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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했던 추억은...
REPUBLIC OF KOREA 푸른 바다 1 456 2006-09-09 18:46:27
소중했던 추억은...

병원에 입원하여생활하는지도 몇칠이 지났다.
지루하고 고독한 병원생활의 하루하루이지만 지나온 날도 추억하고 앞으로 살아갈 일도 생각하고 결심하는 좋은 계기라는 생각도 해본다.
사춘기부터 시작된 나의 정체성을 찿는 내면의 전쟁도 더욱 격렬해진다.
그모든 하루일과속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일이 있다면 이계시판의 모든글을 빠짐없이 읽어보는 일과 병원주변의 자그마한 공원을 산책하는 일이다.
내가 입원한 병원에서 200m정도를 내려가면 청정원이라고 하는 자그마한 공원이 나온다.
이름에 걸맞지않는 초라함,누구도 가꾸지않아 낙엽이 무득히 쌓인 산책로!
공원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작고 초라한 자그마한 숲이지만 나는 이곳에서고향의 추억과 향기를 느낄수 있었다.
연인과 팔짱을 끼고 걸어도 좁을듯한 산책로, 보도블록사이로 자라난 잡초들에서 나는 새삼스럽게도 좋았고 슬펐던 고향의 추억들을 한꺼번에생각해 낼수있었다.
내가살던 마을앞에는 백화원이라고 부르는 크고 아름다운 공원이 있었다.
여름이면 잠자리를 잡는 꼬마들과 장기판을 들고 멍훈 장훈을 외치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않았던 숲속!
저녁이면 연인들의 속삭임 소리와 개구리 합창단의 우렁찬 노래소리로 정겨웠던 고향!
이모든 기쁘고 즐거웠던 추억이 한껏 묻어나는 자그마한 숲속에서 나는 다시한번 고향의 그리움과 친구들의 숨결을 느끼고 있다.
고등학교시절 나는 친구들과 늘 그공원에서 하루를 보내군 했었다.
체력단련과 자기몸을 지킨다는 소위 사춘기의 혈기로 대마직 마대에 모래와 톱밥을 잔뜩넣은 (빽자루)를 둘러메고 찿군하던 숲!
친구들과 나란히 팔베개를 하고 별을 세며 꿈을 키우던 사춘기소년의 자그마했던 공간!
나란히 앉아있는 연인들의 유치한 사랑이야기를 몰래 듣으며 웃군하던 그 천진하고 단순했던 소년이 오늘은 남한의 자그마한 숲속에서 다시 추억하며 웃음도 눈물도 짓고있다.
다정했던 모든친구들이 군에 끌려나가고 홀로남은 그숲속에서 떨어지는 락엽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그 감성적이고 고지식했던 소년이 오늘은 여기 대한민국의 자그마한 숲속에서 그날을 꿈꾸고있다.
언젠가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귀가에 울린다.
(인생이란 희망에 속아 사는것이다)
명언이라고하기에는 너무도 비참하고 부정하기에는 너무도 큰진실이 숨어있는 그말속에서 나는 오늘의 나를 생각해보게한다.
과연 우리들의 꿈 우리들의 희망도 그무서운 진실대로 되는것은 아닌지...
고향에가고싶고 친구들과 다시 어우러지고 싶은 자그마한 그희망도 또다시막연해지고 요원해지는것은 아닌지...
인생은 기다림속에 사는것이란다.
제일 어렵고 견디기 힘든것이 기다림이란다.
희망에 속아사는 인생 기다림속에 사는 인생으로 끝나는 우리는 아닐까?!.
이런 극적이고 험했던 모든것이 우리를 강하게도 또는 약하게도 하는 요인인것 같다.
이모든것이 공격적이고 반항아적인 기질을 다분히 가지게 만드는 원인인것도 같다.
너무도 안타깝고 너무도 슬픈 모든 그리움과 기다림을 나는 가슴에 묻고산다.
이모든 인간의 행복을 빼앗아버린 한인간의 죄를 저주하며 증오심으로 살고있다.
아름답고 소중했던 그모든 추억들을 다시 찿기위해 나는 열심히 살고있다.
이것이 한탈북청년이 가고있는 인생길이고 앞으로도 가야할,영원히 품어야할 심정이고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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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프 2006-09-09 20:33:22
    푸른바다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학에 합격하셨다니..축하드립니다. (서강대는 수시가 일찍 발표되나 보지요?)

    좀 잔인한 이야기이지만, 살다보니까....편안한 환경에서, 사랑을 많이받고, 밝게 자란 사람이 '강할 확률'이 좀 높습니다.
    인생이 고달프거나 혹은 특히 부모와의 관계가 고달프거나
    (아버님께..'희망'에 관한 말씀 들은 내용으로 보아서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고달프셨던 것 같지는 않군요..)
    그러면..사람이 좀 ..망가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푸른바다님 말씀대로..
    "이런 극적이고 험했던 모든것이 우리를 강하게도 또는
    약하게도 하는 요인 인것 같다.
    이모든것이 공격적이고 반항아적인 기질을 다분히 가지게
    만드는 원인인것도 같다."
    는 말씀...맞습니다. 동감입니다.

    인생의 고난은 사람을 약하게도, 강하게도 하고
    공격적이고 반항적으로 만들수도 있고
    포용력있고 너그럽게 만들수 도 있습니다.

    본인이 특별히 신경쓰지 않으면
    약하게, 공격적으로, 반항적으로 만들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인생의 '비밀'을 벌써 아시는 것 같으니까...
    부럽습니다.

    저는 그걸...한참...늦게야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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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순이 2006-09-09 21:27:44
    감명깊게읽었습니다...대학생글재주가다르긴다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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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te 2006-09-09 22:36:21
    "희망에 속아살다" 정말 맞는말인것 같네요.^^

    분단과 이별...
    21세기에 이런 엄청난 피해를 체험하는 현실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너무 억울하군요.

    언제까지 그리워하고 기억속에서만 만나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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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맘 2006-09-09 23:52:22
    희망에 속아사는 것도 인생이지만 그희망을 이루기위해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것도 인생인것 같네요.
    바다님의 글 읽으면서도 공감도 하고 가끔은 이건아닌데 이런 생각도 한답니다. 어쨋든 이전에 정치적인 색갈을 띠던 님의 글이(아마도 님의 그때의 마음표현)지금은 많이도 변해서 살아가는 글도 올리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대학에 합격하셨다니 정말로 축하드려요. 저는 아직도 저의 정체성을 확실히 찾지는 못했지만
    그것때문에 예전처럼 실망하고 그러진 않는답니다. 많이 변햇다고 해야 하나?세월이 약인것 같네요.
    그리고 님이나 저나 아직은 때가 아니니 정치적인 색갈을 띠기 보다는
    평범한 한 인간이 됐음 하는 바랩입니다.
    그리고 비록 아랫동네지만 윗동네가 그리운 님이나 저나 모두들 건강해야 한답니다. 건강이 우선입니다. 저는 주말에는 확실히 나만의 시간을 갇고 운동을 하면서 건강관리를 한답니다.어서 빨리 건강하시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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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정 2006-09-10 14:10:33
    푸른바다님의 글을 읽으니 고향생각나넹요
    님의 글속에서 내운명의 여명을 찾는 간절함이 안타깝습니다
    고향의그리움과 린색한 이시대 작은희망을 기다리는 간절한 소망..
    홀로서기에서 넘넘 힘든 현실...
    모든것들을 이겨내야만 하는 형편에서 그작은희망을 달성할려면
    몸건강이 최고입니다
    님의 건강과 하자고하는 모든일 에서 좋은 성과잇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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