맹을 장악하죠.
정말 놀라운 게 나치당원 중 농민의 비율은 상당히 낮았지만, 나치를 지지하는 농민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컸다는 거.
이렇게 나치는 독일 사회의 뿌리부터 시작해서 세력을 넓히고, 본격적으로 권력에 도전하겠다고 결심. 분명 말하지만 민중들을 장악한다고 국가의 권력을 차지할 수는 없어요(심지어 혁명조차도). 결국은 돈과 권력을 가진 상층부의 동의나 지지를 끌어내야지만 권력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죠.
히틀러와 나치가 어떻게 ‘가진 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 넌센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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